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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2017년 폐쇄해야 … 새 원전 건설은 반대 안 해”

중앙일보 2014.11.27 00:44 종합 8면 지면보기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끔 햄버거 집에서 직원·시민들과 대화한다. 지난 19일 시청 취업연수생(사진 왼쪽 위)과 ‘햄버거 토크’를 하고 있다. 서 시장은 바쁠 때 차 안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송봉근 기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시작해 구청장, 새누리당 4선 국회의원, 광역시장까지. 서병수(62) 부산시장의 이력이다. 그는 ‘친박 실세’로도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1년 후배이고,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으로 일했다.


시·도지사에게 길을 묻다 ⑧ 서병수 부산시장

 그런 그가 정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2017년에 고리 원전 1호기(부산시 기장군)를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6일과 이달 6, 9일 세 차례에 걸쳐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고리 원전 1호기는 2007년에 30년 설계 수명이 다했지만 안전 진단을 거쳐 2017년까지로 가동 기간을 10년 연장했다. 전력난을 고려한 조처였다. 그러다 2017년이란 시한이 다가오자 정부 쪽에서 수명 재연장 논의가 나오고 있다.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계속 가동시키자는 것이다. 서 시장은 이에 대해 “안 될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 수명 재연장은 왜 절대 불가인가.



 “예기치 않은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아직 쓸 만하다고 계속 끌고 가다 보면 사고가 난다. 쓸 만하고 안전할 때 그만두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 안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이런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 한다.”



 - 수명 재연장 결정은 부산시장의 권한이 아니다. 정부가 권한을 쥐고 있다.



 “부산 시민의 안전과 관계되는 일인데 권한이 없다고 시장이 방관해서야 되겠나. 정부를 설득해 관철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장의 책무다.”



 - 전력 부족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 상황에선 고리 1호기를 멈춰도 별 문제 없다. 전기를 아끼는 풍토가 시민들 몸에 배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을 줄여가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 원자력 반대론자인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원 전은 필요하다.”



 - 시장 선거 때 신규 원전 건설을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과 다르다. 내년 착공 예정인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가 안전 문제와 미래 전력 수급을 면밀하게 검토해 짓는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원전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 시장선거 공약집 62쪽에 신규 원전 추가 증설을 억제하겠다는 항목이 있다.



 “알다시피 공약이라는 게 후보자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참모들 생각이나 여기저기서 거론된 사안 등 후보자가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들이 들어갈 수 있다. 내 입으로 신규 원전 억제를 언급한 적은 없다.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신고리 5, 6호기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원전 얘기는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로 옮겨졌다. 연구센터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해 폐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해체는 원전 건설만큼이나 덩치가 큰 미래산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곧 센터 입지를 선정하는 등 정부도 힘을 쏟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로 유치하려고 나서고 있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서 시장은 “연구센터뿐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까지 부산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구센터가 왜 부산에 와야 하나.



 “피해 보상 차원이다. 부산과 인근에서 지금 원전 6기가 가동 중이고, 2기가 곧 가동에 들어가며, 4기가 계획돼 있다. 500만 가까운 인구가 사는 지역에 이렇게 원전이 많은 것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당장 우리나라 수도권에 원전이 없지 않나. 원전으로 인해 부산 시민들은 부동산 가격에서 불이익을 봤고, 관광과 투자 기피 현상도 있었다. 연구센터는 이에 대한 보상이다.”



 - 원자력안전위까지 와야 하는 이유는.



 “원전이 많은 곳에 안전위가 있어야 시민도, 이곳에 투자하려는 이들도 안심할 것이다.”



 - 속내는 ‘일자리’ 아닌가.



 “부정하지 않겠다. 부산은 일자리 때문에 젊은이가 빠져나가고 있다. 전문대를 포함해 대졸자 가운데 부산에 취업하는 비율이 57%밖에 안된다. 젊은이들이 부산에서 취업하고 소비하고 결혼해야 세금 수입이 생기고 복지가 이뤄지고 문화·예술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선순환이 된다.”



 - 대책은 뭔가.



