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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토부의 이중보고서 유감

중앙일보 2014.11.21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저희는 달라는 자료를 줬을 뿐입니다.”



 ‘국토부의 이중 플레이’(본지 11월 20일자 2면) 기사가 나간 뒤 전화를 걸어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국민임대 3만 호를 건설할 경우 소요비용을 새누리당엔 3조6000억원이 든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엔 1조7640억원이 든다는 자료를 보냈다.



 ‘집 한 채’ 논쟁을 덮고 싶은 새누리당 측이 ‘최대 비용’을 요구한 반면, 새정치연합에선 ‘최소 예산’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자료를 줬다는 설명이다. 이중 플레이는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두 당에 낸 자료를 훑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여당에 제출한 7장짜리 보고서엔 부정적인 표현들이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비현실적 포퓰리즘”이란 일부 언론의 평가가 있고, “형평성 논란”이 있는 데다, 국민임대주택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여당 편을 들었다. 하지만 야당에 낸 자료엔 “정부안 대비 3만 호를 추가하기 위해선 2015년에 3528억원이 소요된다”며 ‘3528억원’을 붉은색으로 적었다. 야당이 원하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국회 예산심사에서 증액해야 하는 액수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의 간사인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에 제출한 보고서는 언론에 공개된 뒤에야 알게 됐다”며 “상임위 전문위원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국토부에 요청해 뒤늦게 자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토부는 홍 의원실엔 새누리당에 준 7장짜리 보고서 중 부정적인 표현을 뺀 1장짜리 자료만 줬다고 한다. 국토부가 여야의 입맛에 맞춘 자료를 각각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중 플레이’의 파장은 컸다. 지난 16일 국토부 자료를 받은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3만 호 건설에 3조6000억원 정도의 재정이 든다는 게 국토부가 저희에게 제시한 숫자”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건설이 ‘국가의 돈이 많이 드는 사업’으로 규정됐다. 논쟁은 확산돼 여야 대표까지 나서서 “무상이다”(김무성), “아니다”(문희상)는 설전을 벌였다.



 정부 부처를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이다. 국토부는 이번에도 역시 책임이 없는 것처럼 발을 빼려 한다.



 대한민국은 3권분립 국가지만 정보력만큼은 행정부가 월등하다. 그런 정보를 고무줄처럼 쓰는 건 월권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 3.0’을 강조해 왔다. 정부가 독점한 정보를 공개·공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기름을 부은 ‘집 한 채’ 논쟁을 보면 ‘정부 3.0’, 아직은 요원한 얘기 같다.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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