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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추리작가 존 그리셤 “나를 키운 건 동네 책방”

중앙일보 2014.11.29 00:05 종합 27면 지면보기
나의 아름다운 책방

로널드 라이스 엮음

박상은·이현수 옮김

현암사, 524쪽, 2만원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몇 번 하고 한나절 뒤면 책을 받아보는 세상이다. 그래도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은은한 종이 냄새가 풍기는 서점은 언제라도 틀어박히고 싶은 공간이다. 진열된 책 하나하나에 지역색은 물론 주인장의 안목과 취향이 담뿍 담겨 개성이 넘치는 ‘동네 책방’은 특히 매력 있다. 책은 작가 84명이 소개하는 ‘내가 푹 빠진 서점’ 이야기다.



 작가 존 그리셤은 미국 아칸소주 블라이드빌의 ‘댓 북스토어 인 블라이드빌’을 자신을 작가로 길러낸 인생의 서점으로 꼽았다. 그리셤은 1989년 첫 작품 『타임 투 킬』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트렁크에 책을 싣고 떠돌아다니며 책을 팔기도 했다. 대부분의 서점은 영세한 출판사에서 펴낸 무명작가의 첫 소설을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하지만 ‘댓 북스토어’의 주인 메리 게이 시플리는 그리셤의 재능을 알아봤다. 그리셤이 두 번째 소설 『야망의 함정』 원고를 보여주자 메리 게이는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12위에 올랐다. 이후 그리셤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그리셤은 “독립 서점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메리 게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서점을 유지할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녀와, 그녀 같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나나 다른 신진 작가를 키우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용기와 지지가 없다면 첫 번째 소설이 빛을 볼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영혼의 집』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캘리포니아주의 ‘북 패시지’를 소개했다. 칠레 출신인 아옌데는 25년의 미국 이민 생활을 이 서점 덕분에 잘 헤쳐나갔노라 고백했다. 그는 “북 패시지는 단순한 책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곳은 아옌데가 친구나 저널리스트, 학생, 독자, 동료 작가를 만나는 장소다. 그의 손주들은 전화 거는 법을 배우자마자 이 곳에 전화를 걸어 동화책을 주문했고, 수년 동안 일요일마다 열리는 책 읽어주기 시간에 참석했다. 딸을 잃었을 때도 북 패시지의 책과 공간, 사람들이 그에게 위안이 됐다고 아옌데는 털어놨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래 살아남은 동네 책방의 비결도 눈에 띈다. ‘다른 체인 서점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폐지로 만들었을’ 특별한 책으로 꾸민 서가(샌타바버라의 ‘초서 북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독서 모임(뉴욕의 ‘맥넬리 잭슨’), 어린이 전용 독서 공간을 꾸미고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여는 정기적인 스토리텔링 행사(오스틴의 ‘북피플’) 등이다. 작가들이 자기만의 책방에서 아껴 읽은 주옥같은 책 목록은 덤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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