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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다던 중국인 족집게 도사, 알고보니 사기꾼

중앙일보 2014.11.18 11:36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상대로 "집안의 우환을 막으려면 가진 돈을 모두 바쳐서 기도해야 한다"고 속인 뒤 금품을 빼돌린 중국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8일 금품이 든 비닐봉투를 바꿔치기 한 혐의(특수절도)로 친모(44)씨 등 중국인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인천 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중국동포 이모(54·여)씨에게 "액땜하려면 가진 돈을 전부 놓고 기도해야 한다"고 속인 뒤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비닐봉투를 다른 봉투로 바꿔치기 하는 등 2차례에 걸쳐 5960만원을 훔친 혐의다.



친씨 등은 이날 중국말로 물건을 사는 이씨를 발견하고 다가가 "나도 중국인이다. 용한 '황의사'라는 사람을 찾아왔는데 한국말을 못해서 찾기 힘들다. 도와달라"며 유인했다. 이들은 이후 자신의 점을 보는 척하며 이씨에게도 점을 보라고 유도했다. '황의사'로 변장한 친씨는 "조만간 아들이 사고로 죽을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전 재산을 바쳐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 말에 속은 이씨는 은행과 집에 있던 금품을 모두 챙겨와 검은 비닐봉투 담은 뒤 한적한 골목길에서 기도를 했다. 친씨 등은 이씨가 기도를 하는 틈을 타 종이와 빈 병이 등 다른 비닐봉투와 금품을 바꿔치기 했다. 친씨 등은 "기도에 효험이 있으려면 집안 높은 곳에 금품이 든 봉투를 놓고 30일간 열어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가 몇 시간 만에 봉투를 열어보면서 범행이 탄로났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달 26일 입국한 친씨 등은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경기 안산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마주친 중국인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4인 1조로 활동했다. 유인책이 "자녀가 몇 명이냐"는 식의 대화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친씨에게 전달했다. 미리 알아낸 정보로 점을 봐줘 피해자들은 친씨를 진짜 용한 점쟁이로 믿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친씨 등은 미신을 맹신하는 중국인의 습성을 노렸다"며 "피해자 대부분 식당 일 등을 하면서 어렵게 재산을 모았지만 '가족이 해를 당한다'는 말에 속아 전 재산을 내놨다"고 말했다.



경찰은 친씨 등의 여권에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등 중국인이 많이 사는 나라의 비자가 찍혀 있는 만큼 이들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범죄조직으로 추정하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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