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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매 강요하는 사회, 20대 여성 59% “늘 다이어트”

중앙일보 2014.11.18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이어트를 해 봤나요?” 지난달 28일 오후, 기자가 예고 없이 숙명여대의 한 수업시간에 들어가 물었다. 72명의 여대생 중 55명(76.4%)이 손을 들었다. “다이어트 시도만 수백 번” “일상이 다이어트”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건강 위협하는 식습관
하루 세 끼 먹는 비율 20%뿐
대학생들 “취업 때까지만 버티자”

 본지는 지난달 30~31일 서울·부산·광주 등 6대 도시 20대 여성 5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응답자의 82.2%가 다이어트를 했고, 58.8%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라고 답했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다이어트를 한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8.5 미만으로 저체중인 여성 98명 중 55명(56.1%)이, 정상인 여성의 86.6%(258명)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었다. 저체중 여성의 18%가 10차례 이상 했다. 20대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거나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사를 건너뛰는 방법을 주로 택한다고 답했다. 또 하루에 세 끼를 챙겨 먹는 비율은 20%밖에 안 된다. 한 끼만 먹는 여성이 19.6%, 두 끼 먹는 여성이 59.8%다.



 20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내몰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마른 몸매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와 취업 면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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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오후 5시쯤 수업을 마친 4명의 숙명여대 학생과 학교 앞 카페에 앉았다. 커피 한 잔씩과 작은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했다. 송지현(22·여)씨가 “이것이 오늘 첫 끼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시험과 수업 때문에 저녁시간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하루에 한 끼, 그것도 저녁에 배달음식이나 빵을 먹는다. 늘 다이어트를 생각하다 보니 이마저도 조심스럽다. “취업시장에서 마른 게 대세라고 하잖아요. 보통 오후 7시가 넘으면 먹지 않아요.” 한눈에 봐도 마른 한모(22·여)씨는 케이크 조각 조금이 그날 마지막 식사라고 했다. 김윤희(22·여)씨도 2년 전 음식물을 씹다 뱉거나 토해내 석 달 만에 10㎏을 뺐다. 지송인(23·여)씨는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실제론 먹는 걸 줄이는 쪽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 건강의 적신호는 벌써 여러 차례 켜졌다. 한씨는 “이후 임신이나 출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성질환이 찾아오니 겁이 덜컥 났다”며 “다이어트와 건강 사이에서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씨도 한 해 3~4차례 생리주기가 맞지 않아 신경 쓰이지만 “취업 때까지만 참고 버티자. 고비만 넘기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공기업 직원 전모(28·여)씨는 취업하기 전 면접을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선식이나 미숫가루가 하루 음식의 전부였다. 전씨는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장에서 예쁘게 보이려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면접이 끝나면 폭식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음을 했다.



 안명옥 차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 교수는 “여러 나쁜 식생활 습관 중에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영양 문제”라며 “일이나 외모보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자의식이 강한 여성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 기자 welfa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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