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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궤도 이탈 … “경기 침체로 엔화 값 더 하락”

중앙일보 2014.11.18 01:08 종합 2면 지면보기
아베노믹스가 궤도를 이탈했다.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져서다. 엔저(円低)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조짐이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올 3분기(6~9월) 경제성장률이 -1.6%(연율 기준, 분기 성장률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예상치(2.1~2.4% 성장)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내각부는 “민간 소비가 소비세 인상으로 활기를 띠지 못한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내각부는 “ 2분기 성장률도 기존 -7.1%에서 -7.3%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소비세 인상 상흔이 깊어 G(Growth, 성장) 쇼크가 왔다는 얘기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충격
소비세 인상 극복 전망 빗나가
내년 2차 인상 연기 불가피
아베, 내달 조기총선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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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블룸버그 등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일본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 경기 침체 요건을 충족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 침체로 본다. 일본에서 경기 침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1994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이후 두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 6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의미심장하다. 일본 경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제시한 궤도(아베-구로다 시나리오)에서 이탈해서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97년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해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와는 달리 이번 소비세 인상으로 경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성장률이 -7% 정도까지 떨어졌을 때도 소비세 인상 직후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주류였다. 당시에는 3분기부터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분기마저 마이너스 성장하는 바람에 아베노믹스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도쿄 증시는 바로 영향을 받았다. 닛케이 225지수는 517.03포인트(2.96%) 떨어져 1만6973.8에 거래를 마쳤다. 엔화 값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날 오전 한때 달러당 엔화가치는 117엔으로 추락 했다. 2007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차익을 실현하려는 반발 매수세로 곧 115엔대를 회복하긴 했지만 시장에 미친 충격은 컸다.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엔화 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경기 쇼크가 오자 아베 총리가 12월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빼들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애초 아베 총리는 경기 상황을 지켜본 뒤 2015년 10월에 소비세를 추가 인상할지 여부를 올 연말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의 여야는 2012년 국내총생산의 200%가 넘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2014년 4월(5%→8%)과 2015년 10월(8%→10%) 두 차례에 걸쳐 소비세를 인상하기로 법을 개정했다.



 일본 내에서는 경기가 나빠 소비세 인상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사히신문 등은 ‘아베 총리가 이번 주에 소비세 인상 연기를 선언하고 중의원을 해산한 뒤 다음달에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로이터는 이날 “최악의 경제 성적표로 인해 아베 총리가 승리를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엔화 값이 달러당 120엔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일본 엔화가 달러당 125엔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경합이 큰 국내 업종의 타격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엔저 대응 차원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같은 처방을 내리기 쉽지 않다. 달러 강세 흐름에,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서다.



강남규·조현숙 기자 dismal@joogang.co.kr



 

◆일본 소비세와 선거=일본 소비세는 한국 부가가치세와 같다. 1989년 처음 도입됐다. 그때 세율은 3%였다. 소비세율 인상은 일본 내각엔 치명적이었다. 97년 4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90CE>) 총리가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다. 그 바람에 경제가 침체에 빠지며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했다. 2010년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소비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가 선거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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