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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 혜초가 연 길, 한류의 바다로 이어지다

중앙일보 2014.11.18 00:30 종합 20면 지면보기
“1300년 전 혜초 스님이 갔던 길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특히 한류 인기는 바닷길에서도 상상 이상으로 높아 어깨가 으쓱할 정도였죠.”


경북도가 구성한 탐험대 150명
이란까지 2만2958㎞ 대장정 마쳐
난타·태권무 … 한국 알리기 45일
현지 대학생들 K팝으로 화답

해양 실크로드 탐험에 나선 대원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독립기념탑 앞에서 현지 아이들과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대원들이 이란 반다르압바스로 향하는 배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탐험대가 탔던 6600t급 한바다호. [사진 정철훈 작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경주에서 이란 이스파한까지 2만2958㎞에 달하는 해양 실크로드를 국내 탐험대가 처음 완주했다. 경상북도가 해양수산부·한국해양대와 함께 결성한 ‘해양 실크로드 탐험대’다. 지난 9월 16일 경주를 출발한 이들은 경북 포항에서 6600t급 실습선 한바다호에 승선한 뒤 중국 광저우와 베트남 다낭, 말레이시아 말라카, 인도 콜카타 등을 거쳐 지난달 30일 종착지인 이스파한에 무사히 도착했다. 45일간 해로와 육로를 따라 9개국 10개항을 거치는 대장정이었다.



 탐험대원은 경북대생 등 청년탐험대와 역사기록팀 22명, 해양대 실습생 128명 등 총 150명으로 구성됐다. 경북도는 지난해 경주를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까지 60일간 7개국의 육상 실크로드 2만947㎞를 성공적으로 종주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해양 실크로드 탐험에 성공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고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은 중국의 시안이 아닌 신라 경주였다”며 “교역량이 늘면서 바닷길 실크로드가 경주까지 열렸음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민족의 첫 해양 실크로드 개척자는 신라의 혜초(慧超·704∼780) 스님이었다. 성덕왕 18년(719)에 당나라로 건너간 뒤 천축국의 밀교승 금강지를 만나 불도를 배웠다. 723년 스승의 권유에 따라 구법의 길을 떠난 그는 4년간 천축국 다섯 나라와 중앙아시아, 아랍 땅까지 밟은 뒤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 기록이 『왕오천축국전』이다.



 경북도 탐험대도 가는 곳곳마다 ‘한국 알리기’에 주력했다. 광저우에서는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다. 해양 실크로드가 한국까지 이어진 바닷길이었음을 학계에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 광저우 해릉도의 해양 실크로드 박물관에는 신라 금관 모형을,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양박물관에는 거북선 모형을 기증했다.



 한류 열기도 뜨거웠다. 베트남 다낭외국어대 학생 300여 명은 탐험대원들의 난타·태권무 공연에 한국 아이돌 가수 노래를 한목소리로 부르며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엔 한국인 대원들과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을 서는 바람에 탐험대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혜초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인도에서의 한류 인기도 이에 못지 않았다. 파트나 인도국립공대에 혜초 도서관을 개관한 뒤 난타 축하공연을 할 때는 수백 명의 현지 학생들이 북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혜초 기념비를 세운 사르나트에서 경북도립국악단이 국악 공연과 승무를 선보였을 때는 “한국의 전통 춤과 음악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다”는 현지인들의 찬사가 잇따랐다.



실크로드의 서쪽 끝 이란에서는 지난해 육상 실크로드 탐험 때 이스파한에 세운 우호협력비 앞에서 1주년 행사를 열었다. 탐험대는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이란의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의 흔적도 더듬었다. 신라 공주와 혼인한 아브틴 왕자는 바닷길을 통해 이란으로 귀국할 때 신라 뱃사람의 안내를 받았다. 김웅서(56·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탐험대장은 “해양 실크로드를 따라가면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는 동시에 현재도 한류의 터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실크로드의 동쪽 기점은 한국의 경주”라고 공언할 정도다. 경북도는 내년엔 해로와 육로 실크로드 탐험을 통해 교류한 도시들을 경주로 초청해 ‘2015 경주 실크로드 문화 대축전’을 열 계획이다. 각국의 전통음식과 공예품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또 실크로드 국가들의 대학생을 한 데 모아 ‘SUN(Silkroad Youth Network)’이란 차세대 교류 모임도 추진키로 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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