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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음악이 있는 아침]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 3악장

중앙일보 2014.11.26 05:00




작곡가는 잠이 덜 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1번 3악장입니다. 음악은 시작했지만,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자리에서 빙빙 돌고, 머뭇거리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중반부에 가면 선율은 분명해집니다.(링크된 동영상에선 2분 50초쯤) 이제야 음악다운 음악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첫 부분이 좋습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반복해 듣곤 합니다.(뭐든지 시키는 대로 안 하는 성격?) 목적 없이 멈춰 있는 음악에 맞춰 멍해지는 기분이 좋거든요.



제가 보는 브람스의 매력은 언제나 이런 면입니다. 음악이 갑자기 멈추는 것, 그리고 이상한 혼잣말을 하는 부분. 그럴 때마다 숨이 탁 막힙니다.

아직 몸이 덜 풀리신 분, 지난 밤 꿈에서 덜 깨신 분 계시죠. 이 이상한 음악이 말을 건넵니다. “멍해져도 괜찮아.” 이제 겨우 아침이니까요.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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