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左)가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 환영 연회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옆에 앉아 있다. 이 연회는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26일부터 열리는 6자회담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을 환영하기 위해 개최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
회담 개막 전 이례적으로 접촉
오후 3시부터 1시간20분가량 진행된 접촉에서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성과물을 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복수의 회담 관계자들이 전했다. 6자회담이 지향해야 할 목적, 즉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자는 데에도 충분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현격한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비핵화의 대상이 최대의 논쟁거리였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폐기의 대상은 핵무기뿐이며 평화적 핵 활동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더 나아가 2.10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바대로 핵무기 보유국이 됐음을 강조하고,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끌고 가겠다고 거듭 밝혔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접촉은 어디까지나 비공개.비공식적으로 만나 어떤 얘기든지 허심탄회하게 주고받는 자리였던 만큼 의견차가 컸던 것은 당연하다"며 "북.미 양국은 개막식 후에도 계속 만나 격차를 좁히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분주한 사전접촉=이날 참가국들은 각종 사전협의를 통해 이번 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놓고 구체적인 조율 작업을 벌였다. 한 당국자는 "각국의 회담 전략을 비교해 보니 비슷한 점도 많았지만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며 "본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오전 한.미 협의에 이어 오후에는 한.일 양자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논의됐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납치 문제는 본회담에서는 거론하지 않고 북.일 양자협의에서만 다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전날 한.중과 만난 데 이어 이날 미.러 등과 잇따라 접촉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북한과 접촉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유독 일본과는 만나지 않았다. 일본 측이 거듭 요청했지만 북측이 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베이징=이영종.박신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