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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목요일] 독서왕 키우는 엄마들

중앙일보 2014.11.27 00:21 종합 21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소의초 학부모 26명은 매주 전 학급을 한 차례씩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찾아가 40분 동안 책을 읽어준다. 학교 도서관 책을 이용하거나 직접 학년에 맞는 도서를 준비해 간다. 고학년생들도 저학년생에게 매주 한 차례 일대일로 책을 읽어준다. 6학년은 3학년, 5학년은 2학년, 4학년은 1학년 교실을 방문한다.


아이가 책이 궁금할 때까지, 그냥 매일 읽어주세요

서울 대영초등학교 도서관에서 ‘학부모 독서 명예교사’ 이경희(46·여)씨와 1학년 임수현(7)군이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부모가 곁에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독서 습관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큰 사진)고 조언했다. 반면 “부모가 스마트폰이나 TV에 빠지면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가 생활화한 것은 2011년 심영면(50)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심 교장은 “미국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학습에 필요한 뇌파를 자극하고 독서를 좋아하게 된다는 연구가 발표됐는데 일본 학교가 따라해 봤더니 효과를 봤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학교에 적용해보니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보이더라”고 말했다. 소의초 학생들의 1인당 도서 대출 건수는 2009년 19권에서 지난해 85권으로 급증했다. 학생 한 명이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셈이다. 심 교장은 “친구의 엄마나 형, 누나들이 읽어주는 책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스스로 읽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데 그게 바로 독서의 출발점”이라며 “어휘와 문장, 서사 구조를 귀로 먼저 익혀야 문자로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혜경(37·여·서울 영등포구)씨는 2년 전 TV 보기만 좋아하는 다섯 살 딸 때문에 고민이었다. 영어책을 사줬지만 깔고 앉아 놀거나 낙서만 할 뿐이었다. 조씨는 “공주가 등장해 아이가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사다 틈나는 대로 읽어줬다”며 “전래동화부터 외국동화까지 목이 아플 때까지 들려줬더니 어느 날부턴 스스로 책을 펼치더라”고 소개했다. 일곱 살이 된 조씨의 아이는 요즘 매일 책 세 권을 읽고 독서 후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 25일 서울 대영초 도서관에서 학부모 독서 동아리 꿈트리맘 회원들이 아이들과 ‘사전 순서대로 낱말 배열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TV 예능프로그램이나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을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할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부모가 할 수 있는 독서교육법으로 우선 읽어주기·칭찬하기·기다리기를 추천한다. 김수경 창원문성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그림책에서 이야기책으로 넘어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이제 됐다’며 책 읽어주기를 멈추면 아이가 만화에만 빠질 수 있다”며 “읽기와 쓰기 능력이 비슷해지는 만 14세까지는 책을 읽어주는 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되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발췌해 읽어주거나 도입 부분을 읽은 뒤 나머지는 스스로 읽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책에 흥미를 붙였다면 다음 단계론 수시로 칭찬을 해주는 게 좋다. 오지환(11·서울 대영초 5)군은 요즘 중국 학자가 쓴 470쪽짜리 『삼국지 강의』를 읽는다. “책을 읽다가 유비가 아닌 조조의 입장에서 삼국지를 다시 써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오군이 처음부터 역사 소설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판타지나 추리소설만 붙잡고 살았다. 엄마 김은영(37)씨는 “너무 한 종류만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억지로 권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며 “20권짜리 판타지 소설을 다 읽었길래 ‘끈질기게 책을 읽어내는구나’ 하고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간혹 책을 읽다가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해 줬다. 아이의 선호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자 오군은 서서히 철학이나 문학 쪽으로까지 독서의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에는 학원보다 ‘안방 교육’이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허영림 국민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여섯 살 이전에 가정에서 배운 습관이 그 이후의 학업 능력까지 결정한다는 페스탈로치의 이론은 독서에도 적용된다”며 “아이가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려면 부모부터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딴 김은영씨도 “독서 교육은 욕심을 내서도, 무조건 방치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학원보다 가정의 역할이 크다”며 “부모가 아이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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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에서 독서 지도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강권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종류의 책만 골라 읽는 아이를 혼내는 건 금물이다. 이경희(46·여)씨는 과학 관련 책만 좋아하던 초등 5학년 아들을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 매일 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준 후 아이가 잠들 무렵 싫어하는 위인전도 조금씩 읽어준 것이다. 아이는 위인전의 나머지 내용을 궁금해했다. 스스로 위인전을 찾는 동기로 작용했다. 이씨는 “엄마가 의도적으로 아이의 독서 취향을 이끌려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경 교수는 "편독 교육은 아이가 싫어하는 채소를 요리할 때 잘게 썰어 넣는 것처럼 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본 후 아이에게 권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구립·시립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연령대별 필독 도서를 참고하거나 주기적으로 추천·최신 도서 목록을 e메일로 받아보는 것도 좋다.



 중학교 입학 전후가 되면 아이의 독서 수준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단순한 흥미 위주 독서를 넘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게 도와준다. 홍지연 경민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베스트셀러나 화제가 되는 책이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탐독하는 ‘틈새 읽기’나 다른 나라의 역사·문화적 사건과 배경, 당대의 철학을 두루 맛보는 ‘문화적 읽기’도 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글=신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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