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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변기기에 전파 영향” … 업체들 “피해 사례 없는데 …”

중앙선데이 2014.11.30 02:07 403호 18면 지면보기
“새로운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해 만든 아이디어 상품.”

전자파인증 단속 논란 휩싸인 셀카봉

모바일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 셀카봉은 이런 평가를 받는다. ‘셀카’를 더욱 편리하게 찍고, 사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하면서 셀카봉은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셀카봉을 애플의 스마트워치와 함께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외국인 관광 전문업체 코스모진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한국 가을단풍 구경 시 가장 이색적으로 느껴진 것은’이라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48%가 ‘셀카봉 열풍’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셀카봉 열풍이 그 정도로 거세다는 얘기다.

셀카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손잡이 부분에 버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다. 버튼이 없는 제품은 3000~5000원이지만 버튼이 있는 제품은 2만~4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

정부가 전자파 적합인증을 받지 않은 블루투스 셀카봉을 단속한다고 밝히면서 ‘과잉 규제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셀카봉 단속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빗대 ‘셀통법’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단속 대상이 바로 이 버튼형 제품이다.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 속 블루투스 기능이 신호를 인식해 카메라 셔터가 작동한다.

문제는 블루투스가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전파법은 ‘방송통신기기를 인증받지 않고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벌 대상은 제조업체나 판매업자이고, 사용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는 셀카봉은 엄연히 통신기기”라며 “작동할 때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주변 전자기기에 장애를 주거나 스마트폰의 성능 저하 등을 발생시킬 수 있어 전자파장해방지기준 등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셀카봉은 2.4∼2.5㎓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는데 미인증 셀카봉이 퍼지면 같은 대역대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간섭을 줄 수 있고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행기 이착륙 시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이유와 같다.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셀카봉으로 인해 전파 간섭이 나타난 사례가 없는데도 선제적 규제로 인해 스마트폰 문화를 억제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박근혜 정부의 탈규제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자파 적합인증을 받으려면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전파인증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인증 기간도 2~3주가량 소요된다. 인증받았던 제품이라도 디자인이나 성능을 조금만 다르게 개선해도 동일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셀카봉은 스마트폰과 불과 1m 안팎의 거리에서 작동된다”며 “기계적으로 법률을 적용해 단속할 게 아니라 유해사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법령을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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