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박람회급 참가 뮤지션들 멋들어지게 지휘

중앙선데이 2014.11.22 02:08 402호 6면 지면보기
6년 만에 발표된 토이의 새 앨범 ‘Da Capo’가 발매와 동시에 음원 차트에 ‘줄세우기’를 전했다. 음반 판매량에 비해 음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던 지난 앨범을 능가하는 성적이다. 김동률-서태지에 이은 토이의 음원 차트 장악은 음악 시장의 판도가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에게마저 완전히 음원으로 넘어갔음을 확인해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6년 만에 새 앨범 낸 ‘토이’ 유희열

이 앨범은 시작과 끝을 명확히 제시하고 짜여간다. 인트로에 이어 이적이 보컬을 맡은 ‘Reset’은 오랜만의 복귀작에 임하는 유희열의 자세를 보여주는 일종의 출사표다. ‘기다려줘 이 노랠 다 만들 때까지/마지막 코드가 다 끝날 때까지’라는 각오와, ‘조금씩 나를 잃어 가고 있어/여기가 난 어딘지 모르겠어’라는 불안이 공존한다. 중견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그리고 한 세대의 감성을 여전히 책임지고 있는 40대 중반의 음악인이라면 능히 느낄 감정들이다.

이 중첩된 감정은 그 뒤 9곡을 거친 후 보다 진솔하게 돌아온다.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우리’에서 그는 ‘난 노래를 만드는 뭐 그런 일들을 해’라는 고백으로 시작해서 ‘소중한 건 변해갈수록 내 곁에 변함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힘겨워하며 만든 ‘취한 밤’은 일종의 에필로그가 되어 앨범의 문을 닫는다.

타이틀 곡 ‘세 사람’은 전형적인 ‘토이표 발라드’다. 기승전결 뚜렷한 멜로디로 그려나가는, 결국 실패한 짝사랑의 후일담이야말로 90년대 정서의 한 축이자 토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바로 그 이야기와 노래를, 유희열은 보다 정교해진 편곡과 구성으로 제시한다. 김동률이 노래한 ‘너의 바다에 머무네’ 역시 토이의 발라드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일격이다.

이런 노래들을 중심점 삼아 토이의 컴퍼스는 어느 때 보다 큰 원을 그린다. 다이나믹 듀오를 끌어들여 랩을 도입하고 선우정아와 함께 유럽 고전 포르노 영화에서 만날 수 있던 끈적끈적한 음악을 선보인다. 이 큰 원이 안정감을 가지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화려한 객원 가수들과 참여 뮤지션들 때문이다.

‘Da Capo’는 말하자면, 아이돌을 제외한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진영이 총동원된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적, 김동률, 성시경 등 그의 오랜 벗들이 있다. 페퍼톤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세컨드 세션 등 인디 진영의 뮤지션들이 편곡과 세션에 대거 참여했다. 김예림, 악동뮤지션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새로운 객원 가수로 참가했다. 급작스레 가요계의 대세를 차지한 힙합 뮤지션들까지.

음악 박람회급의 이 다채로운 참가진은 결국 ‘지금 우리에게 유희열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6집 ‘Thank You’ 이래 유희열의 활동 범위는 확 넓어졌다. ‘라디오천국’으로 다시 심야의 청취자들을 사로잡았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지상파의 유일한 음악 전문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다. ‘K팝 스타’를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이돌 편향의 현 방송계에서 다른 음악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 소외될지 모를 컨텐트들이 유희열이란 플랫폼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Da Capo’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각양각색 개성을 하나의 앨범에 솜씨 있게 소개하고 배치하며 어우러지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유희열은 큐레이터이자 지휘자이기도 하다.


글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hanmail.net 사진 중앙포토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