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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살아있다 진화하니까

중앙선데이 2014.11.22 03:30 402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도미니크 풀로 역자: 김한결 출판사: 돌베개 가격: 1만5000원
‘박물관이 살아있다’. 생뚱맞게도 책을 덮고나자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박물관 하면 떠올렸던 ‘불변’ ‘영원’ ‘유산’ 같은 단어는 편견과 무지였다. 박물관은 언제나 생물이었고, 늘 변화무쌍한 존재였다. 소장품은 물론이고 관람객의 계층, 전시의 가치까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박물관의 탄생』

책은 프랑스 박물관사 및 박물관학 연구의 중심적 인물인 도미니크 풀로(58)가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개론서다. 16~18세기 유럽의 근대 시기부터 19~20세기까지 박물관의 길고 긴 역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중심축 삼아 박물관의 정의부터 사회적 책임,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까지를 짚어낸다. ‘박물관학’이라는 새로운 학명을 소개하는 부분에선 저자의 학문적 깊이가 극적으로 드러난다.

애초 박물관의 소장품은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왕가와 군주들, 부르주아끼리만 서로 공개하던 컬렉션이 점차 예술계 전문가나 제자들에게 공개된 것이 근대적 박물관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처럼 대중에게 문을 연 건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였다. 당시 정부는 국립박물관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입장할 권리를 부여했다. 이후 나라마다 박물관을 국가 정체성의 상징으로 인식하며 소장품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고, 20세기에는 정치 체제를 선전하는 프로파간다고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거보다 저자가 주목하는 건 현대 박물관의 변화다. 더 이상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보여주는’ 곳이라는 점을 포착해 낸다. 예전에는 컬렉션의 질과 희소성, 양적인 완벽함이 박물관과 전시의 가치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된 것. 또 영화의 블록버스터처럼 관람객의 숫자가 전시의 성패를 좌우한다. 학문의 바탕이 되는 지식 습득의 장이 아닌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오락의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이 떠오른다. 설탕부터 재판 서류까지, 박물관에 들어가지 못할 물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아니, 틀렸다. 물건만이 아니라 무용과 음악 같은 무형의 예술까지 ‘전시’가 가능해 진다.

박물관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그 변화의 기류에서 중심을 잡고 본질을 짚어내는 일이 더욱 중요해 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박물관학’을 통해 화두를 제시한다. ‘박물관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박물관의 정책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박물관을 활용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박물관을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같은 논점이 중요한 이유는 박물관이 대규모 조직과 자본의 논리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어느 건축가가 지었느냐는 차치하더라도 카페테리아의 인테리어와 메뉴, 조명과 표지판, 심지어 보안시스템과 매표 전산관리 같은 ‘대민 서비스’가 박물관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박물관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새롭게 드는 생각이 있다. 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박물관이 사회 전반에, 모든 시대에 촘촘히 뿌리를 박고 있는 엄청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구축된 장소”라는 거다. 이것이 죽은 공간에서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조명되는, 박물관의 새로운 탄생일 터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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