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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빅딜 … 시장은 한나절 환호

중앙일보 2014.11.27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깜짝 발표’의 약효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증시 반응
‘삼성’ 뗀 테크윈 하한가 마감
한화, 반짝 오른 뒤 하락세로
장기적으론 긍정 평가 많아
삼성전자, 자사주 대거 매입

 26일 삼성과 한화의 2조원대 ‘빅딜’이 알려지자 한화 주가는 개장 초 10%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이내 상승세가 꺾이더니 1.27% 하락한 채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케미칼도 마찬가지였다. 장 초반 11% 급등했지만 결국 0.75% 상승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화에 인수되는 회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테크윈 주가는 장 내내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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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환호했던 증시가 냉정해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빅딜로 기대할 수 있는 단기 시너지 효과에 의문 부호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룹 차원이 아닌 개별기업 단위로 보면 크게 얻을 게 없다는 얘기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엔 이번 인수가 재무구조의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인수로 한화케미칼의 순차입금이 4조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며 “이미 연간 순이자비용이 약 2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입금이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한 삼성테크윈에 대해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명에서 ‘삼성’이 빠지면 ‘삼성 프리미엄’이 소멸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높은 밸류에이션 기반이었던 삼성 프리미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삼성 브랜드로 진행해온 폐쇄회로TV(CCTV) 사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중공업 계열사와의 협업을 기대했던 사업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국내 대표 대기업 간의 자발적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산업구조 재편이 촉진되면 참여한 대기업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빅딜은 저성장 시대를 맞아 각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며 “기업성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거래로 삼성과 한화 모두 서로의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삼성은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과 돈이 생겼고, 한화는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은 정보기술(IT)과 소비재·금융·헬스케어로 산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화학 등 중공업업종은 더 이상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방산 및 석유화학 분야에서 시장 1위로 도약하는 기회가 됐다”며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매출은 기존 1조원 규모에서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석유화학 매출 규모는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 26일까지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를 통해 사들이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또 제일기획이 갖고 있던 자사주 2200억원어치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로 삼성전자가 가진 제일기획 지분은 12.61%로 늘어 삼성물산(12.64%)에 이은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제일기획은 자사주 처분 이유로 “경영 안정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수석연구원은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넘어가기 전에 경영권 승계와 경영효율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후계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업의 선전과 부진했던 사업의 실적 정상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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