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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금융, LG는 자동차 … 확 바뀌는 재계 지도

중앙일보 2014.11.27 00:51 종합 4면 지면보기
삼성 사장단이 2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출입구를 나서고 있다. 삼성은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 업체 2곳, 삼성테크윈 등 방 산 업체 2곳을 한화에 매각하기로 했다. [뉴스1]


재계 지도가 확 바뀌고 있다. 이전에 보기 힘든 대기업 간의 사업 이양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26일 발표된 삼성·한화 간 M&A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간 이뤄진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 카드사 GE지분 인수 관심
LG는 차량용 센서기술 회사 매입
미래 ‘먹거리 사업’에 역량 집중



 사업 재편을 읽는 키워드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기존의 선단식 그룹 경영구조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문성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신수종 아이템으로 바이오사업을 선정한 뒤부터 관련 국내외 벤처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초음파진단기기 회사인 메디슨을 비롯해 레이·프로소닉·넥서스·뉴로로지카 등을 사들였다. 이번에 화학 계열사 3개를 한화에 넘기면서도 삼성정밀화학은 남긴 것도 새판 짜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룹이 소재·전자, 건설·플랜트, 금융·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삼성정밀화학은 2차 전지용 소재 회사로 포함시킨 것이다.



아직은 수면 아래 있지만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제너럴일렉트릭(GE)이 투자한 현대카드·캐피탈 지분을 인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작 계약이 종료되면서 장부가격만 2조5000억원이 넘는 M&A에 시선이 집중됐다. 현대차로선 자동차사업의 또 다른 축인 금융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다. LG그룹은 올 5월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했다.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LG는 이 회사의 자동차용 센서 기술에 주목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4000억원대인 매출을 2018년까지 1조원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좁게는 국내, 넓게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굵직한 합병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인터넷업계의 최대 뉴스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은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 대항마로 떠오르기 위한 몸집 불리기 차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각각 주택·건축 분야, 석유화학·가스플랜트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4월 합병 법인으로 출범했다.



 반면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이른바 ‘선택과 포기’ 전략이다.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세아그룹에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국내 1위 렌터카업체인 KT렌탈의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뒤 “비주력사업은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지난 6월 매물로 내놓았다. 주력인 화학사업의 덩치를 키운 한화는 편의점사업(씨스페이스)을 홈플러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다음주 중 계약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출판업체인 두산동아를 예스24에 매각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건국대 이장희(경영학) 교수는 “이번 M&A는 흔히 ‘칩(chip·반도체)부터 십(ship·조선)까지’로 표현되는 재벌의 경영방식을 뿌리째 흔드는 구도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특히 3세대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면서 자발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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