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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밝힌 외모 관리 비법 따라해도 ‘꽝’

중앙선데이 2014.11.29 03:13 403호 34면 지면보기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에요.”

이윤정의 내맘대로 리스트: 연예인들의 뻔한 거짓말

세상의 인간 관계 중에 가장 알쏭달쏭한 말은 연예인들의 ‘친한 오빠 동생 사이’다. 나도 친한 오빠가 있는 여동생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친한 오빠들과는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모임에서 만나거나 걸핏하면 “왜 볼 때마다 살이 쪘느냐”며 구박받는 관계였다. 그 사람들처럼 단둘이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자동차에 나란히 앉아 손이라도 잡고 있었다면 당장 머릿속에서 ‘이 사람이 결혼이라도 하자면 어떡하지, 친구들은 뭐라고 할 것이며 2세의 얼굴은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을 거다. 우리 땐 그랬다.

하지만 ‘썸탄다’는 말이 흔한 요즘은 친한 오빠 동생 사이란 정말 범위가 넓은가보다. 일단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펄펄 뛰다가 결국 연인이 되어 ‘예쁘게 사랑’하는 단계에서 ‘절대 속도 위반은 아닌’ 결혼에 이르게까지 아주 많은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을 포함한 관계를 정의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말 친하기만 하고 영화도 안 보여주고 단둘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도 안 데려간 주제에 가끔씩 돈이나 빌려달라고 하던 나의 친한 오빠들, 정말 원망스럽다.

친한 오빠와 사귀는 어여쁜 여동생들의 ‘젖살’의 정체 또한 미스터리하기 짝이 없다. 스물 대여섯 된 연예인들이 갑자기 오똑한 코와 날렵한 턱선으로 나타나서 ‘젖살이 빠졌을 뿐’이라고 말할 때다. 엄마 젖을 먹고 찐 살이라고 알고 있는 젖살은 왜 연예인들에게만 이십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남아 있는 걸까. 그리고 내 얼굴에서 빠져나간 젖살은 연예인들처럼 날씬하게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고 축축 아래로 쳐저서 심술보를 만들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우리 엄마의 젖 성분에 문제가 있었나 싶어 엄마가 원망스럽다.

나도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그들의 미모 유지 비법을 따라하기로 한다. “충분한 수면과 수분섭취 밖에 비결이 없다”는 그들의 말에 따라 보이는 대로 물만 마시고 낮잠과 밤잠을 수시로 잔다. 꿈속에서는 평소에 마셨던 물이 피부 속에서부터 차올라 촉촉한 물광피부로 변한 내 얼굴이 등장한다. 근데 물을 많이 마시면 자꾸 화장실 때문에 잠을 깨니 숙면을 취할 수 없다.

부스스한 얼굴이지만 “평소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기초화장만 한다”는 연예인들의 말에 따라 로션과 비비 크림만 바르고 친구 모임에 나가본다. “너 요새 무슨 일 있냐. 왜 그렇게 갑자기 늙었느냐. 얼굴에 기름기는 번들번들하고…살은 또 왜 그렇게 찌고. 운동 좀 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할 수 없이 아줌마 친구들이 맨날 이야기 하는 보톡스와 레이저 시술, 고급 화장품과 마사지 관련 정보를 얻어온다.

원망에 지쳐 이제 연예인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한다. 늘 ‘세상에서 제일 가정적’이라는 남편과 다음날 이혼하는 사람들이 바로 연예인들 아니냐며 투덜대기도 한다. 미운 눈으로 바라보니 40-50대에도 믿기 어려운 동안이라는 연예인의 미운 구석이 보인다. 바로 목 주름과 무릎 주름이다. 실같은 주름 한 줄 없는 얼굴이지만 천하 일색이라도 늘어진 목 주름과 그 사이 사이 불룩 처진 목살은 숨길 수 없다. 그뿐인가. 50대에도 여전히 20대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누군가가 멋지게 차려입은 원피스 아래로 드러나는 그 쪼글쪼글하고 말라붙은 서글픈 무릎이라니. 근데 왠지 신이 나고 위로가 된다. 적어도 그들과 내가 같이 늙어가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믿고 싶은 거짓말들도 있다. 가끔 퉁퉁 붓고 살찐 얼굴로 나타나서 걱정을 시켰지만 늘 씩씩했던 동갑의 남자 가수, 그리고 늘 생글생글 거리며 “한때는 암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다 나았어”하며 즐겁게 웃던 익숙한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다. “건강하다. 아무 문제 없다”는 거짓말, 언제든 얼마만큼이든 속아줄테니 오래 오래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오래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당신들 입으로 “최고의 애인은 여러분들이죠”라고 하는 팬들을 울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이윤정 칼럼니스트.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한 비평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앙SUNDAY와 창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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