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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친 밀피예 섬세한 프렐조카쥬

중앙선데이 2014.11.22 03:10 402호 28면 지면보기
늦가을 두 명의 프랑스 남자에게 국내 무용계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만의 남편이자 최근 파리 국립발레단장직을 맡은 뱅자맹 밀피예(38)와 세계 유수발레단의 러브콜을 받으며 고전과 현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천재 안무가 앙즐랭 프렐조카주(58). 둘 다 프랑스를 대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안무가이기에 그들의 행보가 곧 미래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명의 천재 안무가 한국 공연

밀피예, 알레고리의 부재 극복
밀피예는 LG아트센터 무대(11월 13~14일)에 섰다. 비록 밀피예가 직접 내한하지는 못했지만 LA댄스프로젝트의 첫 내한공연이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설립한 LA댄스프로젝트는 영상제작자·음악가·사진작가·의상디자이너와의 공동작업을 무대에 올린다. 더욱이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자로 주인공 포트만과 결혼한 장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번 무대에서 밀피예의 안무작은 소품 세 편 중 첫 번째로 소개됐다. 프랑스 주얼리 회사 반클리프&아펠의 의뢰를 받아 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리플렉션’은 과거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보석’에서 보았던 다이아몬드, 루비 등의 구체적인 이미지는 없었다. 단지 빨간 무대 뒷막을 가득 채워 하얗게 쓴 ‘STAY’ 타이포그래피(디자인 바바라 크루거)를 배경으로 솔로, 듀엣, 트리오의 긴장감 넘치는 구성이 눈에 띄었다. 동작은 발레와 현대무용이 적절하게 녹아있었고, 피아노곡과 어우러진 빠른 발동작이 경쾌했다.

밀피예의 안무력을 판단하기엔 작품 길이가 너무 짧았다. 그러나 프랑스 태생이지만 미국에서 20여 년간 활동해온 그가 흔히 미국적이라고 지적하는 알레고리(은유)의 부재를 극복하고, 자신의 예술철학인 ‘공동작업’의 모델을 제시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천재성 압축해 보여준 프렐조카주
프렐조카주의 ‘스노우 화이트’(11월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명작’이다.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 ‘공원’ 등 컨템퍼러리발레의 선두적인 작품을 보며 감탄했지만, ‘스노우 화이트’는 프렐조카주의 천재성을 압축·발현한 결정판임이 분명했다. 동화를 소재로 하지만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계모의 ‘질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감성이 넘쳐나는 남녀2인무, 전통을 표현하는 군무 등의 안무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거기에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춤추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장 폴 고티에의 의상, 미니멀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을 담은 티에리 르푸르스트의 무대는 말러의 섬세하면서도 장엄한 선율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쉬는 시간없이 110분간을 하나의 숨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동작 사이사이 감정이입을 충분히 녹여낸 움직임에 있었다.

세대·표현 방식 달라도 우리 시대의 ‘스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현대예술은 협업의 중요성이 늘 강조되어왔다. 그 결과 각 방면에 다재다능한 전방위 예술가도 탄생했고, 종합예술인 무용은 그들의 장기를 보여주기에 적절한 장르로 부각됐다. 그러다 보니 무용작품이 화려해지긴 했으나 움직임의 본질을 잃기도 했다.

세대도 다르고, 표현방식도 다르지만,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두 안무가를 연이어 접하면서 느낀 점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컨템퍼러리댄스의 진정한 정의가 쌓이듯 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이 젊고 스타성 강한 밀피예에게 수장자리를 맡긴 점, 최첨단의 기술과 협업의 선두에 섰던 프렐조카주가 고전에서 정체성을 다시 찾고 있는 점 등을 보아 (단순히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이라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전통과 미래의 결합에서 미래의 춤은 그 본질을 얻을 것이다. 춤은 전방위 예술을 등에 업은 전통으로의 회귀로 나아갈 것이다.


글 장인주 무용평론가 cestinjoo@daum.net 사진 LG아트센터,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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