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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 박치기는 떠났지만 … 장충체육관은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4.11.29 00:20 종합 10면 지면보기
스포츠 스타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곳, 한국 스포츠의 메카 장충체육관이 52년 만에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1963년 탄생한 장충체육관은 2년6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 1월 다시 문을 연다. [김경빈 기자]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2가 200-102. 장충체육관이다. ‘박치기 왕’ 김일(2006년 작고)이 1970년대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와 치열한 레슬링 대결을 벌였던 곳, 현대전자 이충희(55)와 삼성전자 김현준(1999년 작고)이 8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에서 슛대결을 벌였던 곳도 바로 장충체육관이다.

1960~70년대 실내스포츠 성지
프로레슬링·권투 세기의 대결장
리모델링 끝, 내년 1월 문 열어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과 연결
여자 배구 GS칼텍스 홈 구장으로
내년 대관 예약, 벌써 절반 채워



 장충체육관이 우리 곁에 돌아온다. 시설이 노후돼 2012년 6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 지 2년6개월 만이다. 장충체육관은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내년 1월17일 재개장할 예정이다.



 김일의 후계자 지명을 받았던 프로레슬러 이왕표(60)는 장충체육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감격에 겨운 듯 했다. 이왕표는 “돌아가신 김일 선생님이 장충체육관에서 박치기로 일본 선수들을 쓰러뜨리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장충체육관에선 수많은 명승부가 펼쳐졌다. 1975년 프로레슬링 김일과 이노키의 대결(맨 위 사진), 66년엔 프로복싱 김기수와 벤베누티의 세계타이틀 매치(가운데)가 열렸다. 또 대통령 간접 선거가 치러져 ‘체육관 대통령’이 나오기도 했다(아래). [중앙포토]
 장충체육관은 55년 6월 육군체육관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59년 8월부터는 서울시가 운영을 맡았다. 서울시는 추운 겨울은 물론 야간에도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붕을 씌우기로 결정했고, 63년 2월 한국 최초의 돔 실내체육관이 탄생했다. 이름도 장충체육관으로 바꿨다. 건축가 고(故) 김정수 씨가 디자인 설계를, 구조설계는 고 최종완 씨가 담당했다.



 장충체육관은 이후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이자 한국 실내스포츠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레슬링·권투는 물론 농구·배구·탁구 등의 구기 종목이 여기서 열렸다. 특히 장충체육관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성지’였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김일의 경기를 직접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체육관이 있는 장충동은 물론이고 아랫 동네 약수동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리던 시절, 박정희·최규하·전두환 등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이 결정된 장소도 장충체육관이었다. 서울 올림픽 유도와 태권도도 바로 이 곳에서 열렸다.



 장충체육관이 재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59년 8월 개장 이후 아마 야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던 동대문야구장이 2007년 헐려나가면서 장충체육관도 철거 위기에 몰렸다.



2000년대 이후 장충체육관은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상태였다. 79년 잠실체육관이 준공되면서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실내스포츠 경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수익이 나지 않아 99년 부터 민간에 운영을 맡겼고, 콘서트·마당놀이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열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 급기야 의류 점포정리가 진을 쳤다.



 하지만 동대문구장처럼 장충체육관마저 부셔버릴 수는 없었다. 서울시는 면밀 검토 끝에 철거보다 리모델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결과 총 3층(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체육관은 5층(지하 2층·지상 3층)으로 규모가 커졌다. 총 면적도 8299㎡에서 1만1429㎡로 늘어났다. 과거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 역에서 내려 걸어가야했지만 리모델링 이후엔 역과 바로 연결돼 접근성이 좋아졌다. 당초 2013년 10월 완공이 목표였지만 안전을 고려해 지붕 시설을 보강하면서 개장 일정을 2015년 1월로 늦췄다.



 그 덕분인지 개장도 하기 전에 내년 체육관 예약율이 50%에 이르고 있다. 여자배구 GS칼텍스가 2015년 1월부터 장충체육관을 홈코트로 쓸 계획이다. 운영을 맡은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지윤 본부장은 “굵직굵직한 스포츠 경기는 물론 콘서트·음악회·포럼 등 격조 있는 행사를 유치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특히 신경쓰고 있는 것은 장충체육관의 역사와 기록 보존이다. 공단 측은 사라진 동대문구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스포츠 문화유적으로서 장충체육관의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내년 1월 개장식에는 장충체육관의 역사와 함께 했던 김일 선수의 유가족과 레슬러 이왕표·프로복서 홍수환 등을 초청할 계획이다.



 체육계에서는 장충체육관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손환 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장충체육관이 다시 문을 여는 건 스포츠계의 빅뉴스다. 장충체육관은 이제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땀과 피가 스민 문화 유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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