 “부산에서 대학 졸업하고 전부 수도권을 쳐다보는데, 부산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구직자들에게 충실히 제공해 미스매치를 없애겠다. 통근 시간 단축도 시급한 과제다. 교통난이 심하고 산업단지 주변에 주거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출퇴근이 힘들다는 점이 부산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 공약은 ‘좋은 일자리 20만 개’다. 통근 시간을 줄인다고 달성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역점을 두는 게 연구개발(R&D)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R&D에 투자해 지역기업이 성장할 신기술을 대학이 개발하도록 하겠다.”



 - IoT는 설명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저절로 전등이 켜지고, 문을 나서면 전기·수도·가스가 꺼지는 것 등이 작은 예다. 무궁무진한 신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해운대 센텀시티에 신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실증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IoT 분야를 키우겠다.”



 부산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낙후된 주거지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6·25 때 생긴 피란민촌 비슷한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하수도조차 연결 안 된 주거지가 적지 않다.



 - 주거 개선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재개발은 해답이 아니다. 주민들 경제력이 약하다 보니 보상금을 받아야 다른 데 가서 또 지금처럼 살 수밖에 없다. 과거 같은 ‘도시 정비’가 아니라 ‘도시 재생’ 사업을 해야 한다.”



 - 구체적 방안을 설명해 달라.



 “저개발 주거지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산꼭대기라 풍광이 좋다. 옛 모습에 스토리를 입히고 풍광을 곁들이면 좋은 관광자원이 된다. 이를 통해 주민들 생활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하수도라든가 도로·주차장·문화시설처럼 부족한 인프라는 보충해줘야 한다. 부산 산복도로 일대가 이런 방법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시장·도지사가 새로 부임한 지자체들은 산하 기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산은 별 움직임이 없다.



 “아직 진단 중이다. 그 속에 구조조정 내용이 다 들어있다. 구조조정할 것은 하고, 외부 인사도 영입하겠다. 내년부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서병수의 햄버거] 시민과 소통 메뉴 … 치맥·돼지국밥도 즐겨



“시청에서 취업 연수한 지 얼마나 됐지.”(서병수 부산시장)



 “전체 6개월 중에 3개월 지났습니다.”(연수생)



 “주로 무슨 일을 하나.”(서 시장)



 “프린트하고, 서류 정리하고….”(연수생)



 “취직 준비는 잘 돼가나.”(서 시장)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입니다.”(연수생)



 “뭐 바라는 건 없나.”(서 시장)



 “자격증과 면접 교육 같은 것을 시켜주셨으면 하는데요.”(연수생)



 지난 19일 점심시간 부산시청 앞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오간 대화다. 서 시장이 자청해 ‘햄버거 토크’ 자리를 마련했다. 연수생들이 희망한 자격증·면접 교육은 바로 담당자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서 시장은 이렇게 가끔 햄버거로 식사한다.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선택하는 메뉴다. 때론 패스트푸드점에 온 시민들과도 대화한다. 장소는 꼭 햄버거집에 한정하지 않는다. 돼지국밥이나 ‘치맥(치킨+맥주)’처럼 소시민들이 즐겨찾는 음식점에 자주 들른다. 시청 직원들에게도 “식사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일할 때도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부임 초기, 집무실 문을 열고 나와 스스로 커피를 타 먹는 모습에 비서진이 낯설어 했다. 직원들과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팔짱을 끼기도 한다. 지난 9월 30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 읍·면·동장 간담회 때 시장 의자를 단상에 배치했다가 담당 공무원이 혼났다.



 지난 9월 5일 부산 사상구의 한 기업을 방문했을 때는 구내 식당에서 식사했다. 수행원들이 미리 음식을 타서 임원들이 앉은 테이블에 갖다 놓았으나 서 시장은 이를 마다한 채 줄을 서서 음식을 받은 뒤 근로자들과 어울려 먹으며 얘기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길게 하는 것 역시 딱 질색이어서 A4 용지 1장을 넘지 않게 한다.



 서 시장의 이런 모습에 공무원들은 “취임 초에만 쇼 하는 것 아니냐. 얼마 못 갈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되자 이젠 ‘서 시장 스타일’이라고 받아들였다. 서 시장은 “권위는 생기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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