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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의 '고전적 하루'] 양방언이 아리랑에 빠졌다

중앙일보 2014.11.20 05:00
김호정 기자의 '고전적 하루'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이 두 무대에서 모두 연주된 선율이 아리랑이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선 작곡가 양방언의 ‘아리랑 판타지’가 연주됐다. 또 뉴욕필은 평양에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을 앙코르로 들려줬다. 많은 작곡가가 아리랑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바꿨다.


아리랑과 오케스트라의 잇단 만남…작곡가들에게 아리랑은 영감의 원천

작곡가에게 아리랑은 어떤 음악일까. 우선 아리랑은 매력적이다. 단순한 선율이 반복된다. 여기에서 무한한 변주 가능성이 나온다. 또한 민족의 노래지만 개인의 애환ㆍ사랑이 들어있다. 오케스트라 곡으로 바꿨을 때 다양한 색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양방언도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아리랑을 다시 한번 집어들었다.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이다. 2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단독 콘서트에서 오케스트라 곡으로 바꾼 정선아리랑을 초연한다. 그는 이번에도 오케스트라에 전자악기의 음향, 빠른 속도감을 덧입혀 양방언표 아리랑을 만들었다.



재일교포 2세인 양방언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리랑을 들을 때마다 내 안의 한국 정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리랑은 민족의 보편적 음악이면서 자신만의 비밀코드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아리랑을 주제로 음악을 쓸 것”이라고 한다.



양방언의 아리랑은 다채롭다. 대통령 취임식의 아리랑을 보자. 진도아리랑으로 쓴 작품이다.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300명 합창단과 네 명의 독창자가 함께했다. 커다란 음향과 독창자의 쓸쓸한 음색이 교차한다. 아리랑의 다양한 해석에 대한 작곡가의 질문이다.







이에 비해 뉴욕필이 연주한 아리랑은 고전적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섹션이 아리랑 선율을 짧게 반복하면 하프가 응답했다. 이어 나오는 피콜로의 아리랑 변주는 우리 전통 관악기의 청초한 음색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클래시컬한 관현악 어법으로 아리랑을 들려줬다.







젊은 작곡가들의 아리랑은 역동적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제곡을 작곡했던 33세 작곡가 이지수는 2007년 ‘아리랑 랩소디’를 내놨다. 그는 “아리랑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대부분 진도ㆍ경기아리랑만 가지고 안전하게 해석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밀양아리랑을 가지고 강렬한 음악을 내놨다. 피아노 건반을 타악기 삼아 두드리는 소리, 오케스트라가 짧은 음을 반복하는 음향이 쉴새없이 나온다. 흔히 말하는 아리랑 속 한(恨)의 정서를 진취적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지수는 이 곡을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했다. 요즘도 무대에서 종종 연주된다.







작곡가 박재은 또한 “아리랑은 슬픔으로 가라앉는 곡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민족의 당당한 위상을 보여주겠다”며 2009년 ‘아리랑을 위한 서곡’을 만들었다. 악기 몇 개가 반복해 연주하던 아리랑 선율은 곡 종결부에 이르러 거대한 총주가 된다. 복잡하고 커다란 음향이다. 이 작품은 2009년 영국 로열필하모닉이 런던 카도간홀에서 초연했다.



아리랑은 2012년 한국을 넘어 세계의 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는 아리랑을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이유에 대해 “세대와 지역을 넘어 지속적으로 재창조됐다”고 밝혔다. 작곡가들이 주선하는 아리랑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양방언 단독 콘서트=11월 28~30일 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ㆍ8시, 일요일 오후 3시. 2만~8만원. 02-2280-4114~6.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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