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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맥으로 얽힌 수능 마피아 가차없이 해체하라

중앙일보 2014.11.22 00:04 종합 38면 지면보기
1994년부터 시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는 올해를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있었다. 20년간 시행된 시험에서 이 정도의 오류는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지리, 올해 영어·생명과학Ⅱ 등의 과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오류는 그 이전의 사례와 판이하게 다르다.



 단순히 출제진의 단순 실수나 부주의 탓이 아니라 수능 출제 및 검토 과정의 근본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수능 혼란을 교훈 삼아 오류가 발생한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결함을 찾아내 바로잡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수험생을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 재연될 수 있다.



 20일 ‘JTBC 뉴스 9’이 전·현직 출제위원 10명을 인터뷰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수능 출제위원들은 한 달간 합숙하면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나 실제 출제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EBS 교재에서 출제하라는 교육부의 정책에 발목을 잡혀 교재에 나온 문제를 변형하다 오류를 범했으며, 고교 교사들이 대부분인 검토위원들은 출제위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수들의 출제 내용에 대해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출제·검토진이 같은 대학이나 전공 출신의 선후배로 얽혀 있는 수능 마피아가 출제의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났다.



  출제위원들이 이런 제약하에서 20년 이상 출제된 유사 문제들을 피해가며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내다보니 무리한 출제가 불가피했으며, 학맥으로 얽힌 수능 마피아가 상호 묵인하에 잘못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현행 수능 출제·검토 과정과 의사결정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오류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번 수능 오류 사태를 계기로 수능체제를 근본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능이 여전히 대입의 중요한 전형자료인 점을 감안할 때 충분한 논의와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은 우선적으로 수능 출제 과정 및 구조에 대한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출제 기간을 지금보다 더욱 충분히 보장하고, 출제 및 검토위원 수를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능마피아를 가차없이 해체해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살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감사원이 지난해와 올해 수능 출제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철저히 감사해주기 바란다. 특히 지난해 세계지리의 경우 오류를 정정하지 않고 버티다 사태를 키웠다. 성태제 전 평가원장,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이미 퇴직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현직에 없으면 책임이 면탈되는 관행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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