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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鄒忌窺鏡<추기규경>

중앙선데이 2014.11.30 03:28 403호 27면 지면보기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추기(鄒忌·BC 385~319)라는 신하가 살고 있었다. 키가 크고 용모가 수려했다. 거울을 비춰보며 자신의 생김에 흡족해하던 그가 부인에게 “나와 성(城) 북쪽에 사는 서공(徐公) 중 누가 더 잘생겼소”라고 물었다. 부인은 “서공이 어찌 당신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첩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이번에는 사랑방에 머물던 과객(過客)에게 “나와 서공 중에서 누가 더 잘생겼냐”고 물으니 “당연히 당신이 더 잘생겼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성 북쪽의 서공이 추기를 방문했다. 추기는 서공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보다 훨씬 용모가 수려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아첨했다는 것을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추기는 ‘아내는 나를 편애하기 때문일 것이고, 첩은 내가 무서워서였을 것이고, 과객은 분명 나에게 무엇인가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위왕(威王)은 아첨꾼에 둘러싸여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했다. 추기는 왕에게 자신이 아첨꾼들에게 속은 일화를 얘기하고는 “조정의 근신(近臣)들 중에는 왕을 편애하지 않는 자 없고, 대신 중에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없으며, 백성들은 왕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크게 깨달아 앞으로는 정사를 잘 보겠노라고 다짐했다. ‘추기가 거울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다’라는 뜻의 ‘추기규경(鄒忌窺鏡)’ 고사(故事)는 그 다음이 백미다.

추기의 간언을 들은 위왕은 다짐에 그치지 않고 명령을 내린다. “나의 잘못을 고하는 신하나 백성에게는 상등상(上等賞)을 내릴 것이요, 상소로서 간(諫)하는 자는 중등상을, 공중 장소에서 나의 잘못을 얘기하는 자에게는 하등상을 주겠다”고 했다. 이 명령을 내리고서야 비로소 대신들이 앞다퉈 진실을 고하고, 백성들이 충성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채근담(菜根譚)』은 전하고 있다. 말뿐만이 아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뒤라야 비로소 아첨하는 풍속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비선(秘線)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의혹이라지만, 권력이 바뀔 때마다 여지없이 터지는 게 측근들의 권력 농단이다. 우리 권력 중심에는 ‘거울’을 보는 자가 그리 없단 말인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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