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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절대시계’, 경기도 ‘컬링게임’ … 무용지물 ‘혈세 앱’ 홍수

중앙선데이 2014.11.30 01:48 403호 14면 지면보기
2012년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뚜벅이 안전길 안내’ 앱(왼쪽)의 화면. 이후 국토교통부도 유사한 기능을 가진 ‘걸음길 도우미’앱(오른쪽)을 제작했다.
‘30m 앞 편의점까지 경로도 못 찾는다.’ ‘장애인도 쓸 수 있다더니 접근성은 빵점.’ 경기도 부천시청에서 제공하는 ‘뚜벅이 안전길 안내’(이하 뚜벅이) 앱에 대한 이용자들의 후기다. 이 앱은 2012년 처음 쓰이기 시작한 ‘도보용 내비게이션’이다. 2013년 3월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된 뒤로는 수정된 내용이 없다. 그 사이 지역정보가 많이 바뀌어 ‘건물명이 변경됐는데 왜 이전 상호 그대로냐’는 후기도 올라와 있다.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공공의 적 신세된 ‘공공의 앱’

 ‘뚜벅이’는 부천을 포함해 모두 34개 지자체에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34개 지역 가운데 다운로드 수가 1000건을 넘긴 경우는 대전·수원·부산·제주·통영·거제·인천 등 7곳뿐이다. 해당 지역의 거주자 수를 고려하면 13만 명이 사는 통영시에서 그나마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각 앱의 다운로드 수를 500건 이하, 1000건 이하 식으로 범위로만 공개한다. 따라서 정확한 다운로드 수는 파악이 안 된다.)

 35개 지자체에서 쓰고 있는 ‘신장개업 알리미’ 앱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다운로드 수가 1000건을 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35곳에서 제공하고 있는 ‘길따라 떠나는 여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영·거제·남해에서만 1000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뚜벅이, 신장개업 알리미, 길따라 떠나는 여행은 모두 2012년 당시 행정안전부가 주도해 개발한 앱들이다. 당시 행안부는 행정공간정보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생활공감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이 앱들이 생겨났다. 앱 개발을 비롯한 이 사업 전체에 든 예산은 120억원이었다.

지자체 간 중복 투자도 수두룩
올 2월부터 이 앱들을 제공하기 시작한 경기도 구리시청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앱은 자동차길 위주로 제공된다. ‘뚜벅이’는 보행자들을 위한 것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시의 경우 다른 지자체와 달리 행정자치부로부터 앱 소스를 받아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해 만들었다. 비용만 9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공공정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개발했지만 그래픽이나 디자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 함량이 좀 떨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중복 투자도 있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서 ‘걸음길 도우미’라는 앱을 선보였다. ‘뚜벅이’처럼 보행자를 위한 골목길 내비게이션이다. 이를 사용해본 프로그래머들은 “시스템이 너무 무거워 GPS가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민 생활의 편의와 관계없이 홍보를 위해 만든 앱도 많다. 경기도청은 ‘컬링 경기!’라는 앱을 만들어 배포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컬링 여자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대표팀 선수들을 보유한 경기도청에서 컬링 게임 앱을 개발했다. 앱 출시 당시 “게임을 통한 도정 홍보는 경기도가 처음”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다운로드 수는 5000건 미만이다.

 국가정보원은 ‘절대시계 위젯’이라는 앱을 만들었다. 원내에서 기념품으로 만든 손목시계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자 이를 모바일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1만~5만 명이 내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계 위젯은 한 화면에 한 개만 설치가 가능하다. 더구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이미 수많은 시계 위젯이 나와 있는 상태다. 정부가 민간 영역의 아이디어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단돈 1만원이라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해당 분야에서 정말로 그 앱을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만든 앱이 민간 기업을 위한 자양분이 되진 못할망정 오히려 민간을 방해하는 일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물로 쓰인 ‘스마트 성화(Smart Torch)’ 앱은 구동 중 종료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소식지 앱도 많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식지, 안산시 소식지, 서울시의회 소식지 등 40개가 넘는다. 시민에게 활동 상황을 소개하는 용도지만 다운로드 수는 5000건을 넘기지 못했다. 이미 행사가 끝났지만 그대로 둔 경우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 산하기관에서 수년 전에 연 박람회 카탈로그는 대부분 방치돼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만든 교육통계 앱은 매년 새 앱을 찍어내고 있다. 2010 교육통계, 2011 교육통계, 2012 교육통계, 2013 교육통계 등 동일한 구조의 앱이 4개나 올라와 있다.

