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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주부 사장님’ 4인의 조언] ‘돈 벌 일’ 말고 ‘잘할 일’ 찾아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4.11.22 00:05
구현정 블랑메종 대표(1번째) / 전경옥 크린토피아 서초GS자이점 점주(2번째) / 김혜진 혜진스커피 대표(3번째) / 강혜숙 위드미 반포예일점 점주(4번째)



[이코노미스트] 남편·가족과 대화 늘리고 도움 받아야… “창업 지원제도 적극 활용하길”

결혼 18년차 주부인 김혜진(40) 혜진스커피 대표는 3년 전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 여유 시간이 생기자 취미로 커피 로스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더치커피(뜨거운 물을 이용해 제조하는 일반적인 커피와 달리 찬물로 원두를 장시간 우려내 추출한 커피 원액)를 혼자 먹기 아까워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웃과 나눠 먹을 것이란 생각에 좋은 원두를 썼다.



로스팅도 상업용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볶았다. 시중에 파는 더치커피보다 훨씬 진하고 부드러우니 평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선물로 받은 커피가 떨어지자 지인들은 돈을 내고 사먹겠다고 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집에서 만드는 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단계가 됐다. 집 근처에 조그만 커피 공방을 차린 김 대표는 아파트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한국의 여성고용률 60% 수준에 그쳐



커피숍 창업에 도전하는 주부는 많지만 아예 커피 제조 업체를 차린 주부는 드물다. 김 대표는 이런 틈새를 공략했다. 커피 맛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문을 연 지 1년도 안 된 혜진스커피는 월 7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사업체가 됐다.



“계속 주부로만 살아야 하나라는 막연한 아쉬움 같은 건 있었지만 제가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죠. 취미로 만든 더치커피를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신이 났어요. 정부의 맞춤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날개를 달았죠. 남편과 아이들의 적극적인 후원도 큰 도움이 됐어요(‘기다림’이란 혜진스커피의 브랜드와 로고 디자인은 김 대표의 첫째 딸이 직접 했다). 돈을 받고 파는 커피가 됐으니 앞으론 더 신경을 써야죠. 맛과 향만 변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사랑해줄 거란 믿음이 있어요.”



여성 특유의 꼼꼼함, 가사를 돌보며 축적한 억척스러움, 책임감과 성실함까지. 대한민국 주부의 경쟁력은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60% 수준에 머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주부의 경제활동참여율이 떨어져서다. 여전히 양육과 가사를 여성의 몫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데다 단절된 경력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어도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구직이 어렵다면 창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창업은 구직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 리스크 관리는 쉽지 않고, 예상 못한 돌발 변수가 수시로 튀어나온다. 힘든 만큼 과실도 달다. 단순한 생계 보조 수단이 소득의 중심축으로 바뀐다.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남편과 함께하는 가족 사업으로 진화하고, 엄마와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11월 12일 서울 잠실동 혜진스커피 매장에서 창업에 성공한 주부 4인방이 모였다. 김혜진대표, 인테리어와 홈 데코 관련 인터넷 쇼핑몰 ‘블랑메종’을 운영하는 구현정(44) 대표,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매장을 운영하는 전경옥(48) 점주, 신세계의 편의점 프랜차이즈 위드미 매장을 운영하는 강혜숙(50) 점주다.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구현정 : 얼마 전까진 결혼 12년차 평범한 전업주부였죠. 어렸을 때부터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아 이사를 가는 친척이 있으면 인테리어와 집 장식을 돕곤 했는데 그게 일이 됐어요.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은데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최신 유행이 뭔지 궁금해하는 분도 많고요. 그런 수요를 채워주는 일이에요. 각종 인테리어 제품을 팔기도 하고, 컨설팅도 하죠. 최근엔 엔틱 가구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도 시작했어요. 연 매출은 약 4억5000만원 정도에요.



전경옥 : 저는 전업주부는 아니었어요. 화장품 체인점을 15년 정도 운영했는데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은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침 세탁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죠. 2000만원 정도의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그게 8년 전인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이제는 안정적인 매출(연간 약 2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어요. 얼마 전엔 점포를 넓혀 코인 세탁 시설도 갖췄어요(전경옥 점주가 운영하는 서초GS자이점은 2000개가 넘는 전국 크린토피아 매장 중에서도 가장 실적이 좋은 매장 중 하나로 꼽힌다).



