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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월요일] 커지는 애견패션시장

중앙일보 2014.11.17 00:29 종합 23면 지면보기
“체형에 맞는 큰 옷 찾기가 어려웠는데 여기엔 예쁜 옷도 많고 사이즈도 다양해서 오길 잘했어요.”(직장인 우민서)


‘너도 내 가족’ 강아지 옷 패밀리룩 바람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PET 박람회장엔 이른 아침부터 한 손에 반려견을 안고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중 가장 붐볐던 곳은 옷을 파는 패션 브랜드 점포. 박람회 홍보를 맡은 조동아씨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박람회 때 5개뿐이었던 애견 패션·액세서리 참가 브랜드가 올해는 14개로 늘었다.



조씨는 “반려동물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가죽·유기농 소재 등을 사용하는 고급화 추세가 뚜렷하고 단가도 높아졌다. 육아산업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패션 의류도 저가와 고가 시장으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들종 ‘국수’와 ‘지수’를 키우는 신은교·김지하 커플은 겨울이 오면 늘 티셔츠 한두 개, 패딩조끼와 코트 하나씩을 장만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여 명에 달하면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 옷 뺨치는 고급 애견 패션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애견패션 전문 브랜드인 코즈모 유닛의 김두향(35) 대표는 “3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조사를 할 때는 브랜드가 3~4개뿐이었는데 현재는 10~15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LF의 ‘헤지도기’는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과 헤지스액세서리 매장 등에서 마켓 테스트를 한 결과 매달 매출이 전월 대비 30% 이상 늘었다. LF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고 현대무역센터점을 비롯해 총 20여 개 매장에 입점했다. 오는 11월 말에는 AK백화점 수원점에 첫 단독매장까지 오픈한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이들 고급 애견 패션 전문 브랜드를 단순히 애견 옷을 만드는 업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패션 또는 미술을 전공한 전문 디자이너들이 사람 옷과 똑같이 1년에 두 차례(봄여름/가을겨울)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10~30종류 발표한다. 사이즈도 XX스몰부터 XX라지까지 다양하게 구비한다. 평범한 면 티셔츠부터 피케셔츠, 후드 점퍼, 패딩점퍼&조끼, 카디건, 터틀넥스웨터, 사파리 점퍼, 무스탕, 레인코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티셔츠에 바지 또는 스커트를 입히고 코트까지 여러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다. 그래서 티셔츠와 코트 종류는 특히 컬러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거의 사람 옷과 같은 수준이다.



 김두향 대표는 “매 시즌 옷을 디자인할 때마다 사람 옷의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밀라노·뉴욕·런던·파리 컬렉션을 꼭 살펴본다”며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신의 패션 성향에 따라 애견 옷을 골라 입히는 것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에 젊은 층의 유행 패션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 옷을 똑같이 줄여 놓은 듯 섬세하게 디자인된 반려견 옷은 사이즈가 작아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 모자와 단추 여밈까지 성인 옷을 똑같이 재현한 더플코트 덴티스츠 어포인트먼트 제품. (작은 원 위부터) 소형견에 어울리는 꽃무늬 원피스와 스포티한 후드점퍼,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사파리점퍼 코즈모 유닛 제품. 퍼그 강아지의 귀여운 표정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핑크색 구스다운점퍼는 루이독 제품.


한때 엄마의 취향대로 엄마와 아이가 똑같이 옷을 맞춰 입는 ‘패밀리룩’이 유행했다. 김 대표는 “ 꼭 똑같은 옷을 입지는 않더라도 보호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반려견과 함께 꽃무늬·스트라이프 무늬 티셔츠를 입는다든가, 복고풍의 더플 코트를 입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신(新)패밀리룩’이 등장한 셈이다. 실제로 K-PET 박람회장에서 만난 쌍둥이 자매 김선경(37)·수경씨는 무스탕을 입힌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를 안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에겐 동생이 없어 ‘아로’가 동생이나 마찬가지라 겨울엔 보온 차원에서 이렇게 두툼한 옷을 입힌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지색 스웨터와 무스탕 조끼를 맞춰 입은 자매와 아로, 온 가족의 패밀리룩은 아주 세련돼 보였다.



