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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직 혁신의 역설, 안행부 쪼개니 차관급 자리 최대 7개

중앙일보 2014.11.18 02:30 종합 4면 지면보기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참사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생방송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줄기 굵은 눈물을 보였다. ‘국가 개조’라는 표현까지 동원할 만큼 비장감이 넘쳤다.


고위 공무원은 연쇄 승진파티 기대
국장급들은 1급 기회 넓어져 환호
공직 적폐 없앤다더니 기득권 키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질타를 받은 ‘공룡조직’ 안전행정부를 국가안전처(현 국민안전처)·행정혁신처(현 인사혁신처)·행정자치부로 쪼개기로 했다. 해경 해체와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 카드도 그날 빼들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고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국무회의(18일)를 거쳐 19일 공포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국가 개조와 공직 혁신은 현장 공무원 사회에서 국민의 기대만큼 착착 진행되고 있을까.



 요즘 안행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주변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 놓고 저항할 정도로 개혁이나 혁신의 분위기는 실종된 지 오래다. 안행부가 3개 부처로 쪼개지는 와중에 공무원들은 혁신 노력보다 승진과 보직 챙기기에 더 바빠 보인다.



 안행부 고위직들은 전례 없는 ‘연쇄 승진파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 신설 및 개편에다 후속 인사까지 있을 경우 일반직 간부가 갈 수 있는 차관급 자리만 최대 7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박경국 안행부 1차관이 물러나면 행자부 차관 자리가 생긴다. 안행부 출신이 맡아온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차관급) 자리는 이미 공석이다. 차관급인 중앙공무원교육원장·소청심사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자리도 임명된 지 1년이 넘어 동반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안전처 장관 산하에 생기는 차관급 본부장 두 자리 외에도 차관 자리가 별도로 신설된다. 안행부 간부들은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이 국민안전처 장관이 될 경우 그 밑에 신설하는 차관 자리는 지방 행정을 잘 아는 내무 관료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인사혁신처장도 차관급이다. 이런 자리를 놓고 자천타천 하마평이 무성하다.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에 기획조정 업무 등을 담당하는 실·국 규모의 조직이 행자부와 따로 신설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하지만 안행부 실·국장과 과장급 간부들은 승진과 영전 기회가 연쇄적으로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하위직들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직 개편을 불편해하는 직원도 있지만 좀 더 편하고 승진 기회가 많은 보직을 챙길 기회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예컨대 안행부는 인사혁신처 근무 희망자를 접수했는데 경쟁률이 5대 1에 육박했다. 인사혁신처에 지원한 한 주무관(6급)은 “행자부나 국민안전처보다는 일이 덜 힘들고 민원에 시달릴 걱정이 적어 젊은 공무원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국민안전처는 지원자 미달을 예상했으나 증원되는 자리를 기준으로 경쟁률이 3.5대 1을 기록했다.



 안행부가 쪼개질 경우 당초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로 옮기는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는 점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소방방재청이 쓰던 정부서울청사 5층을 쓰기 위해 공사 중이다. 인사혁신처도 19층에 사무 공간을 마련했고 법제처가 연말에 세종시로 내려가면 16층을 쓸 예정이다. 두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을 서울에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공무원은 “남은 3년만 잘 버티면 세종시에 안 가고 다시 통합하면 된다”고 ‘농반 진반’으로 말한다. 조직이 쪼개져 안행부가 초상집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처럼 다르다.



 겉으로는 혁신을 내세워 법까지 개정하면서 속으로는 공무원 조직과 자리만 늘린다면,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공직 적폐(積弊) 일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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