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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장기집권이냐 극적인 정권교체냐

중앙일보 2014.11.18 15:51




아베의 장기집권이냐, 극적인 정권교체냐. 일본 정치권이 다음달 14일 총선을 향해 사활을 건 25일 간의 선거전에 돌입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임기 2년 이상 남아있는 중의원을 굳이 해산하고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선거를 치르면 필승"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50% 내외의 높은 내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내년이 되면 원전 재가동, 집단적 자위권 관련 법 제정 등 점수 까먹을 일들만 줄지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뒤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만 재선하면 2018년 9월까지 별도의 총선 없이 '장수 총리'가 될 수 있다. 아베로선 이런 호기를 놓칠 수 없다.



문제는 명분이다. 그래서 내놓은 게 '소비세 인상 연기 국민 심판'이다. 당초 내년 10월에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리기로 돼 있었는데, 경제상황이 안 좋아 1년 반 연기하게 된 데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주장이다. 실로 기이한 논리다. 자신이 추진한 '아베노믹스'가 실패해 소비세율도 못 올리게 됐는데 논점을 교묘히 돌려 "소비세율 인상을 늦추려는 나를 신임해달라"는 역꼼수를 썼다. 소비세 인상을 꺼리는 유권자 심리를 이용했다.



현재로선 집권 자민당의 총선 승리를 예측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시간이 많지 않다. 야당은 지역구에 내세울 후보조차 결정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조차 295곳의 지역구 중 134명(45%)밖에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유신당·모두의 당·생활당·사민당·공산당 등 고만고만한 야당이 난립해 있다. 한 지역구에서 1명의 당선자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의 특성상 자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실제 2012년 12월의 총선에서도 자민당은 지역구에서 전체 유권자 24.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으나 의석은 79%(237석)를 휩쓸었다. 그 결과 비례대표를 포함한 총 의석의 61.2%(480석 가운데 294석)를 차지했다.



일각에선 "적전분열 상태의 야당이 '아베노믹스 실패'를 잘 부각시키고 막판 후보단일화 혹은 통합신당 창당으로 바람몰이를 하면 접전으로 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아베의 소비세율 인상 유보 카드가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정치평론가들은 "아무리 고전한다 해도 자민당의 단독과반 확보는 문제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연립여당 공명당 의석을 합하면 국회 전 상임위원장을 독점할 수 있는 '절대안정다수 의석'(266석)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노믹스 실패'를 '소비세 인상 유보'로 눈가림하려는 아베 정권의 어설픈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왜 또 지지하려 할까. 이해하기 힘들지만 나름 이유는 있다.



먼저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 불신감이다. "'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에 3년 정도(2009.9~2012.12) 민주당에 나라를 맡겨 봤지만 돌아온 건 '잃어버린 3년'이었다"란 배신감이 아직 팽배하다. "자민당이 싫으시다고요? 그렇다고 민주당에 정권을 맡기시겠습니까?"란 조롱 섞인 구호까지 나돌 정도다. 또 일본 사회가 보수화하면서 일본인 특유의 '안정 회귀 본능'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도 아베 편이다. 요미우리(讀賣)·산케이(産經)는 사실상 '아베 응원단'이다. 그나마 아베 정권에 각을 세우던 아사히(朝日)신문은 최근 잇따른 오보 사태로 사장이 경질되고 칼이 무뎌진 상태다.



연내로 계획됐던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으려는 아베 정권에 굳이 말려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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