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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간서 신비체험, 세상에 위로가 될까요

중앙일보 2014.11.27 00:07 종합 27면 지면보기
공지영씨는 “수도원은 깨끗하고 싸고 음식 맛도 좋은 매력적인 휴식처”라고 했다. [사진 분도출판사]
소설가 공지영(51)씨가 『수도원 기행 2』(분도출판사)를 펴냈다. 13년 전 펴낸 『수도원 기행』의 속편 격이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린 전편에서 공씨는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낯선 유럽의 봉쇄수도원을 주로 찾아다녔다. 한 번 들어가면 웬만해선 바깥 출입이 금지된 사실상 감금 상태의 ‘성소(聖所)’ 체험을 통해 공씨 자신은 물론 각박한 세상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도원 기행 2』 낸 소설가 공지영
“사후 세계 믿으니 훨씬 여유 생겨”

 26일 기자간담회. 전편과 속편의 차이를 묻자 공씨는 “1편이 인문편이라면 2편은 신화편”이라고 답했다. 또 “이 아줌마, 완전히 할렐루야 아줌마네, 하고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일종의 신비 체험을 책 속에 집어넣었다”고 했다.



 신비 체험은 2002년 독일 쾰른에 있는 피정의 집인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에서 공씨에게 닥친 성령 체험을 말한다. 전편이 머리로 떠난 신앙 여행이었다면 이번 책은 가슴으로 받아들인 여행, 신앙적인 관점에서 더 깊고 넓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얘기였다.



 공씨의 이런 ‘변신’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등 그의 최근작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뜻밖이다. 그는 사형제도, 장애인 인권 등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그늘진 면을 들춰내는 쪽이었다.



 그에 대해 공씨는 “사후 세계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일단 존재한다고 믿고 신앙을 받아들이자 사는 게 훨씬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졌고, 나만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SNS로 신앙상담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일일이 관심을 쏟을 수 없으니 책을 통해 한꺼번에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는 베네딕도 수도회 계열 수도원이 많이 나온다. 지난해 출간한 장편 『높고 푸른 사다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1950년 국군의 흥남철수 때 1만4000명의 피난민을 구한 미국인 화물선 선장이 고향으로 돌아가 나중에 베네딕도회 수사가 된 사실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공씨는 “그 인연으로 한국 베네딕도회의 본부 격인 왜관수도원의 도움을 얻어 이번 책을 쓸 수 있었다”며 “베네딕도 수도원은 자급자족을 위한 건강한 육체 노동, 당당한 가난이 남아 있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관련, “내가 태어날 때 6시간 난산이라고 들었다. 태아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지만 그렇게 세상에 나오면 모두 기뻐한다. 죽는 게 하늘나라로 태어나는 것이라면 세월호 아이들은 말하자면 난산을 경험한 것 아닌가. 그렇게 태어난 천국은 더 이상 고통이 없는 행복한 곳일 거라는 위로의 말을 책에 썼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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