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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억 대 팔린 스마트폰, 57조원짜리 새 시장을 만들다

중앙선데이 2014.11.30 02:04 403호 18면 지면보기
#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다이오드 소자를 납품하던 A부품사는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에 뛰어들었다. 한때 월 400만 개까지 늘었던 다이오드 주문량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1년 반 사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서다. A사 관계자는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직원을 줄여야 할 상황이었다”며 “광범위하게 확산한 스마트폰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주변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신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 설계를 마친 뒤 제조는 중국 현지 업체에 맡겼다.

급팽창하는 스마트폰 애프터마켓

#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출력하는 신제품 ‘포켓포토’를 출시했다. 안드로이드나 iOS(아이폰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케이블에 연결하지 않고 인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여성용 파우치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76×120×20㎜)가 작은 데다 전용 앱으로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가격은 14만9000원.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만든 고부가가치 신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꼽은 셀카봉.
역사상 가장 큰 디바이스 애프터마켓
스마트폰의 ‘애프터마켓(Aftermarket)’이 팽창하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주변기기 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 같은 완성폰 업체부터 부품업체까지 몰려들어 격전을 치르고 있다. 1년에 한 개씩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주변기기로 수입을 극대화하는 애플의 전략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KB투자증권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은 연말까지 42억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교체 수요를 감안한 글로벌 스마트폰 보급률은 연내 30.9%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스마트폰을 가졌다는 얘기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디바이스 가운데 스마트폰처럼 광범위하게 애프터마켓을 형성한 제품은 없었다”며 “스마트폰의 용도가 다양해지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아이디어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주변기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4년 말까지 511억 달러(약 57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이 2011년 5대 미래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전도가 밝은 발광다이오드(LED)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께 480억 달러(53조원)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춰보면 스마트폰 주변기기 시장의 성장 속도를 알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앱세서리’ 시장의 규모만 올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앱세서리(애플리케이션+액세서리)는 앱과 연동해 쓸 수 있는 주변기기를 말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다. 유선 이어폰처럼 줄이 꼬이거나 보관이 불편하지 않아 젊은 층부터 중장년 층까지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이어폰 한 개가 스마트폰 한 대 가격
앞뒤 감기(jog) 기능을 갖춘 LG전자 ‘톤 플러스’의 경우 개당 16만9000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에 판매된다. 이어폰 세 개를 팔면 스마트폰을 한 대 파는 만큼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부품과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치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블루투스 이어폰의 마진율은 훨씬 높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기능도 진화하고 있다. 기술벤처 우진에스엔아이의 신제품(HX-995)은 영상이나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이어폰이 상대 번호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시장에서 한동안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블루투스 기술의 개념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98년이지만 첫 상용 제품은 2000년에 출시됐다. 그 후 8년 동안 약 15억 개가 넘는 블루투스 제품이 출하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어폰이나 스피커는 물론 프린터·마우스·MP3플레이어·자동차·심장박동 모니터까지 활용도가 매우 높다.

LG전자는 지난 9월 블루투스 헤드셋을 판매하는 미국 내 모든 거래처에 대해 모조품 거래 중지를 요청했다. 거래 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안내문도 발송했다. 모방 제품이 많아지면서 단속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세관이 모조품 수입 검사를 깐깐하게 하도록 세관 직원을 상대로 모조품 식별법 교육을 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주변기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노트4 S뷰 커버는 앞면에 투명창이 있어 커버를 열지 않고도 알림, 상태, 기타 중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뮤직 컨트롤, 배경화면 편집, 통화 거절 메시지 전송, 퀵 카메라 기능은 물론 자주 거는 번호를 찾아주는 퀵콜 기능, 심박수 체크까지 커버를 열지 않고 쓸 수 있다.

이 밖에 한겨울에 장갑을 벗지 않아도 화면 터치가 가능한 장갑, 차량 운행 중 블랙박스 앱을 구동시키기 위한 거치대, 전화기를 갖다 대면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 야외활동 시 충전되는 태양광 충전기 등도 등장했다. 최근 한 중소업체는 낚싯줄 끝에 달아 던지면 수온, 물의 깊이, 물고기가 몰려 있는 장소까지 알려주는 ‘물고기 탐지기’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게임 콘솔로 만들어주는 게임 패드도 인기다. 이 제품은 패드 장착 중에도 이어폰 연결이나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주인의 혈압·맥박·체온·산소포화도의 측정치를 제공하고 이를 누적해 기록하는 케이스도 등장했다.

“신생 벤처 창의성 앞세워 도전할 만”
주변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순 액세서리사업부를 신설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초 액세서리사업부를 신설하고 MC본부로 편입시켜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선행개발부서에서 개발하는 스마트기기와 액세서리를 함께 개발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사도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아이리버를 인수한 데 이어 빔 프로젝터 업체 이노아이오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유심(USIM) 이동제 등으로 단말기 유통 주도권이 점점 약화하는 것을 주변기기로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외에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앱과 연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성으로 무장한 신생 벤처들이 스마트폰 주변기기 시장에 도전할 만하다”며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등장할수록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인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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