 효용성에 의문이 드는 앱도 많다. 굳이 앱을 깔아 검색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모은 경우다. 지자체별 전화번호부가 대표적이다. 114로 묻거나 인터넷 또는 해당 구청 앱에서 찾아봐도 될 것을 굳이 전화번호부 앱까지 만드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든 ‘우리동네 학원정보’ 앱은 수강료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용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같은 상호의 학원이더라도 지역별로 학원비가 다른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2011년에 제작한 ‘흔들면 범죄예방’ 앱. 흔들면 자동으로 앱이 켜져 위치정보가 담긴 메시지가 사전에 지정된 사람에게 전달돼야 하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용 후기도 많이 올라온다. 스마트폰을 흔들기만 해도 미리 정해놓은 이에게 자신의 위치와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준다는 경찰청이 만든 ‘흔들면 범죄 예방’ 앱은 흔들어도 신고가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흔들어도 앱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만든 ‘국민건강체조’ 앱은 동영상 화면을 너무 작게 만들어 세부 동작을 따라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잘나가는 민간 앱 있는데 또 만들어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이 한 벤처 기업의 앱을 베꼈다는 의혹을 샀다. ‘아이엠스쿨’이라는 앱인데 학부모가 아이들 알림장과 가정통신문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앱이 이미 시중에 나와 잘 돌아가고 있는데도 두 교육청은 각각 ‘학교쏙’ ‘투데이알림장’이라는 앱을 개발해 각 학교에 사용을 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이엠스쿨보다 먼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등록해 둔 상태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론 ‘아이엠스쿨’이 먼저 흥행에 성공했다. 민간이 시장을 잘 다져놓자 교육청이 다시 들어와 공정하지 못한 게임을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계속됐지만 두 교육청은 각 앱의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내놨다. 11월 현재 ‘투데이알림장’ 새 버전은 10만~50만 명이 쓰고 있고 ‘학교쏙2’는 5만 명이 내려받았다.

 ‘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나 ‘주차정보’ 시스템도 비슷하다. 민간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만들고 있지만 지자체가 중복해 만든 사례가 많다. 숙박업소 객실 예약에 쓰이는 앱을 지자체에서 직접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미 민간에서 개발한 앱이 많이 있어 이용률이 낮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니 더 신뢰가 갈 법도 하지만 대부분 이용자가 사용 후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민간 앱에 비해 특별히 장점을 갖기가 어렵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하는 고용노동부의 ‘워크넷 알바’나 경기도청의 ‘G알바’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바일 기기에 잠입해 내부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앱’이 화제를 모으자 민간에서는 많은 백신 앱을 출시했다. 다른 유형의 앱들과 달리 대부분 유료로 제공됐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8월 직접 ‘경찰청 폴-안티스파이 앱’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했다. 백신 앱의 특성상 다른 백신 프로그램을 중복해 깔기보다는 한 가지만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 경찰청 앱의 다운로드 수는 50만~100만 건이다. 하지만 스파이웨어를 잘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숙박관리 앱도 있다. 민박이나 펜션의 객실 이용현황을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앱이다. 이미 민간에 나와 있는 앱이 많이 있어 이용률은 다소 떨어진다. 일반적인 민간 숙박관리 앱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물론 유용하게 쓰이는 앱도 있다. 코레일의 ‘코레일톡’은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이 넘었고 고속도로 교통정보와 기상청 앱도 설치 수 500만 건을 넘겼다. 다운로드 수가 적어도 지역 주민들에게 활용도가 높은 앱도 있다. 주로 소도시의 공공도서관들이 여기에 꼽힌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경우를 고려해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부가 손대지 않는 게 진짜 창조경제
2000년대 초반 사교육비 절감을 목표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강남구청의 인터넷 강의 ‘강남인강’ 앱도 평가가 좋다. 전에는 강의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따로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저장해야 했지만 지금은 앱에서 바로 재생이 가능해졌다.

 정부나 지자체가 내놓는 앱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3.0추진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정부3.0 발전계획 전체보고서’에 따르면 ‘행정 분야에서의 선제적 서비스 제공 및 각종 원스톱 맞춤 사업’은 2018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국민 개개인의 편의를 빠짐없이 돌보는 서비스가 포함된다.

 보고서에서 ‘2018년까지 공무원들의 모바일 행정을 높이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한 만큼 각 행정 분야의 모바일 앱 개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스타트업 전문가는 “정부가 창조경제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그들이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진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API 공개하며 창조 유도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OPEN API(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앱을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에서 제작한 앱이나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정부 관련 앱은 사이트 한 곳(www.usa.gov/mobileapps.shtml)에 일괄적으로 모아둔다. 민간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공공성 높은 앱을 만들었다면 이 사이트에 등록하라고도 권한다. 소스도 주고 홍보도 해주는 셈이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정부 주도 앱의 개수도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구글과 애플, 웹기반 앱까지 통틀어 221개다.

 미국의 주정부들도 관광 앱은 대부분 제공한다. 뉴욕의 경우 주정부에서 공식 관광 앱(Official)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지자체당 한 개만 만든다. 서울시만 해도 ▶아이 투어 서울(i Tour Seoul) ▶서울 문화유산 스탬프 투어 ▶서울 도보여행 ▶서울 한양도성 등 관광 앱만 여러 개를 내놓았다. 쓰임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합쳐놓고 보면 사실상 같은 앱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정부 주도 앱은 모두 31개다. 이 가운데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가 된 것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오피셜가이드(Visit Korea Official Guide)뿐이다.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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