강혜숙 : 전업주부로 지내다 편의점을 운영한 지 11년 됐네요.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시작했다가 얼마 전까진 개인 편의점을 운영했어요. 9개월 전 신세계 위드미와 손을 잡았죠. 가격 정책이 맘에 들었어요. 처음 편의점을 시작할 땐 생계형 창업에 가까웠어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내 남편도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죠.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상권 내 편의점 중에서 가장 늦게 출발해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10년이 넘으니 단골이 많이 생기더군요.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됐어요.





사람들은 성공한 모습만 보겠지만 힘든 점이 참 많죠?



김혜진 : 세상에 쉬운 일은 없잖아요. 얼마 전 생두(원두를 로스팅하기 전 단계) 가격이 많이 올라 당황한 적이 있어요. 생두 없이 커피를 만들 순 없잖아요.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사놓으면 신선도가 떨어지니 맛을 못내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게 항상 부담스러워요.



전경옥: 아무래도 서비스업이다 보니 고객들의 클레임이 가장 걱정이죠. 드물지만 세탁물이 사라지거나 세탁이 잘 안 된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경우 수차례 사과하고, 최대한 보상해 드리려 애쓰죠. 그런데 가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한번은 한복 저고리 봉합 부분이 뜯어졌다며 80만원을 보상하라는 분도 있었어요. 옷을 찾아 갔으면서 안 받았다며 물어내라는 분들도 있죠.



강혜숙: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 없이는 운영하기 어려워요. 지금은 새벽 1시까지만 운영하지만 24시간 내내 매장을 돌릴 때는 평일 야간 근무자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어요. 갑자기 그만두거나 연락 없이 출근을 안 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어린 학생들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 그만둘까 늘 불안해요.



구현정: 저는 항상 힘든데(웃음).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은 감각을 살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남이 대신하기 어렵잖아요. 홈페이지 관리부터, 오프라인 매장 운영, 현장 공사까지 하나도 빼놓을 수 없어요. 모든 일이 제 손을 거쳐야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가장 큰 걱정이에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혜진: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신기해해요. 이해를 많이 해줘서 고맙죠. 하지만 둘째(초등학교 4학년)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데 최근 바빠지면서 신경을 많이 못 써줬어요.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가 시험을 못 쳤다는 전화라도 오면 괜히 저 때문인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일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역할도 소홀하고 싶지 않아요.



구현정: 저도 공감해요. 저도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집에 혼자 있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요즘 엄마가 바쁜걸 알고 혼자 간식도 찾아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곤 하는데 그게 더 짠해요. 가구 수입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벽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곤하면 아침에 아이에게 신경을 더 못 쓰게 되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요.





아무래도 가족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강혜숙: 편의점은 특히 조력자 없이는 힘들어요. 일단 운영시간 자체가 길잖아요. 저는 남편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덜 힘든 편인데,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꼭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무리하기 시작하면 모든 생활 리듬이 깨질 수 있어요. 남편이나 가족이 아무래도 가장 편하죠.



김혜진: 사실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살다 보면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전 아마 남편의 지원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거에요. 사업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마케팅, 세금 문제까지 남편이 자기 일처럼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아무리 부부 간이라도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전경옥: 저는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세요. 아버지는 연세가 여든둘이신데도 아직 정정하세요. 덜 바쁜 시간이라도 제 손을 덜어주시니 큰 도움이 되죠. 물론 임금은 주급으로 정확히 챙겨드린답니다.





창업을 준비할 때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강혜숙: 상권은 반드시 발로 뛰면서 찾아야 해요. 처음에 이 점포를 소개 받았을 때 남편과 일주일 동안 주변을 돌면서 유동인구를 계산하고, 점포를 찾는 고객이 몇 명인지 헤아렸어요. 프랜차이즈의 경우 회사에서 기본적인 숫자와 예상 매출 등을 알려주지만 꼭 자기의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문을 열었는데 예상과 다르면 되돌릴 방법이 없어요. 계절별 유동인구는 어떤지, 시간대별로 고객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약하기 전에 꼼꼼히 챙겨야 하죠. 이미 운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정확한 정보를 듣는 것도 중요하고요.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면 로열티도 확실히 점검하세요. 인건비보다 로열티가 많으면 아무리 매출이 나와도 손에 쥐는 건 푼돈이죠.



