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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특급호텔이 바쁘군요 … ‘비즈니스’ 하느라

중앙일보 2014.11.1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신라·롯데·파르나스 같은 토종 특급호텔이 ‘고급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출장 온 회사원이나 개인 관광객이 찾는 하룻밤 10만~20만원 초반대의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특급호텔이 뛰어든 것이다. 수십년 동안의 호텔 경영 노하우와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급 비즈니스호텔 전쟁’은 호텔신라가 지난달 신라스테이역삼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열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인근의 경기도 동탄에 처음 신라스테이를 연지 약 1년만이다.


브랜드 앞세워 비즈니스호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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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간소화 + 고급화 … 2016년엔 10곳 운영



 306실 규모의 신라스테이역삼은 신라호텔 전용 코바 커피, 100% 헝가리산 거위털로 만든 침구, 아베다 욕실용품 등 ‘신라호텔식 고급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설계한 객실은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욕실과 침실을 칸막이로 자유롭게 구분할 수 있고, 객실마다 통유리창을 달아 창가의 벤치형 소파에 앉아서 테헤란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호텔 내 뷔페 식당 ‘카페’는 신라호텔의 유명 뷔페 ‘더파크뷰’를 표방한다. 파크뷰 메뉴를 일부 가져왔고, 파크뷰처럼 오믈렛이나 쌀국수를 즉석에서 조리해준다. 고급형을 지향하지만 신라스테이역삼의 가격은 인근 비즈니스 호텔과 비슷하다. 대신 연회장·수영장 같은 부대시설이 없고 객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룸서비스나 짐을 객실까지 들어주고 차량 안내를 해주는 벨맨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객실도 신라호텔의 3분의 2정도 크기이고, 가구는 침대와 업무용 책상 정도로 간소화했다. 신라스테이역삼 김태흥 총지배인은 “객실·조식·디자인을 중심으로 브랜드 가치를 담았다”며 “국내외 비즈니스·레저 고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라호텔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신라스테이역삼의 투숙률은 80%에 이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문을 연지 한 달 남짓 밖에 안돼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도 주중에는 비즈니스 고객,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2016년까지 서울 서대문·마포·구로·광화문·서초와 제주·울산·천안 등 10개 지역에서 신라스테이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롯데, 이미 우즈베크 진출 … 제주는 특1급



신라스테이역삼은 거실과 침실을 구분한 그랜드룸을 비롯한 객실을 고급스럽고 현대적으로 꾸몄다. 롯데시티호텔대전도 비즈니스 호텔이지만 주니어스위트더블룸 같은 고급형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인트리호텔명동은 특급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3인용 객실을 가족단위 손님을 위해 만들었다. [사진 각 호텔]
 2009년 롯데시티호텔마포를 열면서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먼저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뛰어든 호텔롯데는 이미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에 롯데시티호텔타슈켄트팰리스를 열었다. 호텔롯데는 현재 마포김포공항구로 등 서울 시내 3곳과 제주·대전에서 롯데시티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이면 서울 명동에 2곳, 울산에 한 곳을 추가해 비즈니스 호텔이 총 9개가 된다.



 롯데시티호텔 역시 신라스테이와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비즈니스 호텔이 컨셉트다. 롯데호텔이 지난해 개발한 침구 ‘해온 베딩시스템’이나 몰튼 브라운 욕실용품을 똑같이 비치하고 ‘특급호텔급 시설’을 내세우고 있다. 제주 시내라는 위치 때문에 수영장과 연회장까지 갖춘 롯데시티호텔제주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데도 특1급 등급을 받았을 정도다. 롯데시티호텔은 전국 곳곳의 지점과 러시아(모스크바)·베트남(하노이·호치민)·미국(괌) 등 해외에 진출한 롯데호텔 네트워크를 이용한 연계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호텔급 브랜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12월 명동에 문을 여는 272실 규모의 특2급 호텔은 ‘라이프스타일호텔’ 컨셉트로 젊은 고객을 겨냥한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투숙 고객 뿐 아니라 호텔바처럼 부대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젊고 감각적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은 객실 서비스에만 집중하면서 조식조차 외주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롯데·신라와 차별화했다. 글로벌 호텔체인 인터컨티넨탈과 손잡고 서울 삼성동에서 두 개의 특급호텔(그랜드·코엑스)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은 2012년 서울 명동에 나인트리호텔을 열면서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인트리는 인터컨티넨탈 계열이 아니라 파르나스호텔의 자체 브랜드다.



