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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CEO는 불같이 급하고 독선적

온라인 중앙일보 2014.11.22 00:05
left말콤 글래드웰. (사진= 마이크임팩트 제공)



[이코노미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한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비결은 태도…숲을 보는 거시적 안목 중요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라는 사업가가 있다. 1950년대 스웨덴에서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가구를 만들 때 가장 큰 비용은 여러 조각을 조립할 때 소요된단 점을 깨달았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대신, 고객이 조립하는 가구를 선보였다. 회사 입장에선 비용을 아끼고,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살 수 있었다. 이런 혁신적인 생각 덕분에 그는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세계 가구 1위 업체로 키웠다. 바로 이케아(Ikea)다.





모두가 반대해도 밀어붙여 성공



11월 7일 한국을 찾은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강연 첫머리에 잉바르 캄프라드 사례를 꺼냈다. 성공하는 사람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강연문화기업 마이크임팩트와 어학교육기관 파고다교육그룹이 초청한 ‘제 1회 The One Talk(더원토크)’에서다. 더원토크는 명사들의 메시지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강연이다. 이곳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잉바르 캄프라드의 성공 비결로 다소 의외의 키워드를 꺼냈다. 바로 ‘독선’이다.



방한한 말콤 글래드웰의 강연을 듣는 청중들. (사진= 마이크임팩트 제공)




잉바르 캄프라드가 이케아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자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 스웨덴 국내에서 그의 사업이 번창하자 경쟁업체 질투가 시작됐다. 이들은 힘을 모아 납품업체들이 이케아에 납품을 거부하게 조장했다. 심각한 위기에서 잉바르 캄프라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업장을 폴란드로 옮겨버렸다.



잉바르 캄프라드가 사업장을 폴란드로 옮긴 시점은 1961년. 미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냉전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시기다. 폴란드는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다. 이런 시점에 폴란드로 사업장을 옮기는 건 반역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의 조국 스웨덴은 자본주의 국가이며, 그의 사업도 당연히 자본주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자본주의에 부정적이던 폴란드는 기업인에게 적대적인 분위기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잉바르 캄프라드를 뜯어말렸다. 그럼에도 그는 독선적으로 사업을 폴란드로 옮기는 계획을 강행한다. 경쟁업체의 방해를 받지 않고 폴란드의 저임금도 활용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다. 이케아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이케아 고문으로 물러선 캄프라드는 블룸버그 집계 세계 8위 부자다.



물론 독선적이기만 하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대개 세 가지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개방성, 둘째 성실성이다. 그리고 여기에 독선적인 성격을 덧붙인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건 기본. 다만 모두가 인정하는 타고난 성실함과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더라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부분에 주목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독선적 태도를 찾아냈다. 담대한 계획일수록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비판을 이겨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이다.



그는 이처럼 평범한 상황에서 독특한 원리를 발견하고 경영에 통찰을 줄 수 있는 혜안을 짚어내는 걸로 유명하다. 미국 경영 월간지 패스트컴퍼니로부터 ‘록스타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는 지도자’라고 불렸을 정도다. 그는 특히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 이종 분야 학문과 경영학을 접목하는 데 탁월하다. 실제로 그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1만 시간의 법칙’도 사실 그의 이론이라기보다는 안데르스 에릭손 미국 플로리대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1990년대 주장한 법칙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누구나 1만 시간만 열심히 노력하면 특정 분야에서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의 논문은 대중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를 대중화한 게 바로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다.





‘지금 당장’ 서두른 스티브 잡스는 대성공



(사진= 중앙포토)
이번 강연에서도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한 사람의 또 다른 성격으로 ‘시급성’을 꼽는 과정에서 그의 장점을 탁월하게 보여줬다. 그는 과거 한국을 대표하던 부정적인 단어의 상징이었던 ‘빨리빨리’가 오히려 “성공한 사람들의 흥미로운 특성”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스티브 잡스와 제록스파크연구소(Xerox PARC, Palo Alto Research Center)를 비교한다. 비록 모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은 제록스파크연구소 소속의 수많은 연구자들이었지만, 이를 당장 사업에 적용한 사람은 당시 비교적 조그만 벤처기업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제록스파크 박사들은 충분한 기술력이 있었지만 당장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시급성이 없었다”며 “스티브 잡스는 다음 주나 내년이 아니라 바로 지금 당장 해내야 했는데 이런 성격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언급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른 저서도 경영과 비즈니스에 영감을 주는 내용이 다수 있다. 심리학·사회학·경영학을 아우르는 말콤 글래드웰의 비즈니스 통찰력 중 가장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 덕분에 유명해진 이론이다. 참고로 아웃라이어(outlier)는 ‘표본 중 다른 대상과 크게 동떨어진 표본’을 의미하지만, 저자는 이를 ‘범인의 범주를 넘어서 성공을 거둔 인물’이라는 의미로 확장해 사용했다.



