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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TV홈쇼핑 야무지게 장보기

중앙일보 2005.07.31 21: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오늘(1일)은 TV 홈쇼핑이 시작된 지 10년 되는 날. 삼구쇼핑(현 CJ 홈쇼핑)과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이 처음으로 방송 전파를 탄 게 정확히 1995년 8월 1일이었다. 당시 첫 상품은 '하나로 만능 리모컨'과 '뻐꾸기 시계'. 특히 하나로 만능 리모컨은 여러 전자제품을 한꺼번에 작동시킬 수 있는, 당시로선 꽤나 첨단 제품이었으나 주문량은 채 10개를 넘지 못했다. 너무나도 낯설었던, 그래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어 보였던 홈쇼핑은 그러나 지난해 말 시장 규모 4조2000억원에 이를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어느새 보통 사람들의 친근한 쇼핑 수단으로 다가온 TV 홈쇼핑. 홈쇼핑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는 매니어들의 구매 방법을 통해 '홈쇼핑 알뜰 이용법'을 알아보자.


'단골이 돼라' 적립금이 차곡차곡
'떨이를 사라' 계절·시간별 할인 활용





# 시간표를 짜라



"내가 어떤 상품을 사고 싶어도 그 시간에 홈쇼핑에서 그 상품을 팔진 않잖아요. 전 방송을 켜기 전에 홈쇼핑 인터넷 사이트에 미리 들어가요. 그럼 편성표가 나와 있거든요. 시간을 미리 정해 놓고 구매를 해야 계획적인 쇼핑을 할 수 있죠." -주부 손유리(32)씨.



홈쇼핑의 가장 큰 폐해로 흔히들 '충동 구매'를 지적하곤 한다. 별로 살 뜻이 없다가도 쇼핑 호스트의 자극적인 말솜씨에 현혹돼 갑자기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일반적인 쇼핑에서도 미리 어떤 물건을 살지 정해놓고 가야 알뜰하게 장보기를 할 수 있다는 건 홈쇼핑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5개 전문 홈쇼핑 채널인 GS.CJ.현대.우리.농수산 홈쇼핑은 각각 인터넷 쇼핑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트를 통해 방송 시간표가 3일에서 길게는 3주일까지 미리 공개돼 있다. 더욱 '짠돌이' 방법을 쓰기 위해선 비슷한 품목끼리 비교해 가며 방송을 보는 것도 좋다. 혹시 방송을 놓칠까봐 걱정된다면 인터넷으로 '방송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하자. 각 홈쇼핑 회사에서 방송 시작 30분 전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알려준다.







# 한 군데를 뚫어라



"전 옷을 주로 샀어요. 근데 막상 입어보니 방송에서 근사하게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달라 반품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최근에 J모 디자이너의 옷을 홈쇼핑에서 샀더니 제 몸에 딱 맞는 거예요. 그때부터 그 디자이너의 옷은 거의 나올 때마다 구입하곤 했죠. 1주일 전엔 적립금으로 또 한 벌 샀어요." -회사원 강천석(36)씨.



단골이 대접받는 건 홈쇼핑도 마찬가지. 현재 농수산 홈쇼핑을 제외한 4개 채널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사실상 비슷비슷한 편. 한 군데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다른 곳에서도 바로 그 제품을 따라하기 때문이다. 별반 차이가 없다면 홈쇼핑 한 군데를 집중 공략하는 게 현명하다.



한 군데와 거래를 트면 적립금이 쌓여 좋다.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품목에 따라 적립금은 3~5%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무조건 3%의 적립금이 쌓이므로 기억할 것. 홈쇼핑별 제휴 카드를 이용해도 적립금(2% 가량)이 쌓인다. 구매 실적에 따라 5000~1만5000원짜리 할인 쿠폰도 준다.







# 홈쇼핑도 할인한다



"계절이 변하는 시기를 이용하면 싸게 살 수 있죠. 7월 말만 돼도 여름철 옷이 6월 초보다 40% 가량 싸게 나오죠. 겨울철엔 1월 하순에 가죽 점퍼를 사는 게 좋고요."-주부 정보영(47)씨.



