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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의사가 9년 전부터 나비 넥타이를 매는 사연

중앙일보 2014.11.22 13:31
“3년째 방송을 계속 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방송국에 가서 오후 3시부터 밤 11시 가까이 녹화한다. 다행히도 아직 체력에 큰 부담은 없다. (내가) 출연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아서인지 좌장 역할을 주로 한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대사는 젊은 의사들에게 양보한다.”


‘닥터의 승부’ 3년째 하고 있는 소화기 명의,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민 원장이 분류한 질병의 세 패턴
환자와 의사의 스킨십과 라포가 질병 치료 효과를 좌우

서울 강남의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73, 소화기내과)은 JTBC의 건강 프로 ‘닥터의 승부’ 원년 멤버다.



그는 요즘도 아침 7시엔 병원에 도착해 8시부터 오전 내내 환자를 만난다. 그는 서울아산병원ㆍ동국대 일산병원ㆍ건국대병원 등에서 명성을 떨친 복통(腹痛) 명의.



20일 오후 원장실에서 만난 민 원장은 본인의 건강 얘기부터 들려줬다.



“키 173㎝, 체중 69㎏의 체형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콜레스테롤·혈당은 정상이지만 고혈압과 통풍·어지럼증이 있어서 약을 먹는다. 병이 있으면 약으로 잘 관리하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조절하며 함께 사는 병, 낫는 병, 죽는 병 등 질병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당뇨병·고혈압 등이 조절하며 함께 사는 병에 해당한다. 이런 병은 “환자 대상 교육이 곧 약이고 환자는 자신의 병을 ‘사랑’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폐렴 등 감염병과 대장 용종 등 수술을 통해 떼어낼 수 있는 병이 그가 말하는 낫는 병이다. 죽는 병은 생애 딱 한번 걸리게 된다. 췌장암&폐암 등이 여기 속했지만 최근엔 폐암의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민 원장은 요즘 소화기내과 질환의 특징으로 “대장암·유방암·역류성 식도염 등 서구식 식사&비만과 연관된 질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을 꼽았다. 대신 위암은 조금씩 줄고 있다고 했다. “위암 감소는 젊은 세대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낮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만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본다.



“신해철씨가 젊은 나이에 숨진 것도 살을 빼기 위해 수술 받은 것이 단초가 되지 않았나. 비만은 질병이다. 비만 수술을 받더라도 체중 관리는 일생 계속해야 하는 데 이것이 쉽지 않다. 설령 위의 용적이 (수술로) 반으로 작아졌더라도 먹던 습관은 함께 작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방식까지 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비만 수술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다.”



비만이 대장암&유방암 등 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고 했다.



“김자옥씨의 경우 원래는 대장암이었는데 폐로 전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인(死因)은 폐암이 아니라 대장암의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해야 맞다. 최근 국내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선 50대 이후 매 5년마다 대장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폴립)을 떼어내면 되는데 피일차일 검사를 미루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직장인들의 건강진단 시기인 겨울에 더 특별히 심해지거나 잦아지는 위장병은 없다고 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위염 판정을 받으면 겁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염증이라고 하면 일반인은 피부가 곪는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화농성 염증에 해당한다. 위염이 있다고 해서 위벽에 고름이 잡힌 것은 아니며 대부분 통증도 없다.”



민 원장은 청진기ㆍ촉진ㆍ10분 진료ㆍ나비넥타이를 고수한다. 환자와 의사의 긴밀한 스킨십이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어서다.



“CTㆍMRIㆍ내시경 등 고가의 의료검사장비는 환자의 몸에 나타난 현상을 읽은 것이지 증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증상을 제대로 알아내는 데는 자세히 묻고(묻고) 만지는(촉진) 것이 값비싼 검사보다 훨씬 유용하다.”



과거엔 흰 가운과 함께 의사의 상표였던 청진기가 최근 들어 거의 퇴물 취급 받고 있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병을 치료하려면 의사와 환자가 신뢰 관계인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간 스킨십이 부족하면 라포가 생길 리 만무하고 이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면 플라시보(가짜약) 효과도 떨어진다.”



의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환자에게 고가의 검사를 은근히 유도하는 것은 일종의 ‘의료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내가 눈만 몇 번 껌벅이면서 ‘암 검사를 해보라’고 하면 이를 거부할 환자가 몇 명이나 있겠나? 나중에 검사해서 암이 아니라고 하면 오히려 (환자가) ‘고맙다’고 할 것이다. 양심적인 의사라면 이런 식의 겁주기 과잉 검사를 절대 해선 안 된다. 혈액검사ㆍX선ㆍ내시경ㆍ초음파ㆍCTㆍMRI 등 수많은 진단 검사가 있지만 예를 들어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이 검사들을 다 받게 할 수는 없다. 어떤 검사를 받도록 하느냐는 전적으로 의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촉진·문진을 정확하고 자세히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른 예상 진단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의 검사를 환자에게 권유하는 의사가 그가 규정하는 진짜 ‘명의’다.



민 원장은 10대 여성 아이돌그룹 환자를 볼 때도 예외 없이 ‘마구’ 촉진하는 의사다.



“촉진할 때 찬 손으로 갑자기 배를 만지면 환자가 움찔하며 놀랄 수 있다. ‘차갑다’는 느낌은 배를 긴장시켜 오진(誤診) 가능성을 높인다. (내가) 반드시 손을 데운 후 촉진하는 것은 그래서다.”



그는 진료실에 조그만 의료용 찜질기를 늘 비치하고 있다. 촉진 전에 자신의 손을 먼저 데우기 위해서다.



그는 요즘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를 주로 본다.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면 30명도 채 못 본 채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그는 “환자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PC 화면에만 몰두하면서 ‘어디 아프세요?’,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X선) 사진 찍고 오세요’ 등 세 마디로 진료를 끝내는 경우가 많은 우리 의료현실”을 안타까워했다.



“‘3시간대기, 3분 진료’란 말이 있지만 (자신은) 최소 10분은 환자와 대화를 나눈다. 환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얘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환자들이 느끼는 복통의 위치ㆍ정도ㆍ유형 등만 잘 귀담아 들어도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빈속일 때 복통이 나타났다가 음식이나 물을 마신 뒤에 사라졌다면 위장 질환이기 쉽다. 음식이나 물이 위산(胃酸)을 중화시켜 통증을 덜어줬다고 볼 수 있어서다. 오른쪽 윗배가 심하게 아프면서 그 증상이 오른쪽 어깨까지 퍼지면 담낭염이나 담석증이 의심된다. 왼쪽 윗배가 아프면 신장결식이나 급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있다. 위궤양은 식후에, 십이지장궤양은 식전이나 새벽에 속쓰림ㆍ통증이 잦고 심하다. 이런 진단은 모두 환자의 말을 열심히 들어야 내릴 수 있다.”



그는 나비넥타이를 매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이미 9년째 매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이 병원 의사들 모두가 ‘나비족(族)’이다.



”환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나비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몰라도 나비넥타이는 기억한다. 보통의 넥타이는 세탁을 자주 하지 않으므로 온갖 세균이 온상이다. 넥타이를 통해 환자에게 인플루엔자(독감) 등 병원체가 전파되기도 한다. 반면 나비넥타이는 위생적이다. 특히 (자신처럼) 환자와 신체 접촉이 잦은 의사에겐 더욱 그렇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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