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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 투명 만두피 튼실한 새우 빵빵 홍콩서 먹던 그 딤섬

중앙선데이 2014.11.22 02:50 402호 24면 지면보기
‘뻑 하면’ 홍콩을 갈 때가 있었다. 미국계 글로벌 기업의 한국 현지 법인을 맡아 운영할 때의 일이다. 당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사가 홍콩에 있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얘기를 하면 안 풀리는 일도 풀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선진 경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글로벌 기업에서도 결국 사람이 일을 하는지라 이런저런 회의를 많이 해야 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출장을 가야 할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아침에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올 때도 있었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48> 바오 차이

이렇게 피곤한 출장 스케줄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홍콩의 음식이었다. ‘네발 달린 것은 책상과 의자를 제외하고 뭐든지 먹는다’는 음식 천국 식도락의 본고장이 광둥(廣東) 지역이고, 홍콩은 그 지역에서도 맛있는 음식들이 모두 모여드는 최 상위 단계의 소비 블랙홀이었다. 그 중에서도 딤섬(點心)은 특별했다. 몇 천년 전부터 광둥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음식이라고 하는데, 작은 만두 모양의 한입 요리를 대나무 통에 쪄 내오는 방식이 중심이다. 재료에 따라, 조리 방법에 따라 요리가 아주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맛도 대부분 훌륭했다.

딤섬은 중국 표준어인 디앤신의 광둥어 발음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불가(佛家)에서 선승이 수도를 하다가 시장기가 돌 때 마음(心)에 점(點)을 찍듯이 간단하게 먹는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가 아침, 점심, 저녁식사 할 때 바로 그 점심(點心)의 유래가 된 단어다. 이 단어가 어떻게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식사를 의미하게 됐는지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의미는 참 재미있다. 정작 중국에서 딤섬은 차와 함께 먹는 간식이라는 의미이고 점심식사는 우판(午飯)이라고 부른다.

홍콩을 자주 가지 않게 되면서 딤섬을 먹을 기회도 많이 줄어 들었다. 그 맛이 그리울 때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기는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딤섬을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다. 그저 모양만 흉내를 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식재료가 다르기도 하고 숙련된 전문 요리사가 부족해서 본토의 맛을 못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을지로에 있는 ‘바오 차이(Bao Chai)’는 홍콩에서 맛보는 수준의 딤섬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딤섬과 홍콩식 죽을 전문으로 한다. 호텔과 외식업계에서 오래 일을 해온 조상현(44)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경력이 20여 년이 넘은 딤섬 전문 요리사 두 분을 홍콩에서 초빙하고, 중요한 식재료는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 제대로 된 딤섬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매일 새롭게 만들어 당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신선한 딤섬을 즐길 수 있고, 종류도 모두 20여 가지로 다양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딤섬은 샤자오(蝦餃·하교)라고 부르는 것이다. 쫄깃하고 투명한 만두피에 튼실한 새우가 꽉 차 있는 만두다. ‘바오 차이’에서 만들어내는 샤자오는 우선 만두피부터 다르다. 오랜 경력의 딤섬 장인이 제대로 만들었다. 대충 만들면 쉽게 찢어지거나 쫄깃한 맛이 안 난다. 홍콩에서처럼 생 새우를 통으로 넣지 않은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우가 닭고기 베이스의 육수를 기본으로 해서 잘 양념이 된 것이 이만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대나무 통에 갓 쪄낸 따끈따끈한 샤자오를 한입 베어 물면 맛이 참 충실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행복해 진다.

왕쯔춘즈완(網紙春卷·망지춘권)이라고 새우와 죽순 채를 춘권 피로 싸서 튀겨낸 딤섬도 아주 맛있다. 쌀 가루로 만든 춘권 피는 홍콩에서 직접 가져온다. 우리나라의 쌀을 이용해서 만들면 중국 현지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우와 죽순의 조화도 훌륭하지만 잘 튀겨진 춘권피가 아주 고소하고 바삭거리며 씹히는 것이 일품이다.

딤섬이란 원래 불가에서는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었다지만 우리 속인들은 막상 이렇게 맛있는 딤섬 집에 가게 되면 점을 하나만 찍는 것이 참 어렵다. 유혹처럼 여러 접시를 시키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라 마음에 점이 하나가 아니라 점점이 쭈욱 찍히게 된다. 이래저래 마음 다스리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라는 변명으로 자기 위로를 하면서 슬쩍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맛 있는 것이 죄도 아니고.

▶바오 차이: 서울시 중구 을지로 100 파인에비뉴 지하 1층. 전화 02-6031-0107. 휴일은 없다. 딤섬 한 접시 8800원 수준. 세트 메뉴도 있다. 와인을 가져가서 마셔도 따로 돈을 안 받는 고마운 곳이다.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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