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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45명이 뽑았다 … 차세대 최고의 연기돌

중앙일보 2014.11.18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연기하는 아이돌 스타, 이른바 ‘연기돌’들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연기돌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박유천(JYJ)·최승현(빅뱅)·수지(미쓰에이) 등이 신선한 연기로 연기판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부터다. 그들에 이어 이제 새로운 연기돌들이 점차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감독·마케터·평론가 등 영화인 45명에게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연기돌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임시완(26·제국의 아이들)과 정은지(21·에이핑크)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애늙은이 청년 ? 담대하고 진지



남자 으뜸 임시완 (제국의 아이들)




역시 압도적이었다. 영화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남자 연기돌은 임시완이었다. 45명의 설문응답자 중 절반 이상(25명)이 그의 손을 들었다. “아이돌 출신 대형연기자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조성희 감독)는 평가까지 나왔다.



 최근 TV드라마 ‘미생’(tvN)의 주인공 장그래 역할로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그는 영화 ‘변호인’(2013) 때부터 영화인들의 눈에 존재감이 각인됐다.



임시완은 이 영화에서 고문으로 심신이 피폐해지는 대학생을 연기하며 신인답지 않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영화제작사 필름모멘텀의 변봉현 대표는 “‘변호인’에서 그의 연기 덕분에 연기돌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첫 역할로 고문 피해자를 선택한 건, 이른바 아이돌 프리미엄을 포기한 결과였다.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미생
그는 ‘미생’에서 아무런 스펙도 없이 가까스로 종합상사에 입사한 계약직 사원 장그래 역을 맡았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고단한 어깨 위에 놓인 삶의 무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냉혹한 조직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장그래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사회를 알아가듯, 배우 임시완 또한 이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성큼성큼 자라나고 있다. 아직 연기의 깊이와 경험치가 부족한 임시완이 장그래라는,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를 고른 건 영민한 선택이란 평가다.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연기돌의 쉬운 길인 멜로 대신 ‘미생’ 같은 생활형 드라마를 택한 건, 캐릭터와 함께 연기가 성장할 수 있는 배역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다”라고 말했다.



 “송강호·곽도원·이성민 등 대선배들과의 호흡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담대함”(영화사 하늘 김광현 대표)과 젊은 아이돌답지 않은 진중함 또한 영화인들이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영화제작사 드림캡쳐의 김미희 대표는 “캐스팅을 위해 임시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생각이 깊고 자세가 진지해 독특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말괄량이 소녀 ? 친근하고 산뜻



여자 첫손 정은지 (에이핑크)




가장 많은 영화인이 기대를 드러낸 여자 연기돌은 정은지다. 45명의 설문응답자 중 13명이 그를 꼽았다.



 그가 연기자로 대중에 각인된 건 2011년,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로 연기 신고식을 치르면서다. 정은지는 아이돌 그룹 H.O.T의 억척스런 소녀팬 시원을 마치 자신의 모습인 듯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코피를 흘리면서 바닥을 뒹구는 몸싸움 연기, 허스키한 경상도 사투리로 내뱉는 살벌한 대사 등은 아이돌 스타의 예쁜 척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이런 정은지의 연기를 두고 “공효진의 데뷔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영화사 하늘의 김광현 대표는 “정은지가 대표적인 여자 연기돌로 자리 잡은 데는 ‘응답하라 1997’ 출연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한 사투리 억양과 코믹한 연기 탓에 이후의 역할이 감초 수준에 국한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SBS)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안정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면서 사그라졌다. 정은지는 이 드라마에서 오수(조인성)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라만 보는 희선 역을 맡아 절절한 순애보를 그려냈다.



