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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에어백만으론 부족하다

중앙일보 2014.11.21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수봉
보험개발원 원장
지난달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 대를 넘어섰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200만 대였으니, 25년 만에 10배로 늘어났다. 국민소득 증가로 자동차 보유는 보편화됐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주는 다양한 편리함과 즐거움의 이면에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라는 부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미래 자동차 핵심 경쟁력은 안전
교통사고 확 줄일 자동제어장치
보험 혜택 주면 보급 늘릴 수 있어
제조업·금융업 협업 뒷받침 돼야

 교통사고는 차량을 수리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인명 손실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며 사고 당사자의 정신적 피해도 매우 크다. 교통사고율과 사상자는 증가된 차량대수를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교통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정부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공학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고방지 안전장치 개발에 대한 지원, 법제도 정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자동차’다. 2010년 구글이 세계 최초로 자동차의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인 이후 자동차 제작사는 운전자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가능케 한 요인은 센서와 차량제어 기술의 발전이다. 최근 이를 이용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속속 개발·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안전장치의 패러다임이 안전벨트, 에어백과 같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작동되는 ‘사후’ 시스템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전’ 안전장치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방지 안전장치는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해 사고가 임박한 경우 경고를 주고 차량 스스로 제동 및 조향을 수행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서 자동비상제동장치, 전방충돌경고장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장치가 자동비상제동장치(AEB)다.



 해외에선 이미 자동비상제동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를 평가해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실제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동비상제동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사고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영국, 독일 등 해외 보험업계에선 자동비상제동장치가 장착된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제작사의 첨단 안전장치 개발 및 장착 확대를 독려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자동차산업을 지원해 상생을 이끌고 교통사고를 줄임으로서 사회적 비용 경감에도 기여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첨단 안전장치의 장착률 확대를 통한 ‘교통사고 줄이기’란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선 금융산업과 자동차산업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보험업계가 첨단 안전장치 위험도 분석을 통한 요율차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자동차제작사는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성능이 우수하고 저렴한 비용의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협업이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금융업과 제조업 간의 대표적인 협업사례가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자동차보험 ‘차량모델별 등급평가 제도’이다. 차량모델 등급제도는 수리비에 영향을 미치는 모델별 위험도 차이를 보험료에 합리적으로 반영해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한다. 자동차제작사는 차량을 개발할 때 사고로 인한 손상이 최소화되고 수리비가 적게 발생되도록 설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우리 사회와 소비자의 이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흔히 미래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은 ‘안전’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자동차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보험업계의 손해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미래를 위해서는 보험산업과 자동차산업의 협업은 필연적이다. ‘동주공제(同舟共濟)’란 말이 있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말로 협업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어려운 목표는 정부, 자동차제작사, 금융회사, 학계, 소비자 등이 모두 힘을 합쳐야 이룰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내 교통사고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되는 시기가 곧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김수봉 보험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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