계절별로만 할인이 있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잘 따져 보면 할인 시간이 있다. CJ가 매일 오전 6시에 시작하는 첫 방송은 품목과 상관없이 5% 할인해 준다. GS와 현대도 '횡재 코너' '해피 타임' 등 하루에 몇 차례 할인 시간이 있다. 시간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대개 프로그램 사이 10~20분 동안 평소보다 20% 가량 싼 물건을 내놓는다. 품목은 식품.침구 등이며 일종의 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눈과 귀를 의심하라



"'지금 생방송 중에만 15% 싸게 팝니다. 이 다음엔 본래 가격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샀죠. 이틀 후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그 할인 가격으로 파는 거에요. 괜히 속은 기분이 들고…." -주부 김은정(38)씨.



'과장 방송'으로 빈축을 샀던 홈쇼핑의 이미지는 사실 많이 개선됐다. 소비자 보호단체의 눈도 매서워졌다. 자체 심의도 강화됐다. 그러나 홈쇼핑 관계자는 "품목마다 나름대로 할당량이 정해져 있기도 하다. 방송 후반까지 이를 채우지 못하면 쇼핑 호스트가 다소 오버를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결국 '한국에서 이보다 더 쌀 순 없다' '최고의 혜택을 드린다'와 같은 말에 흔들려선 안 된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똑똑한 소비의 첫걸음이다.



색깔도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꽃무늬의 울긋불긋한 침구가 실제 구입하면 다소 밋밋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TV 화면을 표준 색상으로 조정해 놓을 필요도 있다.







최민우 기자





*** 장사 십년 해 보니 …



10년이 되다 보니 어느새 홈쇼핑에도 규칙이랄까, 원리 같은 게 생겼다. 이래야 잘 팔리고, 이러면 주문 전화가 뚝 떨어지는 금기 등등. 어찌 보면 과학적이고 달리 보면 막연한 듯한 홈쇼핑의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 불티 나는 오전 11시 … 파리 날리는 밤 10시



1. 골든 타임이 있을까? 물론 있다. 지상파 방송의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11시'와는 분명 다르다. 우선 주문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11시. 주고객이 주부이니 만큼 남편과 애들이 나가고 집안 일도 얼추 마무리해 한숨 돌릴 때다. 주문량과는 달리 주문 액수가 가장 높은 때는 밤 11시 무렵이다. 이는 가전 제품이 이 시간대 가장 많이 편성돼 있기 때문. 고가의 제품이니만큼 주부 혼자 결정하기보단 부부가 함께 시청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미니시리즈가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의 오후 10시대를 피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 궁합이 맞는 배경음악은 따로 있다



2. 왜 철 지난 댄스 음악만 나올까? 음악과 주문량은 큰 상관 관계를 보인다. "쇼핑 호스트의 상품 설명 시간보다 음악이 나올 때 주문 전화가 2배 이상"이란 게 홈쇼핑 업계의 속설이다. 특히 프로그램에 삽입된 음악 1만여 곡을 분석한 결과, 구매욕을 가장 자극하는 음악은 '귀에 익숙한 댄스곡'으로 나타났다. 주고객이 30대 이상 주부이므로 예전 음악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CJ홈쇼핑 관계자는 "최신 인기곡을 틀었더니 주문량이 뚝 떨어졌다. 그 곡을 듣느라 집중도가 떨어진 것으로 판단해 이후엔 꼭 흘러간 댄스곡만 튼다"고 말한다. 장르별로도 차이가 있어 컴퓨터.레포츠엔 테크노, 패션엔 펑키, 보석.침구류엔 재즈가 서로 궁합이 맞는 것으로 업계에선 믿고 있다.



*** 자막 한 자 한 자에도 뇌구조 원리가…



3.자막에도 과학이 있다? 홈쇼핑의 자막은 흔히 'L바'라고 한다. 즉 왼쪽엔 상품 정보를, 밑엔 주문 전화번호를 화면에 담는 식이다. 지나치게 글이 많으면 가독성을 떨어뜨려 한 줄엔 8자 이상을 넣지 않는단다. 글자 색도 첨단 제품은 파란색, 속옷은 붉은 계통, 보석류는 골드 등으로 다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GS홈쇼핑은 '역L바'란 걸 선보였다. 이들은 화면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상품 정보를 넣고선 "인간의 뇌구조상 좌뇌는 수리정보, 우뇌는 감성정보를 잘 처리하는데 좌뇌는 우측 정보를 잘 받아들인다"는 이유를 달았다. 결과는? 아직까진 유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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