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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야당, 무상별곡보단 연금 개혁을

중앙일보 2014.11.18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이건 또 무슨 무상별곡(無償別曲)인가….



 “신혼부부들에게 집을 드릴 테니 최소한 자녀 세 분은 꼭 출산하십시오.”



 야당 의원의 말이었다. 이름하여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정책이다. 이 정책을 만든 포럼의 이름부터가 근사했다. 포럼명이 ‘신혼부부 집 한 채 포럼’. 예전엔 공짜 하면 선거 때의 막걸리·고무신이 대명사였는데 점점 진화한다. 무상급식·무상보육에 급기야 ‘신혼부부 집 한 채’? 허경영이란 사람이 17대 대선 때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준다고 공약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마침내 허경영을 뛰어넘다.”



 ‘신혼부부 집 한 채’ 발표 이전엔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이 ‘싱글세’를 매기겠다고 해 독신자들 속을 박박 긁어 놓았다.



 가렴주구(苛斂誅求)도 그런 한심한 가렴주구가 어딨나. 복지부는 황급히 농담이었다며 말을 거둬들였지만 ‘신혼부부 집 한 채’는 차원이 다르다. 야당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다만 공짜 집은 아니란다.



 임대주택을 왕창 지어 저리로 융자해 주겠다는 정책이니 무상이 아니긴 아니다. 싸게 빌려 줄 뿐 돈은 내는 거니 말이다. 그럼 기존에 존재하는 임대주택 정책과 다를 게 없다. “집을 드립니다”는 식으로 마케팅할 건 아니었다.



 야당은 확실히 네이밍(naming)엔 일가견이 있다. ‘반값 등록금’ ‘사자방’ ‘부자감세’ …. 하지만 이번엔 그 자극적인 네이밍 능력 때문에 허경영과 비교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신혼부부 집 한 채’.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 볼까 해도 결국 문제는 돈이다. 돈이 없지 복지할 게 없을까. 돈만 있으면 복지할 건 널렸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무원연금이다.



 야당은 지금 너무 소(牛) 걸음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맞아 죽는 일이 있어도 한다”며 소속 의원 전원의 도장을 받아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야당은 토론회만 열심히 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공무원연금 토론회를 세 번 열었다. 자체 개혁안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올해 안에는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만 정했다. 여기에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까지 조건으로 걸고 있다. 조건이라기보단 방패에 가깝다.



 개혁안의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언제까지 가능하겠다는 타임스케줄은 제시했을까? 물론 아니다. 내년 2월엔 야당 전당대회가 있는데 이대로라면 연금 개혁안은 야당안이 없어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솔직히 공무원들의 반발은 이해가 간다. 노후를 흔들 연금 축소에 눈 뒤집히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면 안되니 하는 거다. 이런 문제에 대한 야당의 접근은 유감이다. 국민 70%가 지지하는 이슈인데 시간을 벌겠다는 건지 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역발상으로 총대를 메고 연금 개혁을 추진해 보라고 한다면, 분명 야당 사람들은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고 할 거다. 새누리당이 지금 얼마나 코너에 몰려 있는데, 공무원들이 얼마나 새누리당을 욕하고 있는데, 곧 노조가 정권 퇴진운동을 벌일지 모르는데…. 그리고 자칫 연금 개혁이 되면 박근혜 정부의 업적이 될 텐데 무슨 소리냐고 말이다.



 맞는 계산일 거다. 연금 개혁에 성공하면 박근혜 정부의 큰 업적이 될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의식해 연금 개혁이 흐지부지 되게 한다면, 그 순간 야당은 진 거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전향적이고 대담한 발상으로 야당이 길을 내주길 기대한다. 다음 정부는 임기 5년간 세금 33조원을 연금적자 메우는 데 써야 한다. 그 돈이면 야당이 내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는 물론이고 독거노인을 위한 ‘무상양로원’까지 지을 수 있다. 다음에 우리가 맡을 정부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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