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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엔 체온 관리 잘해야 뇌졸중 방지

중앙선데이 2014.11.30 02:45 403호 22면 지면보기
명지성모병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조약돌’ 가수 박상규씨를 지난해 죽음으로 내몬 병이 뇌졸중(腦卒中)이다.

뇌졸중 전문의 명지성모병원 허춘웅 원장

‘소리 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란 별명이 붙은 뇌졸중은 뇌 조직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터져(뇌출혈) 뇌 기능이 망가지는 병이다. 한방에선 중풍(中風)이라 부른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암 다음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뇌졸중 전문 병원인 서울 명지성모병원 허춘웅(74) 원장을 최근 그의 원장실에서 만났다. 고령에도 매주 4일 온종일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예약이 한 달이나 밀려 있는 그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출신이다. 얼마 전 『뇌졸중 굿바이』란 책을 발간했다.

-뇌졸중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되나.
“하인리히 법칙이란 큰 사고가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이론이다. 질병, 특히 뇌졸중 발생도 하인리히 법칙을 따른다. 뇌졸중이 생기기 전에 일과성 뇌허혈증 등 예고탄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잠시 뇌혈관이 막혀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인데 이런 전조 증상을 흘려 보내면 큰 후회를 할 수 있다.”

-뇌졸중이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다는데.
“국내에서 서구형인 뇌경색 환자의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체 뇌졸중 환자 10명 중 7∼8명은 뇌경색 환자다. 1990년대만 해도 뇌경색과 뇌졸중 환자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뇌출혈 환자가 줄어든 것은 건강검진을 통해 뇌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인 고혈압을 조기 관리하는 사람이 늘어난 덕분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서구식 식생활 탓으로 여겨진다. 인스턴트식품,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해 우리 국민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겨울에 다발하나.
“요즘 뇌졸중은 계절이 따로 없다. 뇌졸중은 날씨·계절보다 고령·고혈압·고지혈증·가족력 등 위험인자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 병이다. 일교차가 심한 날을 조심해야 한다.”

-특별히 조심해야 할 연령대는.
“뇌졸중은 노인이 걸리기 쉬운 병이다. 환자의 평균 연령이 67세 정도다. 그러나 20, 30대도 안심할 수 없다.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난 데다가 젊은 세대의 흡연율이 여전히 높고 동물성 지방 위주의 서구식 식사를 즐기기 때문이다. 뇌졸중을 남성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남녀 환자 비율이 4 대 6으로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여성은 특히 폐경 뒤 발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거의 끊기면서 혈관 벽이 약해져서다.”

-예방을 위한 생활요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정상 혈압 유지하기, 당뇨병 관리하기, 피가 뭉치는 현상인 혈전 방지하기, 비만 억제하기다.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엔 체온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우나 등에서 지나치게 땀을 빼는 것은 삼간다. 온수 목욕을 즐겨 혈액 순환을 돕되 냉탕·온탕을 오가는 냉온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느긋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과로·스트레스는 뇌졸중을 촉발시킬 수 있으므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풀어 버린다.”

-식생활·운동에서 주의할 점은.
“금연하고 과음·과식하지 않으며 너무 기름지거나(동물성 지방) 짜지(나트륨) 않게 먹고 수분(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을 돕는다.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인 칼륨이 풍부한 과일·채소를 즐겨 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심폐지구력을 높여주는 속보, 가벼운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주 3∼4회(1회 30분가량) 꾸준히 해 심혈관을 튼튼히 해야 한다. 뇌졸중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운동할 때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겨울 운동은 새벽보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하는 것이 적당하다.”

-치료의 요체는.
“뇌경색으로 쓰러지면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세 시간 안에 혈관을 뚫어주는 응급처치를 받아야 생명을 살리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CT·MRI 등으로 혈관의 막힌 부위를 찾는 데만 30분∼1시간가량 소요된다. 뇌졸중 발생부터 병원 이동·검사·치료를 포함한 모든 과정이 세 시간 이내에 완료돼야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에 쓴 책 제목이 『3시간 놓치면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뇌졸중』이다. 뇌졸중 환자나 뇌졸중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골든타임 내에 도착과 치료가 가능한 병·의원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현명하다.”

-재활 중인 환자를 돕는 법은.
“환자에게 일을 권하고 사회와 교류하도록 도와야 한다. 상태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면 환자에게 신문 가져오기, 밥 먹기 전에 식탁 닦기, 수건 개기 같이 작은 일을 주문한다. 일은 환자가 무기력해지는 것을 막고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해 삶의 의욕을 높여준다. 환자를 계속 집에만 머물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병을 극복 중인 사람을 자주 만나게 하고 사회에 적극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용기를 줘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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