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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읽기] 흔들리는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

중앙선데이 2014.11.30 02:11 403호 18면 지면보기
의욕에 넘치던 집권 초기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소위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라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내걸었던 공약이행에 소요되는 재원(5년간 약 134조8000억원) 조달방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의 의의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① 4·11 총선 공약(진심을 품은 약속)과 12·19 대선 공약(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②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키며 ③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신뢰정부, 책임정부, 재정이 건전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재원조달에 관한 민간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강화 등 세입기반을 확충(조세개혁위원회)함과 아울러 각 부처 재정개혁을 통해 세출절감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재정개혁위원회)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약가계부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필요한 총 재원 130조원 중에서 51조원은 세수확충을 통해 마련하고 84조원은 세출절감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먼저 세입확충 계획을 보면 향후 5년간 세입은 51조원 늘어나게 되어 있는데 그중 95%인 48조원은 직접적인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정비(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27조2000억원), 금융소득 과세강화(2조9000억원)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국세수입이 203조원이었으니 공약가계부대로 국세수입이 늘어난다면 2013년 국세수입은 205조9000억원, 그리고 2014년에는 210조6000억원, 2015년에 214조1000억원이 돼야 한다. 그러나 2013년 실제 세수는 201조9000억원에 그쳤다. 공약가계부에 비해 4조원이 적고 2013년 추경기준 (210조4000억원)보다는 8조5000억원 적다. 2014년 1~9월 현재 국세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법인세와 부가세 세수가 줄어드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관세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9월 사이에 법인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00억원 줄었고 부가세는 6000억원, 관세수입은 1조3000억원이나 줄어 합해 2조8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가 그나마 3조8000억원 늘어나는 바람에 지난해 수준을 거의 맞춘 셈이다.

2014년 국세수입이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202조원이라면 공약가계부상의 2014년 국세수입(210조6000억원)과도 8조6000억원의 국세수입 차질이 발생하고, 2013년 추경기준 ‘공약가계부’ 국세 수입(215조4000억원) 기준으로 하더라도 13조4000억원의 차질이 발생하는 셈이다. 2013~2014년 두 해 사이 공약가계부 국세수입과 실제 국세수입 사이의 누적 차질액은 12조6000억원, 2013년 추경기준 공약가계부 국세수입과 실제 국세수입의 차이는 21조9000억원이나 된다. 2년 동안의 국세수입 차질액은 전체 세수확충 목표 51조원의 절반 가까운 셈이다. 국세수입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는 세외 수입도 5년간 약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14년 1~9월 세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3000억원 줄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공약가계부의 재원대책은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출절감은 세입확충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

부실한 공약가계부가 나오게 되는 원인은 정책당국의 타성에 젖은 안이함 때문이다. ‘공약가계부’가 나온 지도 넉 달 가까이 지난 2013년 9월 26일 보도된 기획재정부 자료(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는 국세수입에 대해 ‘지난해(2012년)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2013년 세수실적은 다소 부진하나, 2014년 이후 경기가 정상화되면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세수입 전망을 2012년 205조8000억원, 2013년 216조4000억원, 2014년 238조9000억원, 2015년 259조1000억원 및 2016년 280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얼마나 현실과 빗나가는지 놀랍다. 재원대책이 무너지면 공약가계부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먼저 정부의 최고 엘리트가 모여 있다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과 신뢰에 대한 붕괴를 초래하며 나아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믿은 국민의 희망이 무너짐을 의미한다. 건물이나 시설물만이 국민안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재정도 국민안전의 대상이다. ‘희망의 새 시대’는 멀어지기만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언제까지 ‘저출산 노령화 등 인구구조에 따른 저성장’ 타령을 늘어놓기만 하는 사람을 봐야 하는가.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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