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과 추억] 김자옥 1951~2014 … “암은 이별 준비할 시간을 주는 병이다”

중앙일보 2014.11.17 01:06 종합 2면 지면보기



대장암에서 번진 폐암으로 별세









작고 아담한 체구, 소녀 같은 미소와 여린 감성. 50여 년의 방송 인생 중 드라마 속에서 악독한 얼굴을 별로 보여준 적 없는 그녀다. 젊어선 청순가련의 대명사였고, 나이 들어선 ‘만년 소녀’였다. 때론 ‘공주’란 닉네임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비틀기도 했다. 올 초 동료 여배우들과 해외 여행을 떠나는 tvN ‘꽃보다 누나’에서도 그녀는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 같았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탤런트 김자옥씨가 16일 오전 별세했다. 63세.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최근 폐로 암이 전이돼 투병 중이었다. 소속사 측은 “16일 오전 7시40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했다.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해 왔으나 14일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입원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이상민 대표는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로 면역력이 약한 상태였다. 주무시는 것처럼 편히 가셨다. 유언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그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올 초 ‘꽃보다 누나’에 이어 3월 종영된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도 출연했다. 5월에는 악극 ‘봄날은 간다’에도 출연했다. 함께 출연한 윤문식씨는 “암 치료 때문에 연습에 늦은 적은 있지만 예정된 공연은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연극을 자주 하는 배우가 아닌데도 연극을 경외하고 성의를 다하는 모습이라 과연 스타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꽃보다 누나’의 후반부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털어놓기도 했다. “4년간의 항암치료로 지쳤는데 암이 전이돼 1년 내내 치료를 받았다. 몸보다 마음의 문제가 더 컸다. 공황장애도 앓았다. 그래서 여행을 잘 못 다닌다. 여행 출발 전날까지도 두려웠다.” 지난해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는 “암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씨는 CBS 기독교방송 아역 성우로 출발했다. 65년 배화여중 시절 TBC 드라마 ‘우리집 5남매’에 출연했고, 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뽑히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74년 김수현 작가의 MBC 드라마 ‘수선화’로 스타덤에 올라 한혜숙· 김영애 등과 함께 70년대 안방극장의 간판스타가 됐다. 앳된 외모로 청순가련형의 대표주자였다. 드라마 ‘사랑과 진실’ ‘유혹’, 영화 ‘보통 여자’ ‘O양의 아파트’ 등이 대표작이다.



 인기 절정이던 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한 그녀는 이혼, 가수 오승근과의 재혼 등으로 잠시 공백을 가진 뒤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이어 최근까지 ‘커피프린스 1호점’ ‘그들이 사는 세상’ ‘지붕 뚫고 하이킥’ ‘오작교 형제들’ 등 숱한 드라마에서 푸근하고 정감 있는 엄마 연기를 선보였다. 96년에는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70~80년대 자신의 순수한 이미지를 비트는 ‘공주는 외로워’라는 음반을 내고 가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나문희·강부자·윤여정·양희은·김용건·강석우·최수종·하희라·유재석·이성미·박미선·한지혜·주원 등 스타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독고영재씨는 “소녀의 심성, 아이의 순수함이 있던 배우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태진아씨는 “진짜 현모양처고, 연기를 하든 노래를 하든 어떤 무대에 올라가든 그 역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며 “한 달 전 오승근 선생을 만났을 때도 건강하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다니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70년대에는 귀엽고 청순한 얼굴에 섹시함을 갖춘 청춘스타였고 90년대에는 자신의 ‘공주’ 이미지를 전복했다. 너무 신비하지도, 너무 도발적이지도 않은 친근함이 무기였던 배우”라고 평했다. 유족으로는 오승근씨와 1남1녀가 있다. SBS 김태욱 아나운서가 막내동생이다. 발인은 19일,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 파크다.



양성희·김효은 기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