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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중국판 카톡에 개설한 ‘학습소조’ … 시진핑 관련 특종, 인민일보 앞서

중앙일보 2014.11.22 00:25 종합 26면 지면보기
지난 11일 오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지도부 거주지) 남쪽 호수인 난하이(南海)의 섬 셴다오(仙島).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넥타이를 푼 채 함께 거닐며 대화를 나눴다.


‘스마트미디어 굴기’ 주도하는 시진핑



 시 주석 : “영대(瀛臺·셴다오의 황궁)는 명(明)대에 건축했다. 청(淸) 강희(康熙) 황제는 여기서 내란을 평정하고 대만을 수복할 계획을 세웠다. 쇠약해진 청의 광서(光緖) 황제는 백일유신(百日維新·무술개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뒤 서태후에 의해 이곳에 유폐됐다.”



 오바마 대통령 : “모든 개혁은 저항에 부딪친다. 불변의 규율이다. 용기가 필요하다.”



 시 주석 : “건륭(乾隆) 황제는 이곳에서 하루의 한가로움을 얻을 수 있다는 휘호를 썼다. 지난해 6월 월터 애넌버그 별장(양 정상이 회담했던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과 분위기가 비슷해 회견장으로 준비했다.”



 오바마 대통령 : “미·중 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양대 경제체다. 효율적으로 협력한다면 전 세계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애넌버그 별장에서와 같이 진솔하게 성과가 풍성한 교류를 기대한다.”



 예정됐던 오후 9시를 훌쩍 넘긴 11시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과 헤어지며 “내 평생 가장 전면적이고 깊이 있게 중국 공산당 역사와 집정 이념, 당신의 사상을 이해했다”고 토로했다.



 시 주석이 중난하이를 회담 장소로 정한 이유가 장구한 역사와 편한 분위기였음을 밝힌 비공개 대화다. 이를 단독 보도한 매체는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중국 중앙방송(CC-TV) 메인 뉴스도 아니었다. 지난 2월 28일 모바일메신저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개설된 스마트미디어 ‘학습소조’였다. ‘스터디 그룹’이란 뜻의 학습소조(學習小組)는 ‘시(習) 주석을 배우는(學) 모임(小組)’이란 뜻도 있다. 웨이신으로 아이디 ‘xuexixiaozu’를 구독 신청하면 “중국에서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심개조)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소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라는 가입 메시지가 배달된다. 이후 시 주석이 말하고 쓰고 읽고 본 것의 주요 부분을 볼드체와 붉은색 글씨체로 편집한 콘텐트가 하루 한두 건씩 배달된다. 운영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소지는 중난하이로 표시된다. ‘학습소조’는 지난 9월 남미 베네수엘라 방문 시 전용기에서 찍은 단독 사진 등 시 주석 관련 특종을 여러 차례 터뜨렸다. ‘학습소조’의 콘텐트는 ‘인민일보 해외망’이란 크레디트로 중국에서 각종 신문과 포털을 통해 보도된다. 해외 유력 언론이 인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시 주석은 심개조 전체회의에서 돌연 언론 개혁을 주장했다. “전통 매체와 신흥 매체의 콘텐트·채널·플랫폼·경영·관리에서 깊이 있는 융합을 추진하라. …실력과 전파력, 공신력과 영향력을 모두 갖춘 신형 미디어그룹을 많이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중국은 이미 ‘학습소조’를 비롯한 다수의 스마트미디어를 운영 중이었다(표). 인민일보 역시 ‘협객도(俠客島)’라는 이름의 웨이신 매체를 통해 각종 분석 뉴스를 배포하고 있었다. ‘협객도’는 진융(金庸·김용·90)의 무협소설에 나오는 강호의 무협 고수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시사 전문가의 분석 뉴스를 제공한다는 이름이다. 시 주석의 지시에 인민일보는 국제부 명의의 ‘경감(鏡鑑)’을 추가로 개설했다.



 시 주석이 주도하는 스마트미디어의 굴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 우선 해외 반중(反中) 매체의 영향력 약화다. 중국의 고질적인 내부 권력 투쟁은 종종 해외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博訊)·밍징(明鏡)·둬웨이(多維)가 이를 활용해 특종을 하기도 했지만 신뢰도가 낮은 보도가 많았다. 중난하이에서 운영하는 ‘학습소조’가 현 최고지도자의 속내를 투명하게 밝히자 해외 매체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를 선전으로 무시해 온 서구 주류 언론이 ‘학습소조’의 보도를 주시하면서 비판적 보도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대내적 효과는 기존 공산당 선전 계통의 쇄신이다. 기득권 세력이 장악해 온 당 선전부와 달리 당원·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당이 신비주의를 벗고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추월은 곡선구간에서 이뤄진다(灣道超車)’는 최근 국가 발전 전략과도 일치한다. 전 세계적인 미디어 변혁기를 맞아 신문·방송이 아닌 스마트미디어에 비중 있는 콘텐트를 제공함으로써 서구 언론을 추월하려는 노림수도 읽힌다.



 한계도 있다. 체제에 불리한 내용은 숨긴 채 유리한 내용만 공개하는 편협성이다. 이 경우 시 주석의 최대 우군인 여론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최근 언론 개혁을 “시진핑 ‘신 만들기(造神)’ 운동”이라고 비판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신격화에 질린 문혁 세대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S BOX] 돈 밝히고, 겉핥기 취재, 허위보도 … 시진핑이 혐오하는 기자의 3대 유형



‘돈 밝히는 기자, 자료만 보고 겉핥기 식으로 취재하는 기자, 보도 준칙에 어긋나는 허위 보도를 일삼는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혐오하는 기자의 3대 유형이다. 중국 ‘기자의 날’이던 지난 8일 모바일 메신저 매체인 ‘학습소조’가 다룬 시 주석의 기자관에 나온 내용이다.



 시 주석은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고 이론·정책·법률·경제에 대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 항상 공부하는 기자를 선호한다. 깊이 있는 취재와 독자에게 흡인력과 호소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항상 혁신할 것을 주문한다. 뉴스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는 보도의 시점·속도·효과를 꼽았다. 시 주석은 좋은 기자는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보도에 능해야 한다고 본다. 또 세계가 중국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보도를 해야 한다. 종합하면 시 주석은 정치의식이 강하고, 직업의식이 뛰어나며, 기율이 엄하고 스타일이 바른 기자를 요구한다.



 시 주석은 간부들에게 기자의 여론 감시를 중시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부패 방지를 위해 여론의 비판을 환영하고 기자를 친구로 만들어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항일전쟁과 공산혁명 당시 일군의 외국 기자에게 도움을 받았던 만큼 간부들은 항상 외국 기자를 잊지 말고 챙길 것을 주문했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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