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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측서 대북 삐라 안막아 고위급 대화 무산”

중앙선데이 2014.11.22 23:42 402호 2면 지면보기
“남측 정부가 왜 풍선(대북 전단)을 막지 않느냐고 북측이 반복해서 얘기하더라.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니 진지한 표정으로 수첩에 받아적더라.”

개성서 ‘이희호 방북’ 협의한 김성재 전 장관에게 따져 … 분단 70주년 행사 제의엔 ‘끄덕’

 지난 21일 개성공단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절차를 협의한 김성재(전 문화부 장관·사진)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이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회담의 전말을 전했다. 김 원장은 이날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 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5명과 2시간가량 만났다. 양측은 이 여사가 육로로 평양을 찾아 보육원 2곳을 방문하는 일정에 합의했지만, 방북 시기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북측은 ‘날씨 문제도 있고 하니 빨리 오라’고 했지만, 김정일 사망 3주기(12월 17일) 같은 북측 내부 문제를 고려해야 했다”며 “그래서 이 여사의 건강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 주 내로 방북 희망 일자를 전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 중엔 방북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12월 17일을 전후한 기간은 피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북측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담 도중 북측이 “대화하러 (남측에) 여러 번 내려갔지만 남측이 자꾸 판을 뒤엎는다. 풍선을 왜 막지 않느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김 원장이 “보수정권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이해를 구하자 북측은 “그래도 풍선은 막아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북측이 ‘무산된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사되려면 대북 전단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하자 북측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첩에 이를 받아적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또 문세광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은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해 김정일과 만난 사실을 김 원장이 언급하자 북측은 “그랬다. (박 대통령이) 원수님(김정일)과 합의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북측은 김 원장이 통준위 분과위원장인 점을 언급하면서 “남측 실세가 오셨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여사가 정치인은 방북 수행단에서 빼기로 한 데 대해 북측은 “남측 신문에서 그런 보도를 봤다”며 이유를 물었지만 김 원장이 “이 여사만큼 정치적 비중이 높은 분이 어디 있느냐”고 답하자 그냥 넘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여사가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과 관련, 김 원장은 “북측이 ‘윗분의 뜻을 받들어 나왔다’고 밝힌 데에 (김정은이 이 여사를 만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회의 말미에 “내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남북 공동행사를 준비 중인 만큼 통준위와 아태 위원회 간에 대화를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더니 이에 웃으며 끄덕끄덕하더라”고 전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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