  애견 패션은 가격도 웬만한 사람 옷 뺨친다. 티셔츠가 2만원대, 패딩 조끼는 7만원대, 점퍼와 코트 종류는 1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요즘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유니클로 패딩 조끼가 5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사람 옷 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덴티스츠 어포인트먼트의 임성민(32) 대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인 데다 반려견이 솔기 쓸림 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재단·바느질을 정교하게 해내는 공장을 찾기가 어려워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겨울 애견 패딩 점퍼 하나가 20만원이 넘으면서 ‘개나다구스’ ‘멍클레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던 루이독의 백일운 이사는 “사람 옷에서도 대중화되지 않았던 2004~2005년부터 캐시미어·오가닉 코튼 같은 소재를 제품에 도입하는 등 디자인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높다”고 설명했다.



LF 헤지스액세서리가 올해 3월 론칭한 ‘헤지도기’의 패딩조끼 등 아우터 종류의 가격대는 8만~9만원 선이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애견 패션의 고가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푸들 종인 국수(세 살)와 지수(6개월)를 키우는 신은교(27)·김지하(28) 커플은 “애견 카페나 블로그에선 반려견 옷을 자랑하고 어디서 샀는지, 어떤 브랜드인지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며 “예쁜 걸 보면 나도 사주고 싶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반려견에게 사람 옷에 버금가는 비싼 옷을 입히는 것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김모씨는 “원래 털이 있는 동물은 알아서 체온조절을 하는데 사람 눈에 예뻐 보이자고 인형처럼 옷을 입혀 반려견의 움직임만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애견 패션도 과소비의 일종”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에게 옷을 입히는 게 당사자인 동물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일까.



 건국대 수의학과 한진수 교수는 “사람도 집에서 최소한의 옷만 입다가 외출 시 옷을 갖춰 입으면 불편하듯 반려견도 안 입던 옷을 입는 건 분명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면서도 “최근엔 실내에서 키우는 소형견이 많고 특히 반려견 미용이 대세라 털을 모두 깎고 나면 체온조절이 어려워 요즘 같은 겨울엔 외출 시 옷으로 체온조절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물병원 이리온의 문재봉 대표원장도 “반려견들은 습성상 몸에 상처가 나거나 피부병을 앓게 되면 긁어서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옷을 입히는 건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또 “동물과의 교감이 증대되는 이점도 있다”며 “예쁜 옷을 입은 반려견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건 사실이라 한 번 더 쓰다듬어주 면 반려견들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사람과 더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용과 과시용만으로 반려견들에게 억지로 옷을 입히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원장은 “ 특히 겨드랑이나 서혜부(다리와 몸통이 만나는 부분)는 쓸림이 생기기 쉬워서 이 부분의 바느질이 잘됐는지 살펴야 하고 옷 입는 걸 정말 싫어하는 아이들은 옷만 입히면 안 움직인다든가, 옷을 핥는다든가 등의 표현을 하므로 반려견의 몸짓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발도 논쟁이 많은 품목이다. 발 씻기기 귀찮아서 맞지도 않는 신발을 신기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문 원장은 “맨발이 더 건강한 건 사람이나 강아지나 똑같지만 실내에만 있던 반려견들이 아스팔트를 걸을 때 발바닥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고, 또 발을 자주 씻기면 피부가 건조해져서 발바닥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발도 때에 따라 필요하다”며 “문제는 대부분의 반려견 신발이 아직까진 사람 신발처럼 발에 착 붙지 않고 잘 벗겨지는 구조라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전미영 연구교수는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노령인구,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애견인구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트렌드”라며 “이들에겐 반려견이 가족이자 자아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에 패션에도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연출하기 좋아하는 젊은 층에서는 셀카를 찍으며 어느 견종에 어떤 옷을 입혀야 자신의 취향을 잘 대변할까 골몰하기도 한다”며 “애견 패션이 반려견 주인의 ‘컨셉트 연출’이나 과시욕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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