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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여의도로 서울사무소 옮기는 도백들

중앙일보 2014.11.22 00:23 종합 26면 지면보기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지방 곳곳에 거점을 마련한 여야 잠룡(潛龍)들이 다시 여의도로 몰리고 있다. 하나둘씩 국회 인근으로 서울사무소를 옮기고 있다. 서울사무소와 국회 간의 거리가 중앙정치에 대한 도백(道伯·도지사)의 관심을 증명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방사업 예산 사수
중앙정치 흐름 파악
‘대선 전초기지’ 포석

 서울사무소를 여의도 가까이 두는 건 이유가 있다.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그만큼 국회의 권한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를 통해 지방사업 예산을 어렵게 반영해도 국회에서 삭감되는 일이 다반사”라며 “입법권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엔 정부 7, 국회 3이었다면 이제는 국회 7, 정부 3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로 새해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 예산소위 회의장 앞에는 서울사무소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사무소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도백은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원희룡(새누리당) 제주지사다. 원 지사는 취임 이후 김포공항 근처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국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빌딩으로 옮겼다. 직원도 4명에서 11명으로 대폭 늘렸다. 지자체 서울사무소 중 최대 규모다. 국회의원 시절 같이 일했던 이기재 전 보좌관을 3급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공항 근처의 건물 옥탑방에 머물면서 지사가 서울을 방문할 때 수행업무만 했다”며 “더 큰 제주를 만들려면 대한민국 정치 네트워크의 중심인 국회 주변에 상주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겼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2011년 서울사무소를 강남에서 서울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KTX를 이용해 충남과 여의도를 오가야 해서다. 7명으로 구성된 서울사무소는 대국회 활동뿐 아니라 안 지사의 대외 홍보 역할도 맡고 있다. 다만 행정조직 이상으로 조직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안 지사의 방침에 따라 서울사무소의 정무적 역할은 ‘충남도청 업무’로 제한됐다. 안 지사는 2008년 본인이 주도해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가 사실상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남경필(새누리당) 경기지사는 여의도에 마련된 기존 서울사무소를 개편하는 방향을 택했다. 사무소장은 측근인 김상훈 전 보좌관이 맡고 있고, 언론인 출신을 영입해 공보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엔 서울사무소 내 지사실을 남 지사 스타일에 맞게 회의형으로 개편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무상급식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홍준표(새누리당) 경남지사도 용산에 있는 서울본부를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 지사 보좌관 출신의 나경범 서울본부장은 “용산에서 매일 국회를 왕복하다 보니 체감 거리가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멀다”며 “국회 인근에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 본부장은 “핵심 공약사업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본부 전 직원이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매일 실시간으로 예산소위 상황을 도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시즌이 지나면 도백들의 서울사무소가 대권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무소장이 점차 정무형으로 바뀌거나 중앙정치인들과 광역단체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게 그런 조짐이다. 실제로 경기도 서울사무소는 최근 남 경기지사와 경기도 국회의원들 간의 면담을 추진했다. 다른 서울사무소들도 지역 내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별도로 챙기고 있다. 충남 서울사무소는 내년부터 충청향우회와 도민들을 위한 ‘도민사랑방’을 운영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사무소장은 “광역단체장들도 중앙정치의 흐름을 알아야 헛발질을 안 하게 된다”며 “예컨대 무상급식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정치권 동향을 파악하고 지자체장의 발언 수위를 조정하는 등의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서울사무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주지사처럼 우리나라 역시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행정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점점 광역단체장직으로 몰리고 있다”며 “중앙과 지방정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서울사무소의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권필·이지상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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