2008년 출간 된 <아웃라이어>는 성공과 실패의 비결을 다뤘다. 성공을 위해서는 머리가 좋다거나 재능이 뛰어나다거나, 혹은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결국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개인의 노력이 좋은 기회와 조우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주로 1~3월에 태어난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유소년 아이스하키 리그는 1월 1일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때문에 같은 해 출생한 아이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태어난 아이들이 더 뛰어난 발육 수준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코치들의 관심을 좀 더 많이 받고, 덕분에 훈련량이 많아져 결과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다는 논리다.





자신이 속한 업의 틀을 깨야



left(사진= Brooke Williams)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하면 성공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노력보다 사회와 유관하다.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은 사회에 공을 돌릴 줄 알아야 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콤 글래드웰은 주장한다. 이 책 덕분에 말콤 글래드웰은 ‘경영의 구루’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말콤 글래드웰에게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라는 영예를 선사한 적도 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속한 업권이나 기업의 시각을 벗어나, 거시적인 틀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조망하는 상상력을 강조한다. 평범한 기업인은 기업이 속한 범위나 틀에서 판단한다. 이를 벗어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생각으로 실제 물류업계 전반의 혁신을 야기한 사람이 말콤 맥클레인이다. 트럭 물류 운송 업종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말콤 맥클레인은 트럭 업종, 해운 업종 등 업종의 틀을 뛰어넘었다. 전체 운송 프로세스를 하나로 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생각했다. 결국 그는 컨테이너 규격 통일을 이끌었고, 세계 운송 시스템의 혁신을 불러왔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독선과 시급성, 그리고 거시적 관점을 강조했다. 이 세 가지 특성을 말콤 글래드웰은 한 마디로 축약해 ‘태도(attitude)’라고 정의한다. 물론 기업 경영에서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능력이나 자원 등 다른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비결도 바로 기업인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게 강연의 핵심이다.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紙)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워싱턴포스트 뉴욕지부장까지 지낸 말콤 글래드웰은 대중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재주가 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전문 지식을 소개하는 건 말콤 글래드웰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이번 강연에서도 그는 자신의 장점을 탁월하게 보여줬다. 몇 백 년 간 이어져온 운송 사업의 프레임의 틀을 깨고, 사업의 정의를 처음부터 재구성한 말콤 맥클레인 사례는 그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그가 항상 호평만 받는 건 아니다. 과거 과학저널 네이처는 ‘뉴욕의 라떼 같이 부드럽고 흥미를 돋우지만, 특정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왜 그런지 밝히기 어렵다’고 폄하한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도 ‘논리가 박약하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이번 한국 강연은 그런 비판과 거리가 있었다.





탁월한 예시로 좌중 압도



과거에도 말콤 글래드웰은 서적을 통해 기업 경영에 영감을 주는 다양한 통찰력을 제시했다. 2005년 출간한 <블링크>가 대표적이다. <블링크>는 인간의 순간적인 통찰력, 즉 직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블링크(blink)는 영어로 ‘눈을 깜빡이다’라는 뜻. 저자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블링크라고 지칭했다.



이 순간적인 판단은 때론 방대한 양을 처리하는 컴퓨터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1983년 장 프랑코 베니치라는 미술상 이야기를 꼽는다. 그는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석상 ‘쿠로스상’을 보고 ‘무언가 미심쩍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최신 기계와 학자, 전문가, 변호사 등이 매달려 14개월이나 분석했지만 이 석상이 가짜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실제로 나중에 이 석상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 미술상의 짧은 순간의 직관이 과학적 분석보다 더 정확했던 셈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직관적으로 판단한 일이 후일 대성공이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의 논리를 말콤 글래드웰이 명쾌하게 설명해낸 셈이다.



<티핑 포인트>에서는 특정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어떻게 거대한 트렌드로 발전하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폈다. 기업이 별 기대 없이 출시한 특정 상품이 때론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야심차게 수 년 동안 준비해서 내놓은 상품은 기대와 달리 순식간에 대중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제품이 트렌드로 발전할까.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에 그 비결이 숨어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티핑 포인트는 특정 제품이 갑자기 엄청난 인기를 얻는 임계점을 지칭하는 용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3가지 법칙이 작용한다. 첫째,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의 인물이 존재한다. ‘송혜교 귀걸이’나 ‘천송이(전지현 분) 립스틱’이란 이름으로 유행하는 제품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누군가의 뇌리에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애플의 유명한 광고 카피 ‘Think Different’나 나이키의 ‘Just Do It’ 등은 누구나 들으면 쉽게 기억되는 효과적인 메시지다. 셋째, 사회 현상이나 정치·경제·문화 등 주변 상황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세 가지가 결합해 거대한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근간 <다윗과 골리앗>은 이번 강연과 가장 관련이 깊다. 완벽한 강자보다, 완벽하지 못한 약자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한 책이다. 이번 강연에서 말콤 글래드웰이 강조한 특성 역시 상대적 약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특징이다. 실제로 3000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은 돌팔매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말콤 글래드웰은 “1등에 집착하지 말라”며 “혁신하는 3등이 1등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했다. 전후 피폐한데다 자원도 부족했던 한국이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른 사례를 언급하며 말콤 글래드웰은 “누구도 1등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며 “3등은 잃을 게 없기 때문에 혁신적인 시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문희철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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