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검찰, '카톡 감청장비' 대신 스마트폰 분석 장비 대량 도입한다

중앙일보 2014.11.18 19:00
검찰이 내년 2015년도 예산안에서 카카오톡 감청장비 도입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대검찰청 및 전국 거점 지방검찰청의 모바일 포렌식(과학수사) 장비 구축사업 예산을 23억 여원 늘였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올해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처럼 휴대전화기를 압수할 경우 포렌식 장비로 최장 1년 전 삭제한 카톡 문자메시지도 복구해낼 수 있어 스마트폰 포렌식 역량을 대폭 강화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카톡 감청장비가 필요한 곳은 간첩이나 테러 등 미래에 발생할 국가안보 위해행위를 대비해야 하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지 과거 범죄증거를 찾는 검찰이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있다고 한다.


내년 스마트폰 전용 포렌식 장비구입 예산 23억여원 증액
법사위 "장비보유현황 공개 않는다"며 1억 5000만원 삭감

법무부와 검찰은 내년 예산안에서 과학수사ㆍ분석 장비와 관련한 자산취득비로 모두 83억 4800만원을 배정했다. 이 가운데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이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와 서울중앙지검과 부산ㆍ대구ㆍ광주ㆍ인천ㆍ대전ㆍ수원지검 등 거점청 디지털수사팀에 스마트폰 분석전용 포렌식 장비를 구입하는 예산이다. 모두 23억 8000만원을 신규로 편성했다.



세출예산 각목명세서에 따르면 포렌식 장비구입예산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하드 데스크를 통째로 원본과 동일하게 이미징(복제)한 뒤 찾고 싶은 증거나 흔적을 추출해낼 수 있는 가이던스 사의 ‘EnCase7’, 액세스데이터 사의 ‘FTK(Forencsic ToolKit)’ 구입예산이 포함돼 있다. 가격이 개당 700만원 선이다. 또 스마트폰 전용 분석장비는 이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셀레브라이트 사의 ‘UFED(Universal Forensic Extraction Device)’, 마이크로 시스테메이션 사의 XRY, 국내 지엠디시스템의 MD-Smart는 대당 2500만~5300만원에 이른다. 갤럭시·아이폰 등 다양한 기종ㆍ운영체제의 휴대전화기의 메모리 전체를 비트 단위로 물리적으로 복구해낼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장비들이다. 이 때문에 1년여전에 삭제한 문자메시지라도 스마트폰 내에 작은 흔적만 남아있다면 복구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때 경찰은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지난해 9월 주범 팽씨가 김 의원에게 “오늘 안되면 내일 할 거고 낼 안되면 모레 할 거고 어떻게든 할 거니까 초조해 하지 마라”는 문자메시지를 복구했다. 2012년 부산 모대학 교수의 부인 살인사건때는 부산지검이 해당 교수가 사건 전날 내연녀에게 보낸 “단단히 마음먹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카카오톡 본사 서버에서 찾아냈다. 해당 교수는 범행을 저지른 뒤 카톡 본사를 찾아가 자신의 대화기록 삭제해달라고까지 요청했지만 이후 카톡 본사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다시 복구해냈다고 한다. 2013년 9월 인천 모자 살인 사건에서는 주범인 둘째 아들 부부가 카톡을 통해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라며 사체 방화ㆍ유기를 공모한 증거를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찾아냈다.



최근 사이버 사찰 논란으로 현재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일부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모바일 장비예산은 1억 5000만원이 삭감됐다. "지방검찰청 디지털 포렌식수사팀 신설 이후 장비구입 실태나 기존 거점청의 장비보유 현황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바일 포렌식장비 구축 예산 증액의 적절성이 의문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감청영장은 모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발부받은 것으로 검찰이 직접 카카오톡 감청영장을 집행한 사례가 없다"며 "카톡 사찰 논란 때문에 필수적인 디지털 수사장비 구입예산마저 삭감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통신제한조치 연구 전담팀(TF)도 감청영장 집행방안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를 받을 법적ㆍ제도적 절차를 검토할 뿐 직접적인 장비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