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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수능 출제 오류 … 수험생 피해 없게 하라

중앙일보 2014.11.18 0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또다시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출제 오류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불신을 사고 있다. 수능이 치러진 지 나흘 만에 수험생들의 이의제기 신청건수만 1000여 건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의 8번 문항이 2심 판결까지 거쳐 오류로 판명된 뒤 오답 처리된 1만8884명의 성적을 재산정하고 이들을 구제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연이은 출제 오류 논란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험생들이 오류라고 지적하는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처럼 2%에서 20%로 늘어난 그래프를 제시하고, ‘18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고 답항을 달아야 하는데도 이를 그냥 18퍼센트라고 표기한 사례는 일반인도 잘못인 줄 알 수 있는 명백한 오류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생성 과정을 묻고 있는데 고교 생물 담당 교사나 교수들도 평가원이 발표한 정답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당 과목 교사나 교수들도 정답을 놓고 헷갈리는 문제가 버젓이 출제된 셈이다.



 무엇보다 교육 당국은 출제 오류에 대처하는 데 있어 지난해 세계지리의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하다. 지난해 평가원은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 또는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정답을 골랐다”는 식의 해명으로 오류를 덮으려 했다. 교육부 역시 “평가원이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게 맞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은폐와 책임 떠넘기기로 사태를 키운 것이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관련 학회에 의견을 물어 24일까지 정답을 최종 발표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정답이 아니라는 서울고법의 판결 내용을 오류 판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학회나 학자들의 형식적인 답변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능 문항이나 답항의 설명에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은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가 등락하고, 원 정답자가 불이익을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류를 바로잡는 게 먼저이며, 성적의 유불리는 그 다음의 고려사항일 뿐이다. 세계지리 사례처럼 억울한 수험생이 나오지 않도록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피해 구제 이후엔 반복되는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내놔야 한다. 일본의 대입센터 시험, 미국의 SAT 등 어떤 대입 시험도 우리처럼 출제진을 한 달여 가둬 두고 합숙하면서 문제를 내게 하지 않는다. 이번 영어 문항처럼 검토 과정이 부실한 데서 오류가 생겼을 수도 있겠으나 지식이 광속도로 이동하는 디지털 시대에 기존 출제 관행이 한계에 도달한 건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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