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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유발자’ 백규정 … LPGA서 정말 사고 치려고요

중앙일보 2014.11.22 00:43 종합 10면 지면보기
올해 국내 여자투어 신인왕 백규정은 시즌 내내 좌충우돌하면서 마찰을 일으켰다. 내년에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그는 여자 타이거 우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톱에 새긴 하트가 눈에 띈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백규정
올해 국내 여자투어에서 4승을 거둔 슈퍼 루키 백규정(19·CJ오쇼핑)이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달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으로 내년 LPGA 출전권을 따낸 백규정은 “미리 대비하겠다”며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로 날아가 시즌 최종전인 CME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내년 시즌 풀시드 받아



 티뷰론 골프장에서 만난 백규정은 행복해 보였다. “한국 선배들은 물론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나에게 연장전에서 진 브리타니 린시컴까지도 나를 환영해 줘서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서로 견제하는, 후배들 누르려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여긴 다르더군요.”



 2014년 백규정은 ‘좌충우돌’ 이었다. 그가 가는 곳에 사건도 함께 터졌다.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버릇없는 신인이라는 쑤군거림은 여러 번 나왔다. 동반자인 장하나(22·BC카드)가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됐는데 마커인 백규정이 일부러 그랬다는 소문도 돌았다. 벌타 관련, 경기위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백규정은 “반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언니들한테 살갑게 할 수도 있는데 제가 모자랐죠. 후배들에게는 잘 해주는데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선배들이 뭐라 하면 ‘어, 그랬어요’ ‘예, 아닌데요’라고 무뚝뚝하게 답하니까 오해가 생겼나 봐요.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와일드한데다 덩치가 크니까 더 두드러져 보인 것 같아요.”



 그런 백규정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공 잘 치는 그가 선배를 무시한다는 얘기와 선배들이 실력이 뛰어난 후배의 기를 꺾으려 한다는 의견이다. 둘 중 어떤 경우든 출중한 실력을 가진 백규정은 모난 돌이었고, 그래서 국내 투어에서 정을 맞았다.



 숱한 사건사고 속에서도 백규정의 성적은 좋았다. 골프는 고도의 멘털 게임이다. “맷집이 강한 것 같다”고 했더니 백규정은 “나도 손 떨리고 가슴이 콩닥 콩닥거린다. 그걸 잘 안보여주려 할 뿐”이라고 했다.



 그의 내년 목표는 당연히 LPGA투어 신인왕이다. 내년 LPGA 투어엔 한국 선수들이 대거 합류할 전망이다. 이미 시드를 확정한 백규정과 김효주(19·롯데) 말고도 김세영(21·미래에셋)·장하나 등이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예선전 격인 퀄리파잉스쿨에 신청을 마쳤다. 호주 교포인 이민지(18)도 내년에 LPGA투어에 나온다. 백규정은 “실력은 비슷하다. 미세한 차이가 내년 신인왕 타이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백규정은 “어린 시절부터 박세리와 타이거 우즈만 보고 골프를 했다. 내 꿈은 여자 타이거 우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백규정은 아직 호랑이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 숱한 견제를 받으면서도 맹수 기질은 버리지 않았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국내 무대를 박차고 LPGA라는 커다란 밀림으로 뛰쳐나온 그가 어떤 맹수가 될지 궁금하다. 일단 미국에서 첫 라운드는 조심스럽게 치렀다. 21일 열린 첫날 경기에선 3오버파 48위로 출발했다.



 한편 100만 달러가 걸린 CME 타이틀과 올해의 선수상·최저타수상·상금왕·다승왕 등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는 한 조에서 경기했다. 루이스가 3언더파 공동 3위, 박인비는 1언더파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훌리에타 그라나다(29·파라과이)가 6언더파를 쳐 첫 날 선두에 나섰다.



네이플스=성호준 기자



◆CME 투어 챔피언십 중계 안내=22~24일 오전 3시30분부터 J골프가 전 라운드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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