 
응답하라 1997
정은지는 올 여름 방영된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KBS2)에서도 주연을 꿰차며, 천재 작곡가 준현(지현우)과 사랑에 빠지는 트로트 가수 지망생 춘희를 연기했다. 감성적 연기와 코믹 연기 모두 능란하게 소화해내며 “정은지를 대체할 배우는 정은지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배우로서의 정은지의 면모가 돋보이는 건, 친근한 매력으로 생활 밀착형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부지영 감독은 “폼을 잡지 않고 일상적 느낌으로 가볍게 연기하는데, 그게 산뜻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김용화 감독은 “아이돌답지 않은 외모가 오히려 배우로선 커다란 공감과 설득력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탈 (소속 그룹 에프엑스)


여자 아이돌 2위 크리스탈(에프엑스)-6표

바비 인형 같은 신체 비율과 도도한 외모에 안정적인 발음까지. 크리스탈(정수정, 20)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떻게든 배우가 됐을 법하다. 에프엑스로 활동하며 얻은 시크하고 도회적인 이미지에 당돌하고 발랄한 매력까지 두루 갖췄다. ‘볼수록 애교만점’(2010,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MBC) 등 시트콤에서 먼저 기반을 다진 그는 지난해 TV 드라마 ‘상속자들’(SBS)에서 당찬 말괄량이 상속자 역할로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최근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SBS)에선 털털하고 억척스런 작곡가 지망생 세나 역을 맡았다. 프로듀서 현욱(정지훈)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도도하고 당돌한데 왠지 밉지 않은 매력을 갖췄다”는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의 평가는 연기자 크리스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정확히 짚어낸다. 정지욱 평론가는 크리스탈을 두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자를 만나면 좋은 보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
여자 아이돌 3위 설리(에프엑스) -5표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6일 개봉, 이석훈 감독)에 여자 해적으로 출연한 설리는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패션왕’(11월6일 개봉, 오기환 감독)은 달랐다. 못생긴 얼굴이 콤플렉스인 여고생 곽은진역을 어여쁜 설리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던 세간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늘 풀 죽어있는 소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를 두고 정범식 감독은 “자기 영역을 찾으면 대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못난이 주의보
여자 아이돌 공동 4위 설현(AOA) -4표

설현의 강점은 ‘도화지 같은’ 연기다. 외모만큼이나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리라는 기대가 많다. TV 드라마 ‘내 딸 서영이’(KBS2)로 데뷔해 ‘못난이 주의보’(SBS)에서 철부지 막내딸 공나리 역을 맡아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였다.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영화 ‘강남 1970’(유하 감독)에서도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쇼박스 마케팅팀 이현정 팀장은 “순수한 이미지 속에 숨은 여성성이 있다”며 “수지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차세대 국민 첫사랑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4
여자 아이돌 공동 4위 도희(타이니지) -4표

당신이 생각하는 그 도희가 맞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에서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로 인기를 모은 그다. 현재 ‘내일도 칸타빌레’(KBS2)에서 특유의 당찬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는 ‘터널 3D’ (8월 20일 개봉, 박규택 감독)에 출연한 데 이어 제작 중인 ‘은밀한 유혹’(윤재구 감독)에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영화홍보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아이돌임에도 굳이 예쁘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 점”을 높이 사며 “제2의 하지원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연애 말고 결혼
여자 아이돌 공동 5위 한선화(시크릿) -3표

이만큼 톡톡 튀는 백치미도 드물다. 지난해 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KBS2)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한선화는 주·조연을 넘나들 수 있는 마스크와 예능에서 쌓아온 재치로 숱한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다. '신의 선물-14일'(SBS) ‘연애 말고 결혼’(tvN) ‘장밋빛 연인들’(MBC) 등 올해만 세 편의 드라마에 잇따라 출연했다. “퇴폐미와 청순함을 묘하게 가진 얼굴이다. 발음이 좀 불안하지만 잘 훈련되면 백치미의 정수를보여줄 것이다.” 봉만대 감독의 코멘트다.



신사의 품격
여자 아이돌 공동 5위 수영(소녀시대) -3표

수영(24)은 영화 ‘순정만화’(2008, 류장하 감독)에서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2012년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SBS)의 카메오 출연을 계기로 ‘제3병원’(tvN), 2013년 ‘연애조작단;시라노’(tvN), 그리고 올해 ‘내 생애 봄날’(MBC)까지 줄줄이 주연 자리를 꿰차 기대 이상의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제작사 드림캡쳐 김미희 대표는 “수영은 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고루 잘 소화한다. 기쁨과 슬픔의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연기에 임하는 성실한 자세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
여자 아이돌 6위 다솜(씨스타) -2표

