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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안전처 발족, 안전 백년대계 첫걸음 돼야

중앙선데이 2014.11.22 23:40 402호 2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약속한 ‘재난 안전 컨트롤 타워’인 국민안전처가 지난주 업무를 시작했다. 육상·해상과 자연·사회 재난으로 분산돼 온 대응 체계를 통합한 국민안전처의 출범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가 다짐한 ‘안전 대한민국’으로 가는 정부 대책의 첫걸음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해경의 무능과 안전행정부의 무사안일은 국민에게 ‘과연 이 정부를 믿고 살아갈 수 있나’ 하는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 주어진 ‘국가 대개조’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장관급 정부부처로 신설된 게 국민안전처다.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업무를 총괄하고 차관급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아우르는, 정원 1만 명의 공룡 조직이다. 장관 아래 3명의 차관급을 둔 것도 전례가 없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민안전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재난 대응을 진두 지휘할 컨트롤 타워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건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근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전처의 가장 중요한 임무여야 한다.

 그러나 장·차관에 군 출신 인사들을 줄줄이 앉힌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상명하복 문화와 일사불란한 행동에 능한 군 장성들이 기용된 건 안전처가 재난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치중하는 부처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낳게 한다.

 대통령-재난비서관-총리-국민안전처-소방·해양본부로 이어지는 옥상옥식 지휘체계와, 국민안전처 장관은 일상적 재난만 다루고 대규모 재난은 총리가 담당하는 구조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긴급 재난 발생 시 책임 떠넘기기 추태가 재연될 여지가 크다. 인사·예산에서 사실상 독립기구인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를 국민안전처 장관이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관급 부처라지만 총리실 산하여서, 재난이 발생할 때 군과 경찰과 같은 거대 유관 부서들을 지휘하기엔 힘에 부칠 것이란 점도 우려를 더한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국가 재난 발생 시 28개 연방 부처는 물론 적십자 같은 민간기구까지 지휘권을 장악하는 이유를 숙고해야 한다.

 대형 참사 때마다 지적된 문제점들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는 한 국민은 그 어떤 재난대책기구를 만들어도 전적인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혁파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관련 조직을 모아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판교 환풍구 붕괴나 전남 담양 펜션 화재 등 어이없는 인재(人災)들이 이어졌다. 큰 희생을 치른 뒤 후회하고, 사후약방문 식 대책을 내놓는 잘못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국민안전처가 속히 재난 예방 인프라 구축에 능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효율적인 지휘체계를 수립해 국민 안전의 중추기관으로 뿌리를 내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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