전경옥: 사람을 직접 대하는 업종이라면 제대로 된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단순히 좀 더 나은 정도로는 안 됩니다. 확연히 달라야 고객도 마음을 열어요. 저는 다른 매장보다 빠른 오전 8시에 문을 열어요. 출근하는 고객을 배려하는 거죠. 밤 늦게라도 세탁물을 찾길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집으로 세탁물을 가져왔다가 전화를 받고 나가서라도 전달해줘요. 그런 분들은 정말 고마워하고, 가게를 또 찾게 돼 있습니다. 단골이 별건가요. 진심으로 대하면 반드시 반응은 옵니다. 장사가 좀 된다고 큰 고민 없이 매장을 하나 더 여는 것도 주의해야 해요. 직원들이 사장만큼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줄거라 기대해선 곤란해요.





주부가 일할 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주부 창업이 해결 방안이 될까요?



김혜진: 창업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저는 그래도 해보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괜찮은 아이템이 있다면 걱정보단 도전이 좋은 선택 같아요. 그래야 후회도 없죠. 물론 창업 준비 과정에서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전경옥: 일단 주부들이 창업을 많이 하면 주부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주부의 마음을 가장 잘 아니까요. 저도 가장 바쁜 시간에 주부 직원 한 명을 쓰고 있어요. 성실하고, 대화도 잘 통해요. 단 두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 분 입장에서도 큰 부담 없이 약간의 소득을 벌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거죠.



강혜숙: 맞아요. 편의점의 경우 오전 시간 근무를 원하는 주부들이 종종 있는데 저도 그런 분들을 잘 활용하고 있어요. 덜 바쁜 야간 시간도 괜찮아요. 이렇게 조금씩 일을 해보고, 경험을 쌓으면서 직접 창업으로 나아가는 거죠. 이런 분위기가 확산돼야 창업도 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죠.





그래도 창업이란 막상 결단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구현정: 관심 분야가 생기면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세요. 자신감은 거기서 나온다고 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관련 사이트만 6~7년 동안 살펴봤어요. 회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어떤 회사가 망하는지 성장 과정을 꼼꼼히 살폈죠. 사업을 하려고 한건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큰 자산이 됐어요. 작년엔 홈페이지 운영에 사진의 질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 사진을 배웠어요. 지금은 제가 직접 찍을 수 있을 정도가 됐죠.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혜진: 맞아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요. 저도 취미로 하던 일이 사업이 됐잖아요?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전력을 다하기 어렵거든요. 확신을 가졌다면 그 다음은 정보의 싸움이에요. 예를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창업자 지원제도가 굉장히 많거든요. 많은 사람이 이런 걸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강혜숙: 처음부터 대박은 없어요. 과욕은 금물입니다. 저는 주부의 창업이 생계의 보완 수단, 노후 대책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봐요.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의 변화를 유심히 살피면서 장기간 끌어갈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중요해요. 대박 아이템은 드물지만 적당히 벌 수 있는 아이템은 많아요. 기왕이면 경기에 덜 민감한 품목을 선택해 꼼꼼히 준비하면 분명히 답이 있을 거에요. 장소가 문제라는 분들이 있는데 자세히 둘러보면 아직도 괜찮은 상권이 많아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이게 끝은 아니겠죠.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경옥: 열심히 해서 전국 매출 1위를 한 번 해봐야죠(웃음). 사실 저는 큰 욕심 없어요. 현재의 매출 수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고객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건 새 고객을 창출하는 것만큼 어렵거든요.



강혜숙: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점포를 좀 더 늘리고 싶어요. 여러 점포를 운영하면서 운영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둘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구현정: 아직 먼 미래긴 해도 타운하우스를 짓는 게 꿈이에요. 땅부터, 건축, 조경, 내부 인테리어, 분양까지 모두 제 손으로 해보는 거죠. 인정받으면 제 이름을 딴 단지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혜진: 단기적으로는 하루 100병 이상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준비를 잘 해서 백화점·대형마트 공략도 시작해야죠. 품질만 갖추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여기서 멈출 순 없죠. 꿈은 큰 게 좋다고 했는데 해외에 저의 커피를 수출하는 날도 곧 오지 않을까요?





글=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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