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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학교에 중국인은 있는데 한국인은 없나?

중앙일보 2014.11.27 05:00



[정재숙의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이야기']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유형문화유산이 많은 나라답게 문화재 복원학교와 연구소가 많고 수준도 높다. 특히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옛 유적의 영화가 빛나는 도시는 전통 깊은 복원학교를 자랑으로 여긴다. 그런 만큼 입시 경쟁률이 치열하다. 워낙 적게 뽑아 완벽하게 교육하기 때문이다.



로마에 있는 ‘고등보존복원연구소(ISCR)’ 산하 국립복원학교(SCUOLA)는 그 중에서도 1급으로 꼽히는 명문이다. 1939년 설립돼 75년 역사를 자랑한다. 4년제였다가 2009년 5년제로 바뀌었다. 한 해 선발 정원은 12명 안팎이어서 이 학교에 들어오려고 삼수, 사수 하는 학생도 많다. 학부에서 고고학, 미술사, 화학 등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이들에게 주어지는 복원 대상은 모조품이나 견본이 아니라 실제 오리지널 유물이다. 그만큼 학생들을 믿고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 교수 1명 당 학생 수가 5명이니 충실하게 가르친다. 무엇보다 왜 이 유물을 보수하는지 복원 윤리를 확실하게 다져준다.



지난 11월 5일 찾아간 학교는 각 실습실마다 진지하게 유물을 대하고 있는 학생들 열기로 뜨거웠다. 재미있는 건 재학생의 90%가 여학생이라는 것. 남성들을 위한 ‘블루 쿼터’를 고려하고 있다고 도나텔라 카베찰리 교장이 푸념할 정도였다. 여성에게 더 어울리는 작업 특성이 여초(女超) 현상을 낳은 모양이었다.



또 하나, 시험이 워낙 어렵고 지원 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외국인 학생이 없다는 것. 하지만 그 높은 벽을 뚫은 학생이 있었으니 단 1명 중국인 여학생이 지난해 입학했다고 한다. 극성 한국인도 이 분야에만은 난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탈리아어가 능숙해야 하고, 복원에 관한 기초 과정 이수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중국과 중국인의 기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기만 하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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