 객실 이외의 모든 서비스는 모두 임대 방식으로 외부업체에 맡겼다. 조식은 나인트리 건물에 입점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비용을 주고 맡겼다. 대신 비즈니스 호텔 고객이 하루종일 관광이나 업무를 보고 객실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수면과 피로회복 시설에 집중했다. 고급 침대를 설치하고 편백나무·약초·황토숯 등 베개만 9가지를 갖췄다. 발맛사지 기계, 마스크팩도 객실에 비치했다.



 특급호텔과 달리 3인실도 만들었다. 가족 고객의 경우 2인실에 추가 침대를 넣어야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다. 어린이 용품을 비치하고, 커뮤니티룸을 만들어 안마의자를 비치하고 투숙객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을 두는 등 ‘비즈니스 호텔용 서비스’도 개발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나인트리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며 “싱가포르·홍콩·대만에서 온 여성과 가족 단위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간 투숙률은 90%대, 주 2회 이상 객실이 꽉 찬다는 설명이다. 파르나스호텔은 내년 상반기 명동에 나인트리2호점을 열 예정이다. 408실 규모로 나인트리 1호점의 약 3배다.



 서울 강서구의 특1급 메이필드호텔도 올 7월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107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메이플레이스 서울 동대문’을 열었다. 객실에서 창경궁·창덕궁·종묘가 내려다보인다. 신세계조선호텔도 내년 상반기 서울역 근처에 35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연다. 공항철도와 KTX를 바로 이용할 수 있고 남대문 시장과 고궁, 대기업 본사가 가까운 지역이다.



 특급호텔이 앞다투어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뛰어드는 까닭은 뭘까. 우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비즈니스 여행객이나 관광객이 늘어나 중저가 호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비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호텔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을 주로 이용했던 일본 관광객이 경기침체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줄어든 반면, 쇼핑에 집중하고 숙박은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는 중국·동남아 관광객이 확 늘었다고 했다. 국내 호텔 시장이 특급호텔과 저가 호텔로 양극화해 ‘합리적인 가격의 깨끗한 호텔’이 드물다는 점도 작용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나인트리가 예상보다 훨씬 잘된다. 외국 여성이 명동 지역에 적당한 가격으로 묵을만한 호텔이 없었다고 입을 모으더라”고 했다.





파르나스, 3인실 만들고 객실 서비스 집중



 특급호텔보다 비즈니스 호텔의 수익성이 훨씬 높다는 것도 큰 이유다. 특급호텔은 인건비와 식재료비 같은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즈니스 호텔은 서비스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 사업과 호텔 사업의 비중의 9대1일 정도로 특급호텔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급호텔이 비즈니스 호텔을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한 이유다.



 비즈니스 호텔은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신라스테이역삼이 KT의 부지와 건물을 이용한 것처럼 대부분의 특급호텔표 비즈니스 호텔이 장기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직영 방식을 택했던 롯데시티호텔도 올 7월 롯데시티호텔구로를 시작으로 모두 장기 임대 방식으로 전환했다.



 토종 브랜드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호텔체인도 한국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리어트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를 영등포와 판교에 이어 2016년 남대문에 380실 규모로 열 예정이다.



구희령 기자





◆비즈니스 호텔=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도심에 있는 특2급 또는 1급 호텔.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최소화해 특급호텔의 반값 정도의 예산으로 묵을 수 있다고 ‘버짓(budget) 호텔’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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