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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신드롬의 비결

중앙선데이 2014.11.30 03:48 403호 31면 지면보기
최근 중국의 아이폰 격인 샤오미(小米)의 스마트폰이 한국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인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두각을 나타내자 삼성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성공 요인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등 기발한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샤오미가 ‘시대와 소비자의 변화’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오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雷軍)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바람 목에 선 돼지는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가 강조한 ‘바람 목’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전적 의미는 ‘바람이 흘러 들어오거나 흘러 나가는 길목’을 뜻한다.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무거운 돼지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식을 깼다.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성공 신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는 화웨이·쿨패드 등 중저가 제품이 많지만 샤오미가 유독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단지 가격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레이쥔의 말대로 샤오미의 성공은 중국 사회와 소비자들의 변화를 제대로 읽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넷이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공공연히 “언론은 정부와 인민의 대변인”이라고 외쳤다. 언론과 여론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 때문에 ‘위로부터 아래로’라는 수직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 의해 무너졌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는 1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블로거’를 대량 양산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이들 파워 블로거의 논평을 찾아본다.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파워 블로거는 웨이보를 통해 고위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도 했다. 중국의 수직적 문화가 수평적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는 빈부격차다. 국영기업들이 권력을 이용해 자본을 독점하고 사익을 챙기는 일이 빈번하다. 개혁·개방의 가장 큰 수혜자는 권력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부 고위 관료와 이들과 결탁한 기업인들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취업난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 특히 2030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불공정한 게임에 내몰렸다. 이들은 스스로를 ‘디아오쓰(屌丝)’라고 부른다. ‘돈 없고, 외모도 별로고, 집안 배경도 없고, 미래가 어두운 사람’이란 신조어다. 이런 계층은 당연히 강자에 대해 태생적인 불만을 갖는다. 이런 분위기를 파고 들어간 것이 샤오미다.

샤오미는 좁쌀이란 뜻으로 ‘하찮은 존재’를 일컫는다. 레이쥔은 종종 ‘좁쌀과 보총(소총)’을 강조했다. 이는 항일 전쟁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외쳤던 ‘좁쌀 밥에 보총’을 그대로 빌려온 것이다. ‘우리가 지금은 비록 작고 보잘것없지만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결코 두렵지 않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레이쥔은 이런 정신을 앞세워 젊은이들을 일깨웠다.

그 결과 샤오미는 뜨거운 피를 가진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 샤오미의 골수 팬인 ‘미펀(米粉)’은 품질 개선에서 마케팅까지 모든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다. 샤오미의 광고 문구는 ‘샤오미와 미펀이 함께 손잡고 당당하게 나가자’다. 변화의 흐름을 꿰뚫은 샤오미의 성공은 우연히 얻어진 게 아닌 것이다.



천리 1979년 중국 선양(審陽)에서 태어나 선양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숙명여대 박사과정 수료. 한국에 온 뒤 주로 비즈니스 중국어를 가르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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