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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명품 옷 입히는 게 명품 육아법?

중앙일보 2014.11.21 00:06 Week& 7면 지면보기
강승민 기자
201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국제 아동복 박람회 ‘피티 빔보’에서 명품 업계의 대마(大馬)인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이 분야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0~12세를 아우르는 ‘베이비’와 ‘키즈’ 라인을 선보였다. 현재 명품 아동복 업계엔 구찌를 비롯, 버버리·디올·마르니·마크제이콥스·스텔라매카트니 등 알만한 브랜드가 모두 포진해 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 드레스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오스카드라렌타’까지 아동 드레스 시장에 진출해 있다.



아동복 분야는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 물론 명품 브랜드 아동복 값은 매우 비싸다. 티셔츠 한 벌에 수십만 원은 기본이고 외투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명품 아동복 분야는 두 자릿수로 성장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불황을 모르는 명품 아동복 열풍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이가 새로운 장신구(new accessory)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명품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 심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과시욕이다. 눈에 잘 띄는 가방 비즈니스가 명품 사업의 핵심 분야가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요즘 부모들이 명품 브랜드 옷으로 자식을 치장하는 것도 아이를 들러리로 세워 자신을 과시하려는 심리라는 지적이다.



남과 다르고 싶다는 욕망, 남보다 나아 보이고 싶은 욕구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형편에 맞는다면 얼마짜리 소비를 하든 소비 자체를 비난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이런 소비에서 꼭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아동복과 성인 의류의 차이다. 아동복 업계 종사자들은 아이들 체형이 ‘동글동글하다’고 표현한다. 3~5세 정도 되는 아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배는 통통하게 튀어 나온 편이고 어깨와 가슴, 팔·다리도 성인 체형에 비해선 훨씬 둥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아동복의 옷 본(本)은 어른들 것과 꽤 달라 성인용 본의 축소판으로 아동복을 만들 수 없다.



그런데 NYT가 검증해 보니 일부 명품 브랜드는 성인용 디자인의 사이즈만 줄여 아동복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 아동복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만 불편한 옷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런 옷을 입은 아이는 부모가 입혀준 옷이 왜 그렇게 불편한지도 모르면서 ‘액세서리’ 역할만 충실히 해냈다. 예쁘게 옷을 입혀 자랑스러워 하고 싶었을 부모의 심정과, 영문도 모른 채 불편한 옷을 입고 생활한 아이의 마음이 달라도 너무 다른, 슬픈 현실이다. 부모가 지향하는 육아 의도가 진정 아이를 위한 게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명품 육아법을 고민한다면 명품 옷 입히기 말고 아이 마음을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다.



다음주 수요일(26일) 오후 6시 3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육아의 신’ 편이다. MC 박지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가 육아의 고수 3인과 함께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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