언뜻 보면 담백한 얼굴이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섹시함이 있다. 다솜은 2012년 시트콤 ‘패밀리’(KBS2)에서 연기를 시작해 TV 일일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 (KBS1)에서 꽃을 피웠다. 극 중 뮤지컬 배우로 출연하며 연기와 노래 모두 안정된 실력을 확인시켰다. 다솜과 함께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을 촬영 중인 신연식 감독은 “기존 배우와 다른 특별한 분위기를 풍긴다”며 “연기는 센스가 받쳐줘야 하는데, 다솜은 어떤 상황인지 센스 있게 잘 판단하고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준 (소속 그룹 엠블랙)
남자 아이돌 2위 이준(엠블랙) -7표

이준(26)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 자신의 연기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그래서 연기돌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영화 ‘닌자 어쌔신’(2009, 제임스 맥티그 감독)에서 어린 라이조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TV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2’(2010, KBS2)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2013, 신연식 감독)에서 보여준 강도 높은 액션과 깊어진 눈빛 연기는 배우로서의 이준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이후 TV 드라마 ‘갑동이’(2014, tvN)에서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극찬을 받았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미스터 백’(MBC)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개차반 재벌 2세를 연기하고 있다. 우울한 분위기는 벗어던졌어도 반항아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천진한 미소에 숨겨진 사악한 남성미”(봉만대 감독) “선과 악이 모두 담긴 마스크와 무용으로 다져진 몸”(상상마당 진명현 팀장) 등등으로 꼽히는 무기를 이준 자신도 정확히 아는 듯하다.





준호 (소속 그룹 2PM)
남자 아이돌 공동 3위 준호(2PM) -6표

준호는 ‘감시자들’(2013,조의석·김병서 감독)에서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에이스, 다람쥐 역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했다. 분위기가 묵직한 감시반은 물론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이다. 특히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났다. 설경구 같은 감시반 선배이자 연기 대선배 곁에서 뚜렷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영화제작사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 특히 매력”이라며 “좋은 성격파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연을 맡은 ‘스물’ (가제, 이병헌 감독)도 곧 선보인다.



카트
남자 아이돌 공동 3위 도경수(엑소) -6표

도경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창백한 피부와 또렷한 눈매는 선악의 양면적 매력을 동시에 발산한다. 처음 연기에 도전한 ‘카트’(11월 13일 개봉, 부지영 감독)에서는 편의점 알바생 태영을 연기했다.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편의점 사장에게 맞서는 그의 눈빛에는 독기가 넘쳤다. 정지욱 평론가는 “극이 진행될수록 도경수가 있었다”고 칭찬한다. 이가영화사 지혜윤 실장은 “활동하고 있는 남자 연기돌 중 가장 가능성이 큰 배우”라고 주목했다.



순위에 꼽히지는 않았지만 각각 한 표씩을 받은 연기돌도 소개한다. 남자 중에는 인피니트 엘이 그랬다. 여자 중에는 걸스데이 민아, 소녀시대 서현, 에이핑크 손나은, 쥬얼리 예원, 헬로비너스 유영이 각각 한 표를 얻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45명. 가나다 순)

강유정 평론가, 김광현 영화사 하늘 대표, 김미희 드림캡쳐 대표, 김봉석 평론가, 김수진 비단길 대표, 김용화 감독, 김태주 올댓시네마 실장, 김택균 쇼박스 홍보팀장, 김형석 평론가, 나유경 메가박스 투자팀장, 민진수 수필름 대표, 박지영 영화인 실장, 박혜경 엔드크레딧 실장, 방옥경 CJ E&M 투자팀장, 변봉현 필름모멘텀 대표, 봉만대 감독, 부지영 감독, 신연식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양은진 NEW 마케팅 팀장, 유순미 메가폰 대표, 윤인호 CJ E&M 홍보팀장, 이근표 언니네홍보사 대표, 이석훈 감독, 이시연 흥미진진 대표, 이원석 감독,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이윤정 퍼스트룩 대표, 이재규 감독, 이채현 호호호비치 대표, 이현정 쇼박스 마케팅 팀장,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임영호 하리마오 픽쳐스 대표, 장보경 딜라이트 대표, 정범식 감독, 정지욱 평론가, 조성진 CGV 홍보팀장, 조성희 감독,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 지혜윤 이가영화사 실장, 진명현 상상마당 팀장, 홍지영 감독, 황동혁 감독, 황문수 롯데엔터테인먼트 투자팀장.







정현목·윤지원·고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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