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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호모 디지쿠스] 짝 없는 것도 서러운데 솔로에게 ‘싱글세’ 라니 … 다음엔 ‘벙글세’인가?

중앙일보 2014.11.22 00:30 종합 22면 지면보기
싱글세는 농담이었다. 그렇지만 농담으로 던진 한마디에 인터넷의 솔로들은 무너져 내렸다. 깃털 뽑히는 고통에 지쳤는지 이번에 싱글세면 다음엔 ‘벙글세인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짝 없는 것도 서러운데 홀로 된 것이 무슨 범죄냐, 심지어 복지 대상자더러 짝을 구해주기는커녕 세금을 내란다며 당장 대통령부터 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인터넷에서는 혼자 오래 살아온 솔로를 모솔(모태 솔로)이라고 부른다.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였다는 말로 모태 신앙에서 따온 말이다. 파생된 말로 ‘솔로 천국 커플 지옥’이라는 말도 있다. 지옥이라고 쓰고 ‘부러움’이라고 읽는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노총각들은 마치 수도승처럼 성인의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고 동정을 지키면 마법사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네티즌들은 그 기간을 보통 25년으로 본다. 군대 갔다 와서 취직 준비해야 하는 그때까지도 짝을 못 만난 남자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단다. 물론 다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애인이 안 생기니 아예 ‘ASKY’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안 생겨요’라는 뜻이다. 인터넷답게 ASCII라는 문자 표준코드랑 어울린다. 때로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용감하게 프러포즈에 나섰다가 딱지 맞은 사연이 올라온다. 그러면 대부분 ‘토닥토닥’ 관심을 가져준다. 그 반대로 프러포즈에 성공한 사연은 드물다. 성공 자체도 드물겠지만, 성공사례를 올렸다가는 ‘염장 지르느냐’ ‘남의 이야기 아니냐’며 온갖 시샘에 시달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 수는 1800만. 이 중 1인 가구는 2010년 24%에서 2030년이면 30%로 예상된다. 가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거다. 그 비율이 3분의 1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TV에서도 ‘혼자산다’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혼자 먹는 식당’이 검색어로 오르기도 한다. 홀로 된 노인들도 많지만 젊은이들도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다 경제 때문이다.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겨우 짝을 구한다 해도 이번에는 데이트 비용을 누가 내느냐로 또 시비다. ‘김치녀’ ‘된장녀’는 훌륭한 우리 전통음식 이름이 꾸미고 있지만 ‘남성에게만 비용을 부담시키는 여성’을 뜻하는 비하 어감을 갖고 있다. 그깟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거론한다 할까 싶어 인터넷에서 주로 익명으로 구시렁거리는 찌질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생각해봐도 서글퍼질 것이다. 누군들 보란 듯이 ‘멋진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겠는가.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세대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 할아버지 세대들이 전쟁의 상흔 속에서 단체로 힘겹게 살아야 했다면 이들은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소외된 채 외롭게 일을 해야 한다. 택배기사로, 바리스타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개발자로 힘겹게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이 앞 세대들이 마구 빌려 쓴 미래 자산, 부채 탓이다. 나라도 빚쟁이고, 가장들도 빚쟁이다. 그렇다고 지금 젊은이들이 결혼은 고사하고 데이트도 맘대로 못하는 것을 앞 세대에게 따지진 않는다. 참 착하다.



 대신 이들은 당당해지려고 한다. 솔로들은 자신들을 ‘무적의 솔로부대’라고 부른다. 부러워하지 말고 커플에게 지지 말자는 것이다. 공원과 극장에서 커플의 만행(?)에 대항해 솔로 부대원끼리 전우애를 다져야 한다며 독려한다. 이들의 결전의지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솔로 염장의 날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더 비장하다. 물론 그러는 솔로들은 호시탐탐 솔로 탈출을 몰래 꿈꾼다. 이 착한 솔로들에게 싱글세라니 아무리 농담이라도 너무했다.



임문영 seer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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